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집중연재 세쨋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30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참여연대와 함께 합니다. 뉴스게릴라와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동참 바랍니다. --- 편집자)
한달간 '재벌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을 선언한 참여연대가 11월 23일 거리로 나섰다. 참여연대는 오는 12월 15일까지 삼성 변칙세습의 부당성을 여론화하고 국세청의 과세를 촉구하는 집중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종훈 회계사 등 10여명은 11월 23일 오전 11시 국세청 옆 종로YMCA 앞에서 국세청에 대한 1차 항의집회를 열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 등에 대한 조속한 과세를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삼성이 작년 2월에 저지른 일을 다 알고 있다, 오직 국세청만 모른체 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에게 솜방망이 시민에겐 쇠몽둥이, 국민들은 분노한다 국세청은 각성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회계사가 쓴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청장님, 지난 밤에 모든 것을 텅비운 상태에게 기도해 보셨나요?"라고 시작하는 공개편지에는 삼성SDS BW 저가발행에 대한 과세가 "법을 어긴 자는 재벌이고 뭐고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 달라는 것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윤회계사는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안정남 국세청장에게 공개편지를 써서 팩스를 통해 국세청에 보내고 인터넷에 공개할 계획이다. 윤회계사는 "공개편지는 국세청이 단지 '조사중'이라는 모호한 말이 아니라 과세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집회에서 삼성과 국세청에 의해 조세정의가 무너져가는 것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공연했다. 또한 참여연대 홍일표 간사는 국세청과 100여m 떨어진 YMCA건물 앞에서 집회를 하는 것에 대해 "국세청에 대한 항의집회를 그 앞에서 할 수 없는 것은, 비록 국세청 때문이 아니지만, 국세청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먼 곳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온두라스 대사관이 있는 삼성종로타워 앞에서는 어떤 집회도 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11월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11월 28일, 12월 5일, 12월 15일 등 일주일에 한번씩 같은 자리에서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첫째날>"더이상 국세청을 놔두지 않겠으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둘째날>"국세청장님, 150만명 허기 해결할 930억원을 버려둘 겁니까?"
다음은 윤종훈 회계사가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두번째 공개편지다.
국세청장님, 지난 밤에 모든 것을 텅비운 상태에서 기도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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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그리고자유 유장훈 |
아직, 청장님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간밤에 기도를 하지 않으셨거나 하셨어도 모든 것을 비우지는 못하신 모양입니다. 하긴, 청장님을 둘러싼 현실의 장벽이 너무도 두터워 한두번의 기도로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는 없겠지요.
저는 특정 종교를 믿는 신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도 혼란스러워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때면 그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의 '그 누군가'는 청장님이 믿는 천주교의 하느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머리를 완전히 비워야 영혼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혼탁한 현실속에서의 머리회전은 철저한 계산과 간교함만을 가져와 오히려 영혼을 멀리하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메아리는 가슴에서 울려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자만이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청장님의 가슴이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뜨거운지요?
삼성전자가 알짜 사업부를 단돈 63억원에 서울통신기술에 넘긴 이유?
현재, 주가의 폭락으로 많은 국민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가의 폭락은 개미투자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주가의 폭락은 소비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소비위축은 경기를 침체국면에 빠뜨려 주식투자에는 손도 대지 않은 국민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줍니다.
제가 이렇게 주가폭락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주가폭락의 원인중에는 경제적 요인외에 보이지 않는 경제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외국투자자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함은 한국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주가가 낮게 책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는 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60 - 70% 정도로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철저한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지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다면, 현재의 주가에서 43% 내지 67% 정도 상승됨을 뜻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99년 3월 1일, 삼성전자는 홈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서울통신기술(주)에 통째로 넘겼습니다. 삼성전자가 팔아 넘긴 홈네트워크 사업은 가정의 PC와 각종 가전제품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사업으로 가까운 장래에 가장 유망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각국의 전자업계는 홈네트워크 시스템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최근 LG전자는 디지털TV를 중심으로 하는 홈네트워크등에 3천억원을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미 96년 부터 중앙연구소및 미현지 연구소와 공동으로 홈네트워크 기술개발에 착수하여 "홈와이드웹(HWW)"를 개발하였으며, 한국과 미국등에 이미 특허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개최된 전미가전협회 디지탈 홈네트워크 기술표준회의에서 삼성전자가 독자개발한 "홈와이드웹(HWW)"이 미국의 표준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삼성전자로서는 경사중의 경사입니다. 그런데, 왜 이 알짜 사업부를 단돈 63억여원만 받고 서울통신기술(주)에 넘겼을까요?
