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의 통일이어야 하나

연방제는 통일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통일' 입니다.

등록 2000.09.07 15:07수정 2000.09.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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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평화와 통일'이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민족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화실현인가 아니면 민족통일인가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평화와 통일을 한 묶음으로 써온 우리로서는 납득되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현실에서는 매우 크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화를 목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통일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실천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평화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 갈라져 있다하더라도 서로 대결을 조장하지 않고 화친한다면 평화공존이 가능하니까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라는 현정부의 주장이나 보수언론의 논조는 모두 평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통일을 최소 20-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거나 북한의 자멸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지요.

이러한 주장은 일정하게 설득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통일이라는 것을 하나의 체제를 통한 하나의 정부를 전제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당연한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상황으로 볼 때 당장 하나의 체제, 정부로 될 수 없음이 확인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조장될 것이라는 불안이 깔려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통일의 상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어떤 형태를 통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죠. 국가연합 또는 낮은 수준의 연방제를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인식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연합의 경우는 이미 두 개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평화공존을 위한 형식은 가능하겠으나 통일국가라고 칭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연방제의 경우는 그 자체로 통일국가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외교권과 군사권을 연방정부가 가지고 있지 못한 형태이지만, 이미 하나의 국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연방제를 실시한 이상 통일국가이고, 그 이후의 과정은 통일국가 내부의 통합을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통일은 매우 가까이 와 있는 것입니다. 체제가 다른 연방제가 과연 가능한가하는 의문에 미리 속단해서도 안되고, 결국 우리가 실천하면서 답해야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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