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여, 당신들이 말하는 개혁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24일의 국회법 날치기, 어처구니없는 'JP 살리기'

등록 2000.07.24 19:39수정 2000.08.17 10:08
0
원고료로 응원
가까스로 정상화되었던 국회가 다시 파행으로 들어갔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당측은 7월 24일 운영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했고, 이에 반발한 야당은 본회의장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16대 국회의 시작부터 계속되는 공전과 날치기의 연속을 지켜보며 불과 세달여전에 16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했던 국민들은 "또 속았다"는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여당이 운영위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자민련 살리기' 법안이다. 16대 총선에서 17석짜리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자민련이 어떻게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시혜'를 베푸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다른 명분은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다. 도대체 이런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어디 있는가.

그동안 이 나라의 정치판을 혼란시키며 유권자들의 지역감정만을 부추켜온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원내교섭단체 불가'로 나왔다면, 그러한 민의에 승복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정치권의 당연한 책무이다. 따라서 여당측의 이번 국회법 개정 시도는 16대 총선 민의를 거부하는 정치적 쿠데타이다.

여야 사이를 오가는 흥정을 하며 이같은 사태를 촉발시킨 자민련에게는 묻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민주당에게는 묻지않을 수 없다. 이러고서도 당신들 당의 총재는 '개혁'을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개혁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자민련이라는 한 정파를 살리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한다는 발상 자체도 부끄러운 것이거늘, 16대 국회의 시작을 날치기로 얼룩지게 한 행위는 당신들이 말하던 개혁과는 도대체 어떠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는 것인가. 평범한 시민들의 머리로는 정말 이해가 가지않는 모습들이다.

민주당에게 말하고 싶다. 더 이상 정치판을 혼탁하게 만들지 말고 자민련을 잊어라. 국민이 보다 못해 퇴출시키려 한 정당을 사지(死地)에서 구해주는 것이 개혁을 말하는 정당이 할 일은 아니다.


집권당이 갖는 '원내 과반수'의 절박성을 모르지는 않는다. 여소야대의 구도에서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 내키지않는 무리를 한 집권당의 곤혹스러움을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될 일이 있는 법이다.

지금 국회법 날치기로 '자민련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JP를 보고싶지 않다는 민의를 거역하며 JP를 부활시킬 때 그 정치적 폐해가 두고두고 계속될 것임을 안다면, 적어도 개혁을 말하던 집권당이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


답답한 노릇은 이같은 여당의 행태를 비판해야 할 야당조차 자민련의 유혹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해가 나던 날, 퍼붓는 비를 뚫고 이회창 총재가 골프장으로 달려가 JP를 만나던 모습에서 국민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이른바 '광폭의 정치'의 미덕을 느꼈을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계산법으로 말해 '광폭의 정치'에 감명받아 생기는게 1백만표였다면, 야유와 함께 등돌렸을 표가 2백만, 3백만이었을지 모른다. 3김정치를 그렇게 비난하고 DJP연합의 부도덕성을 그렇게 비판하던 정치지도자가 아무런 상식적 과정도 없이 하루아침에 JP와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그리 진실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YS가 이 총재에게 충고했다던 "JP를 잡았어야 했다"던 정치공학의 논리를 뒤늦게 깨달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이 총재가 말해왔던 '새 정치'와는 목적지가 전혀 다른 길이다.

자민련을 둘러싸고 밀고당기는 여야의 모습을 지켜보면 결국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은 잃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정치에서 숫자채우기도 몰론 중요하지만, 민심의 흐름을 따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국민들은 일관되고 분명한 철학과 소신을 가진 정치지도자를 보고싶어 한다. 최소한의 원칙도 명분도 없는 갈지(之)자 행보를 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있겠는가. 상식에 비추어 떳떳한 큰 길을 가는 길이 바로 사는 길임을 이땅의 정치지도자들은 어째서 모르고 있는지 답답한 일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5. 5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