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화 <눈물>로 디지털 미래 조망 2

<눈물>을 통해 디지털의 진실을 말한다

등록 2000.10.10 14:26수정 2000.10.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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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의 <눈물>의 전체적인 촬영은 일반 영화의 나누어 찍기 방식이 아닌 소니 PD 100 기종인 6mm 카메라 3대를 동시에 쓰는 멀티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 주로 메인 마스터는 스테디 캠으로 와이드 렌즈 촬영을 하고 다른 두 대의 카메라는 고정된 망원으로 인물들을 촬영하는 쓰리풀 카메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며 커팅 수를 많이 늘려서 스피디한 진행에 역점을 두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이 갖는 최대한 장점 중의 하나로 들 수 있겠다. 특히 <눈물>같은 작품처럼 10대들의 거칠고 희망 없는 삶을 그리기에는 6mm 카메라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첫번째, 인파 통제 불가능에서도, 수많은 엑스트라 동원 없이도 촬영현장 어디에서나 기민한 민첩성과 순발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으로 배우가 움직이는 동선에 구애받지 않게 되며 배우들의 감정을 계속 이어가면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 디지털이 지닌 화소의 거침을 살리면서 고뇌에 대한 해체를 동시에 구현함으로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십대들의 섹스와 언행을 생생하게 살렸다.

세번째, 극소의 조명으로 최대의 효과를 살렸다. 일반 필름촬영은 조명 셋팅만 수시간을 잡아먹는데 비해 촬영횟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감독이 쉴틈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안타깝다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기도...

네번째, 애당초 <눈물>이라는 작품은 원래 35mm로 작업하려고 했지만 막대한 제작비 문제로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디지털 작업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펀딩도 쉽게 해결되었고, 임상수 감독도 이번이 첫 디지털 작업이었지만 예상외로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눈물>은 키네코 작업까지 해서 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물론 한국영화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기 때문에 디지털 영화라고 해서 전체 제작비가 크게 절감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필름, 조명, 카메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눈물>의 디지털 작업을 일반 영화작업과 비교하여 보았다.

일반 35mm 장편영화에 들어가는 편집기와 그 외 장비셋팅과 달리 DVCAM 소니 카메라 세대로 촬영, 98%가 핸드헬드(들고 찍기)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편집기는 수억원 상당의 아날로그 AVID 방식이 아닌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프리미어 5.1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였다.


화면배율은 보통 4:3 비율로 잡는데 비해 <눈물>은 늘려 찍어 16:9로 편집했다. 온라인 상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편집 PC 2~3대를 구축하여 미니 DV 테이프 총 80개를 가지고 데일리 편집작업을 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이나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초당 30프레임(29.97)의 NTSC 방식이 아닌 초당 25프레임(fps)의 PAL(주로 유럽에서 통용) 방식을 선택하였다.

프레임(frame)이란? 전체 움직이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초당 프레임 수가 많아지면 동작이 보다 부드럽게 느껴질 것이고 적은 프레임 수로는 화면이 깜빡거리거나 거칠고 부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PAL 방식을 선택한 것은 원씬 원캇과 과격한 카메라 워크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방식은 색깔이 날리는 것이 덜하고 초당 30 프레임의 방식보다 프레임 변환없이 키네코(키네스코핑) 작업에 더 유용하다. 전등불 아래서나 모니터에서 쉽게 일어나는 플리커(깜빡임)나 저글링 현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움직임, 떨림, 화면끊김이 해소가 된다.

촬영감독 이두만 씨가 디지털 작업에 있어서 주의할 사항을 몇 가지 제시했다. 일반적인 필름 작업과는 달리 기본적인 색감이나 재현력, 톤들이 DVCAM에서 보여지는 액정화면과는 많은 차이를 갖는다. 자세한 영상의 디테일이 필름에 비해 살지 않기 때문에 촬영시에는 손실될 것을 미리 계산해서 세팅을 하여야만 최종 프린트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기술 스텝들이 전체 톤에 주의를 해서 촬영, 조명, 분장, 의상을 잡아야 35mm 프린트로 제대로된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디오 소스 자체로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키네코에서는 거의가 다 블랙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콘트라스트가 낮은 화면으로 촬영을 해야 하며 화면의 밝기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된다.

필름작업은 여태까지 쭉 해왔던 거라 정해진 길이 있지만 디지털은 아직 새롭게 시작하는 분야라 갖춰진 틀이나 노하우가 없다. 어떠한 영상물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원하는 비쥬얼을 표현하려면 그만큼 많은 준비와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두만 촬영감독은 앞으로 디지털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덧붙였다.

이렇게 디지털 작업은 편리한 기동성과 배우들의 연기몰입, 그리고 자유로운 카메라를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기법으로의 발전을 가져다주지만 아직은 헤쳐나가야 할 여러 문제점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PIFF에서도 심도깊게 다루는 디지털 기술 세미나와 워크샵은 지난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박광수의 <빤스벗고 덤벼라>, 현재 제작중인 문승욱 감독의 <나비>, 해외 HD 영화와 제작 세미나를 통해 아직은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디지털 영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논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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