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나라에서 SF에 대한 인식은 조악하기 그지 없다. SF(Science Fiction:과학소설)을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잘못 번역되어 보급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어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저급장르로 인식하기 보통이다.
나이가 든 이가 SF를 읽고 있으면 아직도 그런 책을 읽느냐면서 만류하거나 환타지와 SF를 같은 류의 장르로 인식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덕분에 우리 나라에서 SF에 관련된 소설이나 잡지는 아직 독립된 코너를 잡지 못할 만큼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거나 대다수가 절판 또는 폐간의 운명을 맞고 있다.
하지만 SF의 본질은 판타지와 같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지식과 아이디어를 배경으로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변하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문학이다.
조선일보 SF칼럼리스트 고장원씨가 번역한 존 클루트(John Clute :영국의 비평가)의 정의에 따르면 SF는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한 어떤 세계의 사례를 논증하는 이야기"이다.
고장원씨의 글을 인용하자면,
"SF작가들은 현대과학의 언어와 가정 그리고 논증으로 일관된 용어들을 동원하거나 인간의 역사는 현실이 지속되는 과정이며 변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한 현실로부터 나온다는 우리의 깊이있는 통찰로 일관된 용어를 써서 그들의 변모한 (가상의) 세계들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훌륭한 SF라면 A라는 조건이 주어진다면 B라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물리학자들이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웜홀이 존재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독재자들을 길러낸다면, 1984년이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훌륭한 SF라면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이 될 수도 있고.서슬 시퍼런 경고를 담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몇 시간 동안 매력적인 사고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현재의 정치행태로부터 미래의 디스토피아들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내일의 세계에 대한 전망을 해보는 가 하면 아득히 먼 미래의 세계를 추측해보기도 한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경고를 해주는가 하면 위로를 해줄 수도 있다. 그것은 미래의 바람에 직면하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이처럼 기묘한 세기말에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는 중요한 사실에 적응하도록 해준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중요한 사실이란 바로 변화를 말한다."
실제 가장 역사상 세계 10대 영화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원작을 쓴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영국 공군의 레이더 장교로 재직하던 1945년 쓴 「Wireless World」라는 SF단편에서 통신위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미국이 이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1960년 최초의 실험통신위성 에코 1호를 발사한 이후 셰계는 이 저궤도 통신위성들을 이용한 범세계적인 개인 휴대통신과 인터넷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아서 클라크는 통신위성이 세계정치에 준 공헌에 대해, 그가 세계평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공을 기려 1994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또한 현실이 되기 어려우리라던 우주여행이나 여러 로봇, 기계등에 대한 원리들도 SF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바 크다.
몇십년전 쓰여진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에서는 유전자 선별로 태어난 이들이 계층을 만들어 살아가는 우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놈 프로젝트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이미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SF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척박한 우리 나라 출판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우리 나라 최초의 정기적 웹진인 월간 SF웹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현재 학생인 장강명씨와 웹디자이너 장정원, 작가 정년철씨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낸 월간 SF웹진은 상업적인 목적이 배제된 웹진으로써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등에서의 SF모임인 "멋진 신세계"동인들을 비롯한 각 SF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들 잡지의 편집진과 기고자들은 그 전문성에 있어서도 웬만한 웹진들의 수준들을 능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SF 칼럼리스트이자 번역가인 고장원 씨와 SF해설가이며 "라마와의 랑데뷰", "세계 SF걸작선" 등 수권의 SF소설들을 기획번역한 박상준 씨, 경제학 박사이며 한국개발연구원 주임등을 거친 이코노미스트이자 "세계휴먼SF걸작선"등을 편역한 홍인기씨, SF만화평론가 한동진씨 등이 고정적으로 칼럼과 연재물들을 기고하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SF번역물들과 국내와 해외의 SF관련소식들을 알리고 있다.
또한 이 잡지에서는 PC통신과 인터넷, 각 지역별 국내 SF 동호회들의 새로운 소식들과 함께 국내 아마추어 SF작가들의 작품들을 창작게시판등에 소개하고 있으며 또한 SF영화들과 만화, 책 들에 대한 SF동호인 들의 비평과 감상도 함께 싣고 있다.
