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백두와 한라 올랐다"

안내견과 함께 '천지'와 '백록담'에 오른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씨

등록 2000.08.25 06:37수정 2000.08.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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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으로 인한 슬픔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시각장애인이 남북화해와 통일을 기원하며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다.

1급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안내견과 함께 지난 23일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송경태 씨(40.전북 시각장애인도서관장).

3년전부터 송씨의 눈역할을 하고 있는 5살짜리 안내견 ‘찬미’(영국 라브라도종)와 함께 지난 6일부터‘통일염원 삼천리 도보행진’나선 송씨는 이미 지난 7일 백두산 천지를 등반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성판악코스를 따라 오른 등반에는 찬미와 고교 친구이자 등반을 후원하고 있는 전주공고 총동문회 총무인 신진규 씨(40)와 진송욱 씨(42) 등 2명이 동행했다.

이북이 고향인 부모를 둔 동료 신씨에게도 이번 등반의 의미는 남다르다.
신씨는 "최근 이산가족 상봉 방송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부모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며, "분단으로 인한 아픔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정상에 도착한 송씨 일행은 백두산 천지에서 가지고 온 물·흙과 백록담에서 채취한 물·흙을 섞으며 “남과 북이 이처럼 통일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기원했다.

송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3년 군에 입대한 후 수류탄 폭발로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결국 송씨도 남북 분단에 의한 피해자인 셈이다.

“백두산과 한라산 등반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축하하고 남북간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전과 극복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송씨는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갖고 간 흙과 물을 이용해 오는 30일 모교 전주공고 교정에서 ‘통일기원 기념 식수’를 위해 토종 무궁화 나무를 심는다.

이어 송씨는 내년에 전주 월드컵축구장 옆에 조성되는 만남의 광장에 이 나무를 옮겨심을 생각이다.

송씨는 지난해 6월부터 2개월 동안 2002년 월드컵 홍보를 위해 1600㎞에 이른 미국대륙 동서부 도보 횡단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기간 송씨는 23개주 115개 도시를 순회하며 800.8㎞를 직접 걸었다.

송씨는 내년 4월 1일 국도1호선의 시발점인 목포를 출발, 판문점을 거쳐 신의주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삼천리 도보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통일부와 북한입국 허가 문제를 협의 중이다.

송씨는 "목포시청 앞을 출발해 국도 1호선을 따라 전주~논산~고성~판문점 구간 530㎞를 도보로 행군할 것"이라며, "북측에서 허락만 한다면 판문점에서 신의주까지 600㎞의 행군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남북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북허가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방북이 불허되면 통일되는 날 판문점에서 신의주까지 다시 도보행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록 하루 30㎞의 강행군이지만 송씨는 남북 화해와 통일의 의미를 담고 성공리에 치러낼 생각이다.

"장애인들에게 무한한 용기를 주고 통일을 향한 남북 화해에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송씨가 백두와 한라를 오르며 새천년을 맞이한 우리에게 던진 간절하고 소박한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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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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