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업계 떠오르는 별

<릴레이인터뷰> 김정태 그로벌한넷사장

등록 2000.11.25 18:54수정 2000.11.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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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 양재동에 위치한 그로벌한넷 김정태(39) 사장의 사무실에는 사훈을 적어놓은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사훈은 '가족'.이 회사가 내건 가족이란 사훈의 의미는 색다르다.가족처럼 오손도손 잘 지내자는 의미가 아니라,회사를 직원 모두가 물려가며 운영하자는 뜻을 담고있다.

“창업한 오너가 마르고 닳도록 경영권을 욺켜쥐는 게 아니라,창업자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물러나고,다른 멤버가 그 뒤를 순차적으로 물려받기로 창업초기 약속했습니다”

사원끼리의 대물림 경영을 모토로 내건 독특한 사훈이다.김 사장은 매우 자신감있는 CEO다.그는 국내 손꼽히는 전자화폐(IC카드) 마케팅 전문가.김 사장은 IC카드 베테랑답게 시장동향과 전자화폐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응용분야가 어떻게 확대될 것이고,어떤 곳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될 것이라는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그로벌한넷은 IC카드리더기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전문개발하는 업체.

올해 프로젝트수주금액만 134억원에 달할만큼 폭발적인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다.올해 매출은 30억원,내년에는 8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내년에는 수주액만 255억원규모에 이를 것이란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 고졸 공채로 입사한 이유


김 사장은 삼성전자 고졸공채출신. 전문대를 나왔지만 명문대출신들이 즐비한 대졸공채보다는 고졸공채로 입사, 돋보이게 일하고 싶어 고졸공채를 택했다.

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총무,관리,인사,기획 등을 두루 거치며 기업관리업무를 터득했다. 해마다 특진을 거듭한 그는 연봉을 입사동기보다 서너배 많이 받을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8년 가까운 관리업무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관리업무만 해서는 5년후 제 자신이 별로 경쟁력이 없을 것같았습니다. 마케팅쪽에서 승부를 내기로 마음먹었죠”

92년, 그는 임원을 졸라 사내 직원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기획파트를 뿌리치고, 척박한 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영업부로 옮겨 처음 접한 제품이 바로 IC카드였다.

김 사장은 98년 퇴사할 때까지 꼬박 8년간 IC카드와 씨름했다. 그가 IC카드 마케팅을 시작한 92년은 국내에 IC카드가 막 선보이던 때였다.

“처음에는 용어조차 모르겠더라구요.정말 공부 많이 했죠. 7, 8개월동안 집에서 3시간이상 자본적이 없을 정도로 매달렸습니다”32살에 시작한 마케팅은 그에게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안겨줬다.

영업부로 옮긴 지 1년이 지나자, 그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하나둘 따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총동원, 다양하게 응용범위를 제시한 사업제안서를 들고 그는 신나게 돌아다녔다.

당시는 국내 신용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를 전자화폐로 바꾸는 작업을 검토하기 시작할 때였다. 그가 IC카드 영업맨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정부부처에 납품한 초과근무시스템.

초과근무수당은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사안. 감사원 감사시 늘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잔업한 초과근무수당을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계산하다 보니, 늘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

이런 점을 감파한 김 사장은 IC카드를 이용, 초과근무시간을 자동집계한 후 이를 급여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기획해 재경부에 제안했다.

출퇴근시간이 IC카드로 체크되기 때문에 초과근무시간은 초단위까지 자동 집계됐다.즉 근거자료를 확실하게 있는 것. 이후 재경부의 초과근무수당건은 감사원 감사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부처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해 그는 60여개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에 이 시스템을 납품했다. 신용카드회사에 IC카드시스템을 구축하고, 은행에 전자통장시스템을 설치해준 것도 그였다.

8년이 흐른 98년 어느날, 김 사장은 IC카드 영업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케팅을 하면서 IC카드가 정말 성공한 것인 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IC카드가 대세라는 분위기는 형성됐지만 IC카드가 과연 성공했는 지는 제 자신도 의심스러웠습니다”

마침 98년 7월 IC카드사업부가 삼성전자에서 삼성SDS로 이관되자 그는 그해 9월 퇴사를 결심했다.

◆ 떠밀려 한 창업

“너무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와 이제는 그만 둘때가 됐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충 IC카드 장사하는 방법은 터득한 것같아 ‘나를 찾자’는 생각에 무작정 그만뒀죠”

선배가 하는 회사에 입사, 9개월간 중소기업의 자금이나 사업기획 등을 체험했다. “벤처기업에 잠시 근무하면서 벤처기업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영진과 약간의 마찰이 있어 미련없이 회사를 나왔다. 99년 6월, 후배 3명이 용인 수지에 있는 집으로 찾아왔다. 후배들의 ‘해보자’는 제안에 김 사장은 어쩔 수없이 창업을 약속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한달간 저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창업준비를 했습니다. 개발 아이템과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죠.”4명의 멤버는 99년 7월 1일 법인설립을 마치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양재동에 12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직원 9명중 7명이 개발엔지니어였다. 개발에 나선 지 2개월만인 8월말쯤 카드리더기를 선보였다.

그해 카드리더기 6000대를 납품하며 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이 내놓은 카드리더기는 국내 전자화폐시장에 일대 소용돌이를 몰고온 중요한 단초역할을 했다.