이번 8월호 내용을 살펴보자면
'연재, 기고기사'에는 시간여행등 SF등에 대한 개념정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전문평론가들의 글들이 실려있다.
'국내 SF소식'에서는 용가리를 만든 심형래 씨가 세종문화회관과의 수익금 분쟁에서 패소했다는 소식과 함께 SBS 대형 애니메이션 트랙시티 방영 등의 소식들을 국내 신문기사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고호관씨가 정리한 '외국 SF 소식'에서는 배틀필드가 실패했음에도 이후 속편 제작논의가 있다는 소식과 베르너 빈지(Vernor Vinge)의 "A Deepness in the Sky"가 2000년 존 우드 캠벨(John W. Campbell) 기념상 SF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했으며, 데이빗 마루섹(David Marusek)의 "The Wedding Album"이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 기념상 SF단편소설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함께 알리고 있다.
이 시상식에서 폴 앤더슨Poul Anderson과 고든 딕스Gordon R.Dickson이 SF와 환타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고, 디어도어 스터전과 에릭 프랭크 러셀Eric Frank Russell은 사후추대되었다고 한다. 또한 터미네이터 3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여자 사이보그와 싸움을 할지도 모른다며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을 고사한 관계로 리들리 스코트등이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 블레이드 러너의 비밀이 밝혀졌다는 소식도 포함되어 있다.
「비평과 감상란」에서는 [골드] ,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엔더 4부작] 등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으며, 「영화와 만화」란에서는 [스타트렉]의 승무원들에 대한 프로필과 함께 [자이언트 로보]등에 대한 글들이 올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이 잡지는 다양한 장르의 SF와 정보를 소개함으로써 척박한 환경의 국내 SF 문학의 새로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링크에는 SF에 관련된 국내와 해외의 사이트등을 해설과 함께 실어놔서 SF에 관심있는 자들에게 길을 제시해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웹진은 해외에까지 알려졌던 국내 최대 SF 사이트지만 지금은 폐쇄된 Korean SF Archive의 자료를 넘겨받아 앞으로 서비스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KSFA사이트의 운영자 정상돈 씨는 옛 번역 SF들의 전산화 작업인 직지심체요절 프로젝트 (http://www.sfjikji.org)를 최근 마무리지은 걸로 알려져 있다.
편집장인 장강명씨는 창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주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겁니다. 돈벌이나 장사를 위한 것도 아니고, 장래의 댓가를 바란 것도 아닙니다. 저 자신이 웹진을 시작할 때도 뜻이 순수했고, 도와주신 분들 모두 선의로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참여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 웹진이 5000여개가 있다고 하는데, 만화나 심지어 특정 텔레비전 드라마, 특정 10대 연예인을 주제로 한 웹진은 많으면서도, SF 웹진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SF 웹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출판 시장은 더욱 열악하지요. 잡지 진열대의 게임 잡지들과 수학능력평가를 위한 어드바이스 잡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러워서 낯도 뜨거워지고, 또 뭔가 울컥 넘어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그런 느낌 들어보신 적 없으십니까? 똑같이 열악한 사정인,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들의 동인지를 보고 부러워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그리고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신지식인 광고에서 심형래 감독이 말하는 걸 보고는 그냥 비웃음만 나오던가요?
저는 심형래 감독이 아니고, 월간 SF 웹진도 용가리같은 대작이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우리 웹진이 - 기왕 창간된 이상 - 하나의 -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은 - 대안이라든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편집장의 말마따나 실제 이들은 광고료와 원고료 없이 자원봉사 및 일부 SF매니아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말 SF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순수 결정체 인 셈이다.
SF에 관심이 있거나 혹시라도 앞으로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이들은 이 사이트에 한 번 가보기 바란다. 지금껏 상업성이 짙었던 많은 웹진과는 달리 정말 순수하고 열정으로서 온라인상 에서 그들의 꿈을 만들어가는 가장 인터넷 답고 가장 SF다운 웹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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