인터뷰 - 정범구 16대 국회의원 당선자

"앞으로 4년은 새로운 정치실험의 연속"

등록 2000.05.24 08:25수정 2000.05.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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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민주당 약세 지역인 경기 고양일산 갑 지역에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방송진행자이자 시사평론가 정범구 씨는 "방송인 출신 국회의원 모두에게 방송독립에 노력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현업에 있을 때 어떤 인물이었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으며 앞으로 언론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교적 민주당 약세 지역에서 여유 있게 당선됐는데

"비닐하우스라는 온실에서 바람 부는 광야에 내버려진 기분이다. 선거 운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방식을 유지했으나 역관권선거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정치 현실'이 '평론'의 수준보다 무척 낮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4년은 새로운 정치실험의 연속이 될 것이다."

▲특별히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민주당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기존 정당 중에서 개혁 프로그램이 있는 정당이다. 물론 민주당보다 더 앞서는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이 있고 민주노동당도 그 중의 하나이지만 개혁을 실천해나갈 대중성 면에서는 약하다."

▲4·13 총선에서 방송의 보도 행태는 어떻다고 느꼈나?


"기계적인 공정성은 지켜졌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각 지역구에서 출마한 후보자에 대해 언론의 인터뷰 할애 등은 대체로 균형있게 했다. 방송보도의 경우는 원래 심층분석에 한계가 있고 주로 스케치 중심이어서 그렇게 심한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여당 후보였기 때문에 불공정 보도 문제를 느끼지 못한 것 아닌가
"방송은 여당 편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내 경우는 지역구의 자치단체장이 야당이어서 역관권선거에 어려움이 많았다. 현재 우리 정치가 여소야대 상황이고 정권이 공무원 사회를 철저히 장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의 방송장악이란 있을 수 없다. 만약 압력을 넣었다가 누구 한 명이라도 양심선언을 하면 선거를 망친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데 관권선거를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까지 방송마이크를 잡고 있거나 특정 프로에 고정출연하다가 하루아침에 정치권 진출을 선언하는 것은 '이미지 정치'의 폐해이자 '불공정 경쟁'이라는 지적이 있다. 방송인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방송현업인의 현실정치 참여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들이 방송현장에서 느꼈던 방송의 개혁, 편성권 독립 문제 등을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인이 정치권에 진출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정치활동을 할 때는 심각한 폐단도 있을 수 있다."

▲현업인들이 지적하는 것은 방송의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방송인이 국회에 들어가서도 방송개혁, 방송독립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점이다.

"모든 방송인 출신 정치인을 똑같이 보지 말아라. 왜 방송인이 정치권에 진출해 방송 개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는 데 이들이 현업에 있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되물어야 한다.

현업에 있을 때 기득권에 안주하고 방송개혁에 노력하지 않은 사람보고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이런 부분에 헌신하라고 한다고 그렇게 하겠나."

▲방송인의 정치권 진출의 또다른 문제는 갑작스런 정치권 진출 선언으로 프로그램이 파행 운영된다는 것이다. KBS와 CBS도 정 당선자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바람에 진행자 섭외 때문에 애를 먹고 심지어는 프로그램 폐지론까지 있었는 데.

"나의 경우 오랫동안 맡고 있던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가 제작진이 불쾌해 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미 한달 전에 방송을 그만둔다고 했었다.

내 이름을 걸고 방송을 하는 데 주제선정과 패널 선정 등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우리 방송이 발전하려면 편성의 자율권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또 1년 전부터 정치권으로부터 많은 제의를 받아왔었다. 그러나 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키고 방송을 통해 시민을 대상으로 정치교육을 하고 싶은 꿈이 있어 계속해온 것이다. 시청자들에게는 죄송하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상임위로 문화관광위를 희망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문광위를 희망하는 데 이 곳을 원하는 의원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만약 문광위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정기간행물법 개정, 언론사의 봉건적 지배구조 개선, 독과점 개선 등 언론개혁을 위해 주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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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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