15만원에서 20만원가량하던 카드리더기의 가격을 단숨에 1만원대로 낮춘 장본인이 바로 그로벌한넷이였기 때문이다.“핵심모듈을 개발하지 않고는 원가절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듈 회로에 꽂히는 부품수를 줄여 가격을 낮췄죠. 6번이나 가격을 내렸습니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개발했다. 대박을 예감이라도 했을까? 그의 저가정책은 적중해 99년 9월부터 프로젝트가 물밀듯이 쏟아졌다.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매출로 잡힐 프로젝트계약이 숨돌릴 틈도 없이 이뤄졌다. 그로벌한넷은 올해 무려 134억원대의 프로젝트를 수주,기염을 토했다.

이미 올해 단말기 75만대를 수주했다. 1만원씩만 쳐도 75억원어치나 되는 엄청난 물량이다. PC방 관련 단체와 계약을 맺고 전국 PC방에 이를 깔기로 합의했다.

◆ 독특한 마케팅, ‘너도 돈번다’

그로벌한넷의 폭발력은 단순히 카드리더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 독특한 사업모델에 있다. 김 사장은 IC카드 마케팅 전문가답게 늘 여느 IC카드 리더기업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매력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무작정 IC카드 리더기를 사달라고 매달리는 게 아니라,”당신도 IC카드리더기를 설치하면 엄청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윈윈’ 마케팅전략을 구사한다.

그는 누군가 IC카드와 카드리더기의 비용을 부담하지만, 참여 업체 모두가 돈을 버는 ‘누이좋고 매부좋은’조건을 제시한다. 김 사장은 이러한 인프라비용을 부담하는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에 이를 상쇄하고 남을만한 ‘돈버는 방법’을 반드시 안겨준다.

삼성전자 서버마케팅파트에서 운영하는 IOS카드가 대표적인 케이스.300여개 삼성전자 서버판매대리점들에게 제공한 ‘IC카드 발주시스템’은 대리점들이 사용하는 PC화면에 서버발주 브라우저를 자동으로 띄워주고, 클릭만 하면 발주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물론 IC카드는 수수료 수입을 보장받은 신용카드회사에서 제공한다. “하드웨어만을 저가에 판매하는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희들은 입찰형태의 가격경쟁으로 납품하는 비즈니스는 절대 안하죠”

김 사장은 때문에 늘 먼저 그림을 그려 제시한 후 납품권을 따낸다.가격경쟁으로 경쟁사를 죽이고 살아남는 전통적인 입찰개념의 사업스타일을 탈피한 덕분이다.

“고객인 IC카드리더기 이용업체는 공짜로 단말기를 깔 수 있어 좋고, 리더기설치 비용을 부담한 은행은 지속적인 카드수수료를 챙길 수있어 좋고,그리고 저희들은 제품을 납품할 수 있어 좋고, 3자가 모두 즐거운 거죠”

김 사장은 이러한 형태의 IC카드 사업모델에 대해 국내외에 BM특허를 출원해놓고 있다.한술 더떠 카드리더기를 설치해주고,로열티를 받는 개념도 도입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돈을 벌수 있는 사업모델을 제시합니다. 대신 너만 좋은 게 아니라,나도 조금 번다는 점을 설명하죠”.

때문에 김 사장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늘 10~3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초대형 사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네번째로 개발한 13.56 ㎒ 리더기용 모듈을 보급하는 방안도 이와 유사하다. B타입의 이 제품은 보안성이 매우 뛰어나지만 전량 수입되고 있다.

문제는 A,B형 IC카드를 모두 읽을 수 있는 IC카드리더기를 보급하는 일.125억원에 이를만큼 엄청난 규모지만 이를 시중은행들이 부담토록 할 계획이다.

카드발급 회사의 경우 수수료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만큼, 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고객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를 비용부담없이 수용할 수있도록 유도하는 개념이다.

“싫다고 하면 안하면 됩니다. 하겠다는 업체는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일을 추진합니다.”

◆ 김정태의 꿈

김 사장의 머리에는 요즘 ‘마일리지’로 가득차 있다. 비행기 마일리지에서부터 주유마일리지, 각종 백화점 상품구매시 쌓이는 마일리지 등 그가 생각하는 마일리지는 수십여개에 이른다.

김 사장이 생각중인 사업은 쌓여도 현금화할 수 없는 마일리지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겠다는 마일리지양성화 비즈니스.

“마일리지는 현금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수면밑 가치입니다. 하지만 쌓여있는 마일리지를 원하는 때에 돈으로 환산해 이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마일리지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업을 준비중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네트워크가 깔리면 ‘국민들에게 마일리지를 돌려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조원대에 이르는 마일리지의 IC카드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김 사장은 IC 카드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깔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고 인터넷시장은 새로운 판도변화에 휩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추진중인 야심작은 IC카드를 삽입만 하면 웹브라우저가 자동으로 구동되고 인터넷에 즉시 접속할 수 있는 '인토아이시스템'. 한 장의 카드만으로 어떤 PC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PC환경을 즉시 띄울 수 있는 제품이다.

이를테면 초기화면이나 메일 등을 어느 PC에서나 동일하게 띄우거나 볼 수 있는 것. 또 한장의 IC카드로 은행, 증권, 쇼핑, 게임, 교통카드 등으로 사용가능하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 제품은 카드만 꽂으면 인터넷에 자동으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PC를 잘 다룰줄 모르는 중장년층 등 인터넷 소외계층에게 좋은 인터넷 길라잡이가 될 수있습니다.”

김 사장은 이와함께 인터넷TV와 셋업박스, 웹스크린 등 새로운 정보기기에 기대를 걸고있다. 해외진출도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할 프로젝트다.이미 일본,중국,유럽 등에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일본의 경우 히다찌,NTT 등과 협의중이다.

그로벌한넷 김정태 사장. 그는 전문대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전자화폐시장을 이끌고 있는 잘나가는 벤처기업의 CEO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inews24 제공

덧붙이는 글 inew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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