그 비밀은 서울통신기술(주)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씨라는데 있습니다. 이재용씨는 현재 서울통신기술(주)의 주식을 50% 이상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학중인 이재용씨 삼성 직원으로 둔갑, 학비 지원" 의혹
삼성전자의 '쇼'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올해초,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우리사주 129주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사주라 함은 직원에게만 부여되는 주식입니다.
그러면,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직원이란 말입니까? 이재용씨는 현재 유학중인데, 어떻게 삼성전자의 직원이 될 수 있습니까? 이재용씨를 삼성전자의 직원으로 등재시켜놓고, 월급등의 형식으로 각종 유학비용을 지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벌인 '쇼'를 본 외국투자자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최고 기업이라는게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구멍가게 처럼 운영되고 있으니 다른 기업은 오죽하겠어?' 저라도 이러한 생각이 들 것입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고작 2.01%라는 사실을 알면 더욱 더 화가 날 것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투명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에 의한 투자위험' 때문이라고 보는데 전문가들은 별로 이견을 달지 않습니다. 주주는 투자이익을 보려고 투자합니다.
그런데, 한국 재벌기업의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총수일가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니 누가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위와 같은 내막을 모르는 개미투자자들만 삼성의 화려한 '껍데기'만 보고 달려 들었다가 전부 피해를 보는 것입니다.
제가 탈세제보한 사건으로 인해 이재용씨등은 증여당시 기준으로 약1,65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액면가 5천원 기준 주당27만원에 거래되는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8,455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입니다). 이를 반대로 보면, 삼성SDS는 1,651억원을 손해본 셈입니다. 이 내막을 알고 나면, 누가 이 회사에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개미투자자들의 돈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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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그리고자유 유장훈 |
요즈음 금융사고가 자주 터지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주식투자에 실패한 금융기관 직원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저지른 금융사고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주식투자에 실패하여 자살한 사람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물론, 주식투자의 궁극적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총수일가에 의한 위와 같은 '쇼'만 없었다면, 개미투자자들의 손실폭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남겨두고 한많은 세상을 떠난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주식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합니다. 즉, 누군가 잃은 돈은 반드시 누군가 따게 되어있는 도박과 같은 것이라는 거죠. 개미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지금 어디에 가 있을까요?
이건희 회장은 삼성자동차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한때 삼성을 위기에 몰아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황제로서의 권한은 변함없이 굳건합니다. 책임 경영이 확립된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게다가, 소액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면서 장남인 이재용씨에게 경영권을 세습시켰습니다. 이재용씨가 경영자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태어났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하죠? 그렇지 않다면, 삼성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텐데.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이 현실을 모르는 30대 초반의 황태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어느 전문가가 우리나라 상속세법이 100% 효과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 재벌의 경영권세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국세청은 재벌개혁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탈세제보한 사건은 단순히 이재용이라는 개인의 탈세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청장님께서 4대 재벌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를 하겠다고 말씀하신 이후, 아무런 성과도 없이 올해 연말까지 주식이동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재벌개혁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디, 이 사건에 대해 과세하시어 이 나라에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 주십시오. 인위적인 재벌개혁은 저도 반대합니다. 다만, 법을 어긴 자는 재벌이고 뭐고 용납하지 않음을 보여 달라는 것 뿐입니다. 그래야, 우리나라 시장이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고, 개미투자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청장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머리를 비우고 가슴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삼성의 장난에 놀아난 개미투자자의 피맺힌 절규가 들릴 것입니다. 그 소리가 들리면 차분히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들릴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은 이렇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요?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2000년 11월 23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 종 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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