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자신보다 남 걱정을 더 많이 하세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 김장 담그기

등록 2000.11.27 04:49수정 2000.11.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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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제 위기가 온다는 불안감에 몸과 마음이 시려오는 11월의 마지막 일요일(26일)은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새벽잠에 빠져 있을 이른 7시, 종로3가 탑골공원 앞에는 1일 답사와 여행을 가는 버스와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 사이로 여행복 차림이 아닌 작업복 차림의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들은 지금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군 원당리 65)으로 함께 갈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26일(일) '나눔의 집'에는 이른 새벽부터 50여명의 자원활동가들로 북적북적했다. 이날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겨울나기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나눔의 모임' 회원 10여명, 한 손(천안 외국어대 봉사동아리)회원 7명,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2명, 겨레문화답사연합 회원 6명, 보이스카웃 중랑지부 77금강 지역대 대원 11명, 역사문제연구소 회원 2명, 장준하 기념사업회 회원 3명, 전교조 수원 지회 2명, 개인적으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7명 등이었다.

인근 사찰 '약사사'에서 배추 300포기를 보시 받아 1차로 22일(수) 문정 초등학교 어머니회 10여명과 퇴촌 도수 초등학교 어머니 4명으로 김장을 담았다. 그러나 이 300포기의 김장은 퇴촌의 장애인 시설 '은혜의 동산'에 100포기가 전달되었고 나머지 200포기는 10포씩 포장해서 독거 노인과 소년 소녀 가장에게 전달되었다 한다.

나눔의 집 황정란(35)간사에 의하면 "오히려 할머니들이 자신보다 남 걱정을 많이 하세요"라며 나눔의 집을 건축해서 무상으로 기증한 '대동 건설(대표 곽정환)'의 부도 때문에 가슴아파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 나머지 200포기의 김장은 전날(25일 토) 와 있던 '나눔의 모임' 회원과 한 손 회원들이 배추 다듬고 절이기, 무채, 양념 등을 미리 해 놓아 한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배추 속을 만들다 보이스카웃회 어머니가 "소금을 더 넣어라" "고추가루 더 넣어라", 다른 어머니는 "아냐 새우젓을 더 넣어라" 하는데 누군가가 "이러다 배추가 산으로 가겠네!" 하다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집에서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았다는 강임산(34) 씨는 배추속을 버무리는지 입고 온 셔츠를 버무리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고, 전교조 수원 지부에서 온 교사 1년차 김수경 선생님은 입고 온 바지를 버무리다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모두들 서투르고 처음 해 보는 대량의 김장이지만 나눔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이날의 김장 담그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부모님을 따라 온 보이스카웃의 중학생단원은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솟는 땀을 닦아내며 담근 배추를 옮기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작은 공동체를 일구어내는 50여 명의 자원활동가의 김장 작전은 오후 1시나 되어서야 끝이 났다. 흐뭇하게 지켜보시면서 이곳 저곳을 따라다니며 작전 지시를 하시는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점심시간! 이부영(고일 초등학교 교사) 씨가 준비해온 두부와 돼지고기, 막걸리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입으로 겉절이를 싸서 입으로 넣어 주는 모습에 피곤함도 잊어 버렸다.

식사 후 이들 자원활동가들은 강임산(겨레문화답사연합 사무국장) 씨의 안내로 역사관을 관람하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정부가 나서서 조속히 해결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나눔의 집 황경란 간사는 "정신대라는 단어는 1944년 일본이 패망직전 정신대 근로령을 만들면서 물자와 생산할 수 있는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용어로 현재까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위안부라는 용어도 일본 업자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 때문에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하며 "성노예, 성폭력희생자"라고 불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미묘한 입장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며 두 정부는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김대중 정부는 일본의 민간 단체에서 위로금 형식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생활지원비 명목으로 접수하여 할머니들에게 1인당 4,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문명금 할머니는 베트남에 기부했고(11월 3일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등의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하심) 김금자 할머니는 참여연대의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김옥자 할머니도 기부했다. 할머니들은 자기 삶을 돌아보시면서 사회환원으로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어하신다. 이런 할머니들의 노력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우리의 슬픈 근현대사가 속히 해결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부터 김장을 해온 '나눔의 모임' 최기영(36. 국세청근무) 씨는 "김장 비용은 모두 기금을 모아 처리하겠다. 배추와 무는 싸지만 양념 등의 재료가 작년보다 3배나 뛰었다. 총 130만원이 필요한데 현재 60만원이 모였다"라고 전하자 일부 자원활동가들은 우리가 먹은 점심 한끼라도 우리가 부담하자라며 즉석에서 모금을 하여 30여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이들은 서로들 상견례를 하며 내년에도 다시 보기로 하고 나눔의 집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한편 나눔의 집은 중국에서 오신 단신 할머니들에게 겨울옷이 부족하다며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청했다. 이제 겨울이라 수요 집회에 나가실 때 무척이나 괴롭다고 한다.

현재 나눔의 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형세탁기와 정수기이다. 현재 있는 작은 세탁기로는 이불 빨래가 불가능하고 방문객들이 사용하는 이불 빨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나눔의 집 지하수는 석회성분이 많아 반드시 걸러 마셔야 하는데 현재 것은 용량이 부족하여 한계가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소식과 자료는 www.nanum.org 로 접속하면 되고
도움을 주실 분은
국민은행 023-01-0537-101
농    협 053-01-231851
우 체 국 102327-0019430
제일은행 100-20-211271
조흥은행 390-04-180199
지로번호 7628171                예금주는 '나눔의 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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