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칠머리당 영등신굿

등록 2000.11.21 10:31수정 2000.11.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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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과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장수로의 입구 분근에 있는 칠머리당. 음력 2월이면 이곳에는 굿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있다. 예전부터 무속과 불교와 삶이 별 구분이 없는 제주에서 굿은 일종의 문화였다. 그래서 심방들이 신령과 인간 사이에서 양자를 매개시키는 특수한 의례인 굿도 각양각색.

그중 어촌에서 올려지던 영등신굿은 당(堂)에서 행하지만 마을의 수호신인 다신을 주대상으로 하지 않고 '영등신'을 청해 모시는 堂祭.


영등신을 민간에서는 영등할망이라고 하고 음력 2월1일 제주를 찾아와 해변의 고동류를 까먹으며 섬 주위 바다에 미역 전복 소라 등 바닷종자를 뿌리고 돌아갔다고 한다. 영등할망이 올 기간에는 출어나 빨래를 해선 안된다는데, 만일 빨래를 하면 집에 구더기가 생긴다고 전해왔다.

영등굿은 음력 2월 초하룻날엔 영등환영제를, 2월 12일에서 15일사이에는 영등송별제를 치룬다. 제주도의 구좌나 성산, 우도 등지에서 굿을 최근 몇 년 사이까지 벌였는데 역시 칠머리 당굿이 최고라 한다.

원래 당이 있던 곳이 일곱 개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어서 '칠머리당'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은 제주항 동편의 사라봉과 별도봉의 중간에 옮겨졌다.

중요무형문화제 제71호로 지정된 제주칠머리당굿. 원래 칠머리당의 당신은 '도원수감찰지방관'이라고. 하늘과 땅을 부모로 두어 자라서 명장이 되니 나라가 어지러워 천자님전에 들어가 남북의 적을 무찔러 공을 세웠다.

천자가 내리는 상을 정중히 거절하고 용왕의 딸과 혼인하고 해신대왕, 영등대왕 그리고 하동지영감, 남당할머니 등을 거느리고, 제주도 칠머리에 좌정했다는 신에 대한 풀이. 마모되긴 했지만 커다란 엄지손가락 모양의 도원수지방감찰관의 무신상은 제주민속박물관안의 제주무신궁에 놓여있다.


영등굿의 순서는 초감제, 용왕맞이, 씨들임, 씨점, 신받음, 액막이, 배방선의 차례로 진행된다. 구성진 가락에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절로 나와 흥을 돋구기도 하고...

구경이라도 하다가 끝날라치면 너무도 신기해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이 안서는 경우가 허다한데. 허실을 떠나서 진한 땀과 기를 토해내는 듯한 신방의 말과 몸짓에 머리끝으로 치닫는 긴장감으로 전율하게 된다.


선입견을 버리고 보아준다면 푸근한 발길을 돌릴 수 있을 듯. 사방각지에서 몰려드는 사진작가들과 알음알음 찾아온 외국인들도 카메라를 슬며시 들이밀고. 연극이나 무용을 하는 이들도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칠머리당 영등신굿.

어느 때인가 푸대접을 받던 무속이 제주의 깊은 곳에선 언제나 끈질긴 생명력을 토해내고 있었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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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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