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전 여행을 갔다가 강원도에서 성같은 건물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웅장하기에 무슨 유적지인가 했더니 모종교단체의 본부라고 하더군요. 저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토록 웅장한 규모의 건물들이 과연 어디에 쓰이는 것일지 궁금하더군요. 얘기를 들으니 근래 종단 내에서 정통성을 둘러싸고 싸움이 붙은 종교단체더군요. 그곳에서는 지금 단체의 수장들끼리 종단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사법부에 서로 고발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그곳에는 종교의 본절적인 목적이 아닌 탐욕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죠.
그때 문득 여러 가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IMF가 터지던 98년도 9월의 일입니다. 전 그때 아르바이트겸해서 직업소개소에 가서 육체노동(일명 노가다)을 뛰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게 된 곳이 모교회의 공사장이었습니다.(교회이름과 지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곳에 가서 저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모든 건물이 수입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고 벽돌조차도 여느 것과는 질이 틀린(무게가 몇 배로 무겁고 한 개 들기조차 어렵습니다)것이었습니다. 워낙에 고급자재를 쓰는지라 교회 건물 한 동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독에게 물었더니 자그만치 600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600억짜리 건물, 상상이 가십니까? 그때는 북한에서 어린이들이 굶어죽어간다는 소식이 날마다 들리던 때입니다.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돈이 1억달러가 채 안되던 때입니다. 과연 저러한 곳에서 가난한 이들이 접근이나 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기조차 했습니다.
뭐 다른 예도 있습니다. 모 교회 등에서는 결혼예식들을 치루면서 출장부페들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97년도에 출장부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유명한 교회들을 많이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 사장 사모님 말씀이 "다 이렇게 하려면 교회당 몇천만원씩 찔러줘야 한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서글펐습니다.
그 분은 곳곳에 다니며 이 교회 가서는 이쪽 신자인 양, 저 교회에 가서는 저쪽 신자인 양 행세하고 돈으로서 그 납품권을 따내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뿐이 아닙니다. 저는 94년도에 현재 엄청나게 교세가 확장된 모종교단체의 지부에 가본 일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우스개소리로 "인도" 이행시 "인상이 참 좋으시군요. 도를 아십니까" 바로 그곳입니다. 저에게는 "조상님이 뒤를 따라다니시는 걸 아십니까"라고 하더군요.
을지로에서 포교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서 어떤 곳일까 궁금하여 따라갔다가 돈을 들여 조상의 제사를 지내야 조상이 좋은 곳으로 간다면서 그곳도 많은 돈을 내어야 그 효험이 크다며 돈을 요구하는 걸 보고 기겁을 하여 거부하고 새벽 3시에 돌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아니 조상님과 돈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러나 저말고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나가면 귀신이 달라붙는다는 소리 때문에 겁을 먹어 나오지 못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며 그 비슷한 포교활동 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더군요. 지금은 엄청난 돈을 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돈을 모은 그들이 과연 구원되었을까요?
그 생각을 하면서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번뇌에 빠진 사람들, 죄를 지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 목적이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보이는 종교들은 구원보다는 세속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교회건물을 지어야 한다며 십일조와 헌금을 강요하는 어떤 교회, 입장료 수입을 둘러싸고 절의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스님들, 조상의 제사를 정성껏 모셔야 조상이 좋은 곳으로 간다며 겁을 주며 많은 돈을 헌금하기를 유도하는 모종교단체들, 크고 화려한 건물이 그 종교의 위상이 되고, 이미 거대사업화되어버린 종교단체들 속에서 진정한 구원의 모습을 우리는 얻을 수 있을까요?
그 당시 한 방송매체에서 보도되었던 양철교회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교회헌금의 90%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들이고 가능한 한 건축비를 안 들이고 지어 교회건물의 지붕이 양철로 덮인 그런 교회였습니다. 수천명 이상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어 웬만하면 좋은 건물 짓고도 남는 곳이었지만 그곳의 목사는 그러길 거부하더군요. 그들에겐 신자가 있는 곳이 교회지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잇는 곳이 교회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앞서 대리석으로 짓던 그 교회에 과연 가난한 이들이 설 자리는 있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종교란 결코 부자들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가난하고 헐벗고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대리석이 아닌 양철지붕을 가진 교회라도 그곳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곧 그곳이 천국이 아닐까요?
그들은 가난해짐으로써 진정한 부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이들이 아직은 있기 때문에 종교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비친 이 나라에서 그러한 이들이 발을 붙이기엔 너무나 어려워보입니다.
예수님이 으리으리한 궁전에서가 아니라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던 이유를, 부처님이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고행 끝에 열반하신 이유를, 여러 성인들이 많은 민중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그들의 일생을 마치신 이유를 많은 종교단체들은 다시금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물질에 혼탁해져 버린 사회를 구원하겠다던 종교가 같이 타락하는 것처럼 암담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거룩한 모습이 아닌, 웅장한 모습이 아닌 가난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얼굴을 한 종교를 간절히 바래어 볼 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