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서 'MBC C기자 사건'의 진실은?

54살 현직 경찰의 '인터넷 항명'

등록 2000.07.04 17:35수정 2000.08.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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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7월 4일 오후 6시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이 사건을 확인 취재해 기사로 올렸습니다. 7월 6일 4시 현재 이 기사와 관련한 독자들의 의견이 220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의견은 해당 기사 맨 아래에 목록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건이 '신세대 기자의 구시대적 취재 방식과 구세대 경찰의 인터넷을 활용한 신시대적 저항의 충돌'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첫보도가 '경찰과 기자의 21세기다운 취재관계'를 정립하는데 생산적으로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 여러분의 '의견란'을 통한 토론이 생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편집자 주)


50대의 한 형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해기 경사. 54살. 정년을 3년 남겨 놓은 그는 지난 7월3일(월) 오전 자신을 비롯한 남대문경찰서 형사계 소속 형사 3명의 전보 조처가 부당하다며, 항명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은 MBC를 비롯해 청와대, 서울시경,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져 있다.

'法 위에 군림하는 記者'.
김 경사가 그의 아들의 도움을 받아 MBC 홈페이지 등에 올린 글 제목이다. 이 글은 7월 1일(토) 새벽 남대문경찰서 형사계에서 있었던 소위 'MBC C기자 사건'을 다루고 있다. 김 경사의 글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와 형사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돼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7월1일 새벽, 남대문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7월1일 새벽 3시50분께 MBC C기자(28, 중부서 출입)는 남대문경찰서 1층 형사계의 철문을 두드렸다. 쇠창살로 된 철문이 잠겨져 있는 상태라 C기자는 형사계 안쪽의 형사들에게 "빨리 문을 열라"고 재촉했다.

형사계 안의 형사들이 대꾸를 하지 않자, C기자는 "당장 문을 열라"며 몇 차례 고함을 질렀다. 이 때 당직중이던 한 순경이 "무슨 일이냐"며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C기자는 "매번 출입하는 기자인데 무슨 신분증이 필요하냐"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 C기자는 쇠창살 사이로 손을 넣어 스스로 형사계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흥분된 상태에서 C기자는 "매번 출입하는 기자에게 이래도 되느냐"며 거칠게 항의하고 욕설을 했다. 당시 남대문서 형사계에는 10여 명이 피의자 대기실에 있었고, 5명의 형사들이 함께 있었다.

C기자가 남대문서 형사계 안으로 들어온 시각은 대략 4시 10분께이며, 그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시각은 그로부터 20-30분 후쯤이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대문서 형사들이 C기자의 손에 '수갑'을 채웠을까? 이 대목에서 양쪽의 증언이 엇갈린다.


형사들이 MBC C기자의 손에 '수갑'을 채운 까닭

남대문서 형사들은 C기자가 형사계 안에 들어와서 20-30분 동안 형사를 때리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무집행 방해'로 수갑을 채웠다는 것. 당시 현장에 있었던 K경사는 "C기자가 형사계 책상 위의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노트북 가방과 우산으로 한 형사를 때리고, 피의자의 증언을 녹취 중이던 녹음기를 빼앗아 파손시켰다는 등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득불 C기자에게 수갑을 채웠다는 것.

그러나 C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출입기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아 화가 난 상태여서 욕을 하며 거칠게 항의한 것은 사실이나, 결코 형사를 때리거나 기물을 파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범도 아닌데 정상적인 절차 없이 '수갑'을 채운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남대문서 형사들이 이번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남대문서 형사들의 이야기를 반박했다.

이후 C기자는 형사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졌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욕설이 오갔다. 이 시각이 대략 새벽 4시 30분 전후. C기자는 그로부터 한 시간 가량 수갑을 차고 있었다. 사태는 더욱 험악해졌다. 이 때 연합뉴스의 D기자가 형사계에 들어왔다.

'수갑'을 찬 C기자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당장 수갑을 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C기자는 형사계 안 책상 위에 놓여진 데스크탑 컴퓨터와 팩시밀리 등을 발로 차는 등 기물 일부를 파손시켰다.

이를 지켜보던 K경사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C기자를 끌고 피의자 대기실로 가서, 또 다른 수갑으로 그 근처에 있던 라디에이터에 C기자의 수갑을 연결해 놓았다. MBC C기자는 연합뉴스 D기자에게 "MBC 다른 기자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남대문서 수사과장이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수사반장에게 '수갑'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흥분한 젊은 형사들은 "(C기자를) 구속시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다, 결국 오전 5시 40분께 C기자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수갑에서 풀려난 C기자 또한 흥분한 상태에서 형사계 책상 위의 전화기를 집어던졌다. 흥분한 기자와 형사들 간에는 욕설이 오갔다. 오전 5시 50분께 MBC P기자(성동서 출입)가 도착했고, C기자는 오전 7시께 동료 P기자와 함께 형사계를 빠져나왔다.

김 경사, "너무 억울했습니다. 힘없는 말단 형사지만..."

