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를 흔든 반세계화의 함성

<영상르뽀> "경제테러 자행하는 IMF 해체하라"

등록 2000.10.12 04:44수정 2000.10.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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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주일 뒤면 서울 하늘 아래도 "반세계화", "신자유주의반대"를 외치는 함성이 울려퍼질 것입니다. 아시아 유럽의 지도자들이 함께 모이는 ASEM 회의에 맞춰, 국내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전세계 NGO 활동가들이 서울로 집결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NGO 활동가들은 시애틀과 프라하에서 울려퍼진 "반세계화의 함성"을 서울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프라하 현장을 김도균, 김혜옥 기자가 전해왔습니다. <편집자>


# 1 9월 26일, 미루 광장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나메스티 미루(체코말로 평화의 광장이라는 뜻입니다)에 9월 26일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이 날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차총회가 프라하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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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바로 세계화로 상징되는 이들 국제 금융기구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무지개 깃발 아래 춤을 추는 동성애자, 환경운동가, 이탈리아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농민, 붉은 기를 흔들며 혁명을 외치는 터키의 사회주의자까지 그야말로 이들의 출신성분들은 다양합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약 1만 2천명, 테크노 음악에 맞춰 정신 없이 춤을 추는 사람부터, 계단 위에 임시로 마련된 자유발언대에서 연설하는 사람, 탐욕스러운 IMF의 돼지로 분장한 시위자들의 즉흥연기까지 이 날 미루광장의 분위기는 집회장이라기 보다는 마치 축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2 의회센터로 행진하는 시위대


김도균 기자 capa1954@hanmail.net

오전 11시 30분, 시위대는 IMF와 세계은행의 총회가 열리는 의회센터 건물로 행진을 시작합니다. 각자의 노선과 자신이 선택한 시위방법에 따라 결정된 다섯색깔의 깃발이 이들의 시위를 이끕니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는 한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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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테러 자행하는 IMF,세계은행 해체하라."
"인간은 사고 파는 재산이 아니다."

거리에서 시위를 바라보던 많은 프라하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차량의 경적을 울려 지지를 표시하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의 행렬은 의회센터가 바라다 보이는 너슬(Nusle)다리 앞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장갑차와 물대포 등으로 중무장한 경찰이 다리를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체코의 한 신문은 이 다리를 가리켜 'A Bridge too far'라고 표현했습니다. 경찰과 한동안 대치하던 시위대는 즉석토론을 벌여 이후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 3 시위대 의회센터를 봉쇄하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의회센터로 통하는 다른 길을 찾아 달려 갑니다. 이 날 오후 의회센터로 통하는 모든 통로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 앞에 앉아 어깨를 걸고 합창을 하거나 서로 팔짱을 끼고 의회센터로 들어 가려는 총회 참가자들을 저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 날 의회센터로 가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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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전체적으로 평화스럽게 진행되었지만, 몇 곳의 거리에서는 주로 아나키스트들로 구성된 시위대와 경찰간의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이 날 밤까지 시위현장에서 외국인 146명을 포함하여 모두 422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라하 시내의 은행과 미국식 세계화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맥도널드, KFC 점포 등 8곳이 시위대에 의해 유리창이 부숴졌고, 이번 반세계화 시위를 주도한 INPEG(INITIATIVE AGAINST ECONOMIC GLOBALISATION) 정보센터가 체코 극우주의자로 보이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세 명의 스텝이 부상을 입고 기물이 파손되었습니다.


# 4 9월 27일 밤 구시가지 광장


이날 오후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홀리 대변인은 총회 폐막이 하루 앞당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시위대는 승리를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오후 8시 프라하의 관광명소 구시가지 광장은 야경을 즐기던 관광객들과 시위대들로 뒤섞여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서로 어깨를 걸고 노래를 부르던 시위대들은 동료들의 목에 타고 자유발언을 했습니다. 누군가 자기나라의 말로 연설을 시작하면 이내 영어, 체코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통역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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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왔다는 한 시위자는 광장에 즐비한 노천카페의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관광객들에게 "당신들이 푸짐한 저녁을 즐기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하루 1만 8천여명의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세계화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정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 싸움을 끝낼 것이고,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연설을 했고 이내 시위자들의 "We Will Win"이라는 함성이 광장을 뒤흔들었습니다.


# 5 9월 28일 체코 내무부 앞


시위 기간중 경찰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던 인권 옵서버(OPH)는 26일 연행된 시위자들에게 경찰이 적절한 치료와 음식물 공급, 변호사나 대사관에 연락을 해주지 않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의 연행자들에 대해서는 성추행과 구타 등 가혹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전 11시 체코 내무부 청사 앞 도로로 각양각색의 풍선을 든 수 백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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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떠한 종류의 폭력에도 분명히 반대하지만, 경찰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항의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미국에서 온 바네사 앤더슨의 말입니다. 그러나 이 평화적인 시위는 이내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진압되었습니다. 경찰은 시위자들을 거칠게 끌고 호송차에 태웠으며, 연행되기를 거부하던 일부의 시위자들은 짐짝처럼 들려져서 호송차에 실렸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과 기자들이 경찰을 향해 파시스트라고 외칩니다. 끌려가던 한 여성 시위자가 시민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습니다. 이윽고 그 여성의 모습은 호송차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취재 김도균 / 영상취재 김혜옥>
첨부파일 5 4 3 dolbegae_20103_1[5].asf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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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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