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갤러리 씨어터의 최장연극 - <육체의 힘>

연극과 미술의 만남을 72시간 동안 본다

등록 2000.09.18 09:44수정 2000.09.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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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미술과 연극의 접목이나 크로스오버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통합을 추구하는 극단이 있다. 일반적인 스토리 중심의 극을 탈피하고 "회화적인 것이 곳 극적인 것이다" 라는 기본 에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단 갤러리 씨어터.

이들은 연극적 텍스트(플롯)로부터의 결별을 선언하고 전적으로 미술적인 배우들의 움직임과 세트를 주축으로 이미지를 창출하는 작업을 한다.


갤러리 씨어터는 주요배우 조창주, 양지웅, 신영주 미술담당의 박미화, 조연출의 김유신, 무대감독의 황성현, 촬영의 김종철, 작곡 허한솔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회화적인 것과 극적인 것의 조화, 충돌, 혼돈을 통하여 새로운 의미로 재창출한 미술과 연극의 탄생을 시도한다.

인간의 육체와 의식간의 관계를 다룬 "육체의 힘(Craft of Body)" 이라는 작품이 이번 <리틀 아시아 2000 부산>에 초청된다. 사흘 밤 낮,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는 이 연극은 최장시간만으로도 연극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긴 시간동안 변화하는 인간 육체를 파라핀이라는 오브제로 표현한다. 야외에서 공연될 이번 연극은 3m나 되는 커다란 파라핀을 설치하여 열판을 이용, 72시간동안 녹게 한다. 바로 그 아래에 통을 설치하여 떨어지는 촛농을 쌓이게 한다.

그 위에는 현재 계속 수집하고 있는 인간 육체의 세포, 즉 육체에서 분비되는 정액, 생리혈, 눈물따위를 층층마다 올려놓아 마치 지층의 모습을 형상화하도록 한다. 이러한 지층이 육체의 힘(기술, 교묘함)을 대변한다.

연출가 허한범 씨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서 볼 때 육체는 정신의 희생자인 것이다. 육체는 정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정신적인 것보다 더 상위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린애와 같은 결백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갤러리 씨어터의 이 같은 태동은 '그림 같은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볼 때 느끼는 것처럼 관객들이 배우를 바라볼 때 한 프레임처럼 보여지기를 원한다. 연극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미술과 연극을 규정하지 말고 그냥 눈으로 익히는 것이다.


연기자들은 배우라는 명칭보다는 실연자(實演者, performer)라는 인식아래에 극에 임한다. 일반적인 텍스트에 의한 캐릭터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라는 환경을 넘어 육체적인 그림 내지는 미술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러한 육체적인 미술성의 훈련은 그림을 많이 보고 언어를 어떻게 물감으로 환원시키는 가에 있다. 또한 끊임없이 작품을 연구하고 토론하며 연출자, 배우 할 것 없이 공동으로 대본을 만드는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은 "to show"라는 개념으로 보여주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미술관에서의 개념인 전시나 극장에서 느끼는 상연이라는 개념보다는 공연이라는 적극적인 의미속에서 갤러리 씨어터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공연이 지향하는 본연의 자세이다. 실연자를 통한 줄거리 진행, 살아있는 그림, 즉 실연자를 통해 회화와 연극의 진정한 만남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극의 개념을 완전히 깨고 확장된 무대의 지평을 지향하는 이들의 바람은 끊임없는 스터디와 살아있는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몸짓에서 잘 나타난다.

극단 <갤러리 씨어터>는 지난달 무대에 올려진 "시선과 응시의 분열' 공연의 좋은 반응으로 지난 7월 경성대 소극장에서 한달간 장기공연도 가졌다. 이번에 개최되는 "리틀 아시아 2000 페스티벌"에도 공식 초청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지난 8월에는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연습실을 마련하여 진정한 창조 작업의 공간으로서 활용한다.

미지의 영역을 보여줄 "육체의 힘"에서 우리는 진정한 육체의 의미와 시간의 현상을 실연자들(배우)의 회화적인 몸짓과 오브제(파라핀)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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