김 경사는 7월1일 새벽 MBC C기자 사건 이후, 오후부터 다음 날인 7월2일 새벽까지 남대문경찰서 형사계 소속 형사 4명과 함께 서울시경 감찰과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그 날 아침에 남대문서로 출근해보니, '이번 사건으로 문책성 인사 이동 조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을 들은 김 경사는 그 날(7월2일) 퇴근 후 집에서 문제의 글을 작성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힘없는 말단 형사지만 뭔가 꿈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날 바로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다. 다음 날인 7월 3일 오전 남대문경찰서장으로부터 전보 발령 통지를 받고 나서야 그는 학보사 기자를 하고 있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 '항명'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MBC쪽에서 '경찰의 취재방해였고 인권유린이었다'는 요지의 반박 글을 올리자 김 경사는 아들을 시내 다방으로 불러냈다. 그는 부서진 집기를 찍어 놓은 증거 사진과 증인 기록 등을 넘겨줬고, 아들은 그것을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띄웠다. 김 경사에 따르면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관련 자료를 올렸으나 삭제됐다고 한다. 이렇게 7월3일 하루동안 김 경사와 그의 아들은 MBC쪽과 한바탕 '인터넷 전쟁'을 치른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전보 발령 조처를 받은 남대문서 형사는 모두 3명. 제일 연장자이자 사건 당일 당직 데스크를 보고 있었던 김해기 경사는 노량진 경찰서로 발령이 났다. 또 MBC C기자에게 수갑을 채우려했던 차윤주(34) 형사는 용산 경찰서 관할 서빙고 파출소로, 제일 처음 C기자와 실랑이를 벌였던 백해룡(30) 형사는 마포 경찰서 관할 도화동 파출소로 발령이 났다. 모두 좌천된 셈이다.

이들은 모두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김 경사는 "우리가 잘못했다면 차라리 불법감금죄로 우리를 입건시켜라. 그러면 법정에 가서 무죄를 입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형사는 "오죽했으면 우리가 기자에게 수갑을 채웠겠느냐"며 "그런데도 서울시경 감찰과에서는 '왜 기자를 기분 나쁘게 했느냐'만 따졌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함께 있었지만 전보 발령 대상에서 제외된 남대문서 형사계의 다른 형사들도 이 3명에 대한 전보 발령 조처는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형사는 "이번 조처에 대해 상부에 불만이 많다"며 다른 형사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데 도와줬다고 밝혔다.

MBC쪽, 홈페이지 게시판 통해 "왜곡됐다"며 해명의 글 실어

한편,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진 김 경사의 글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7월 3일 MBC쪽에서는 해당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요지로 해명의 글을 띄웠다.

"MBC C기자는 7월 1일 새벽 4시 20분쯤 남대문경찰서에 도착해 형사계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형사계 당직은 당신이 기잔지 어떻게 아냐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C기자는 매일 오는 출입 기자에게 이럴수 있냐고 항의했습니다.

결국 C기자와 형사들간에 폭언이 오고갔고, 형사 한 명은 최기자의 멱살을 잡아 와이셔츠 단추 3개가 떨어졌습니다. C기자가 계속 항의하자. 형사 3명이 달려들어 C기자의 무릎을 꿇리고 양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습니다. 게다가 라디에이터에 묶어놓기까지 했습니다.

새벽 5시 반쯤, 연합뉴스 동료 기자가 C기자를 보고 당직 반장에게 MBC기자 맞는데 수갑까지 채우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반장은 무시했습니다. 결국 C기자가 연합뉴스 기자에게 부탁해 남대문서 수사과장과 통화했습니다.

수사과장은 앞뒤 사정을 듣고 수갑을 풀어줄 것을 지시했으나 당직반장은 듣지 않고 계속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러자 격앙된 C기자가 컴퓨터와 전화기 등을 던지며 항의했고, 1시간만인 6시쯤 수갑을 풀어줬습니다.

C기자의 행동이 모두 옳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경찰은 사태가 불거지자 C기자가 먼저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부려서 수갑을 채웠다고 허위 보고를 했고, 이 보고는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연합뉴스 기자에 의해 거짓임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해당 경찰은 이미 징계 조처를 받았습니다.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경찰 수뇌부-MBC 협상 "서로 더 이상 문제삼지 말자"

한편, MBC C기자 건과 관련해 경찰 수뇌부와 MBC는 몇 차례에 걸친 막후 대화를 통해 "더 이상 문제를 확대하지 말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첫 대화는 지난 7월 2일 일요일 여의도 MBC 본사에서 있었다.

윤웅섭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 날 MBC를 방문해 "MBC가 7월 1일(토)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내보낸 '경찰 롯데호텔 노조 음주진압'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경찰쪽의 입장을 설명한 후 C기자 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에서 MBC쪽은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합당한 징계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7월 3일(월) 김해기 경사 등 남대문서 관련 경찰관 3명을 노량진서 등으로 전보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MBC와 경찰 등 양쪽 수뇌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번 사건이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경찰과 MBC는 7월 3일 다시 접촉을 갖고 '최종 합의'를 하기에 이른다. 이 날 오후 서울시경 수뇌부와 MBC 사회부 고참 기자가 만나 "더 이상 문제삼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한 경찰의 '인터넷 항명'이 어디까지 진실을 담고 있으며, 어디까지가 과장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또 이번 기회에 '기자와 경찰'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사의 고참 기자는 "시대가 바뀐 만큼 '경찰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는 것이 (사회부) 기자다운 기자로 인식되었던 '구시대적' 취재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를 대하는 경찰서 등 정부기관의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기자라고 하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기관의 태도가 기자들의 과잉된 취재 경쟁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바로잡습니다>

위의 기사 가운데 지난 7월 2일 MBC를 방문한 경찰 수뇌부는 이무영 경찰청장이 아니라 윤웅섭 서울지방경찰청장입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정정합니다.

덧붙이는 글 <바로잡습니다>

위의 기사 가운데 지난 7월 2일 MBC를 방문한 경찰 수뇌부는 이무영 경찰청장이 아니라 윤웅섭 서울지방경찰청장입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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