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걸으면 누군가 나를 따라오는 듯 하다

알고 보니 그건 갓 태어나 뽀송뽀송한 산소방울 '공기'였다

등록 2000.11.20 12:03수정 2000.1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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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서 오름으로 건너뛰는 중산간. 예전엔 제주 곳곳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숲이었다고 하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싹뚝싹둑 밀어제낀 오름들이 많아졌다. 그 여파로 지금도 나무없이 억새의 물결에 덮인 오름들이 대부분. 그 와중에도 오름 구석구석 푸른 옷을 두른 채 비록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에는 못미칠 지라도 새로 태어나는 공기를 마구 뿜어대는 절물 휴양림이 있어 천만 다행이다.

빗살 내리듯 밀집하여 곧게 내리뻗은 삼나무의 숲 그리고 그 사이에 통나무를 깔아놓아 통통 뛰며 걷는 기분. 표현의 공허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명도암 관광휴양목장을 지나 교래 산굼부리 사이, 오름 오르는 길에 '약수암'이란 절이 있고 그 동쪽 백여 미터 부근 숲 그늘에 '절물'이라는 물맞이 약수터가 있어 '절물오름'이라 불리우는 곳.


삼나무 숲을 벗어나 시원한 하늘이 펼쳐진 아래 아기자기한 돌로 둘러싼 연못에서 붕어와 잉어가 입씨름하고 민속놀이터와 자연관찰원 등이 야생화 틈바구니에서 숨을 죽이고 늘어서 있다. 약수터 뒤로 난 숲길이 꼭대기까지 이어져 햇빛도 들지 않는 활엽수림 아래서 고요한 숲속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절물오름은 40여미터 표고차인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5백여 미터 오르면 말발굽형 분화구의 정상이다. 이곳 전망대에선 일출봉과 제주시까지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큰 오름에서 잘록한 허리처럼 골이 패인 곳 연못의 왼쪽으로 돌아가다 보면 절물 즉 물맞이 약수터가 있다. 그래서 ;백중날'이면 신경통·허리병·냉병·부스럼병에 좋다하여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을 맞으러 오는 옛 풍속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졸졸 떨어져 물을 맞지는 못하더라도 오염없는 상쾌한 공기에 취하고, 시원한 '절물'에 목을 축여낸다는 것 바로 한시름 놓는다는 의미가 아닐지.

산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고 특히 겨울눈이라도 뿌리면 정말 딴세상을 연상케 한다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휴양림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겨울 산림욕은 쉽지 않다.

텁텁한 맛의 푸른 청미래 덩쿨 열매가 익어 붉은 알알이 맺히거나 찔래꽃 붉게 익어 보석같은 씨앗이 큰나무들 아래 덩굴지어 빛을 발하는 절물 휴양림. 녹음 짙은 숲에서 뿜어대는 '피톤치드'라는 방향성물질을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심신이 맑아지고 건강에 좋단다.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 문의 721-4075

덧붙이는 글 | 촉촉한 땅위를 덮은 통나무길..통나무길 위로 앉은 낙엽..낙엽을 소복히 덮은 하얀 눈..그 위로 걷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갓 태어난 상쾌한 공기와 함께하는 절물자연림속에서.

덧붙이는 글 촉촉한 땅위를 덮은 통나무길..통나무길 위로 앉은 낙엽..낙엽을 소복히 덮은 하얀 눈..그 위로 걷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갓 태어난 상쾌한 공기와 함께하는 절물자연림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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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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