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노자 특강'에 이어서 현재 K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논어 이야기' 첫 지방 강연회가 열렸다. 오늘 강연은 전남대학교 박물관 문화 강좌의 일환으로 주최되었으며 27일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서 전남대학교 용봉홀에서 진행되었다. 강연의 주제는 '공자의 예술관'이었다.
전남대 강연이 있게 된 것은 예전에 도올 선생과 전남대 박물관 관장인 이태호 교수와의 약속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이를 지키기 위해서 광주에 내려왔다고 한다.
강연 1시간 전부터 강연장은 강연을 듣고자 온 학생과 시민들로 인해서 혼잡했다. 오늘 강연에는 약 7백여명 정도 참석했다. 예상보다 많은 방청객으로 인해서 장내 정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더구나 초대권이 배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착순 입장을 시켜서 몇몇 방청객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도올 선생이 무대로 올라와서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인사를 했다. 도올 선생은 대학교 강단 이후로 이렇게 많은 방청객과 뜨거운 박수는 처음이라며 첫소감을 말했다. 또한 외가가 광주라서 어릴 때 자주 온 관계로 낯설지 않고 정이 가는 고장이라고 했다.
강연은 2회분을 연속해서 진행했는데 앉아 있는 방청객뿐만 아니라 강연 내내 서 있었던 이들까지도 진지한 표정이었다. 물론 간간히 졸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방청객들은 강연 중간중간 적절하게 박수와 호응을 해 주어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강연 도중에 한 방청객이 질문 깃발을 높이 치켜 들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대학생이라는 그는 질문 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즉석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강연이 끝나자 행복하세요라고 말해 또 한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3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 강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도올 선생은 깊은 감사의 표시를 했다.
강연 후 그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강연 책임자 KBS 홍경수 PD는 "방청객들이 적게 올까 봐 걱정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와 주셨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어서 참 좋았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 지방 강연은 언제 있느냐는 질문에 "올해는 없고 내년에 있을 예정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본 강연은 12월 1일 방송될 예정이다.
강연장에서의 도올
도올 선생은 지난 토요일에 도착해서 그 동안 운주사, 소쇄원 등을 다니며 자료 사진을 찍어서인지 조금은 피곤해 보였다.
첫회분은 평소 강연하던 곳이 아니어서인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방청객이 편히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무대의 절반을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배려했다. 마이크 음량 조절과 녹화에 따른 주의 사항 전달 등 완벽한 강연 및 녹화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방송의 특성을 잘 아는 그는 특히 방청객에게 많은 시청자들이 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 그는 편집에도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자막에 관한 것 등을 상의한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연령과 학력 및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방청하러 왔지만 강의 중에는 사제지간의 엄숙한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을 가졌고 방송을 우선시하는 그였기에 예전에 기침을 심하게 하던 방청객을 퇴장하게 했던 것 같았다.
오늘도 한 방청객이 퇴장 당했는데 강연 중에 무대에서 듣고 있던 초등학생이 계속 움직이면서 신경 쓰게 하자 밖으로 내 보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그의 그러한 조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강의는 준비된 대본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흐름이 끊기는 것에 상당히 예민했다. 흐름이 끊기자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두 번째 녹화에서는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출입구도 닫아 달라고 했고 어느 정도 안정도 되고 분위기가 익숙해져서인지 처음보다 훨씬 역동적인 강의를 펴 나갔다.
도올 선생은 폭 넓은 지식의 소유자답게 여러 분야를 관련 지어서 설명했으며 특히 사람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예를 들었다. 그의 특유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집중 시키기에 적절했다. 그는 오늘 강연에서도 기존의 전문가 집단-건축가와 예술가-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방청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웃음을 유발하면서 풀어나갔다.
강연 중에 하나님에 관한 언급을 했었는데 기독교계를 의식해서인지 학술적인 것이라고 미리 규정을 내리고 이야기를 했다.
강연에서 나온 말
공자의 예술은 음악이 중심이다. 그가 오늘날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매일 노래방을 갔을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절차가 아닌 직관이다.
동양화는 원래 채색화에서 불교의 空 사상이 유입되면서 수묵산수로 바뀌었다. 고구려 벽화를 보라 수묵화가 있느냐?
아무리 외형이 화려하고 위대하게 보여도 기운생동하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
한글은 무형의 소리를 유형화한 우리 나라 최고의 디자인이다.
한글은 복잡한 소리를 체계적이면서도 단순하고 경제적으로 표현했다.
G와 K 사이에 어떤 체계가 보이느냐? ㄱ과 ㅋ은 체계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
동양적 세계관에서 진정한 無란 없다.
정신에서 정은 유형이고 신은 무형이다. 이를 mind로 잘못 알고 있다. 정과 신 사이에 기가 있다.
'혼나다'라는 말은 쓰는데 이는 혼이 몸에서 나갔다라는 뜻이다.
'나는 간다(I go.)'라고 할 때 서양에서는 가기 전에(go) 절대적인 나(I)가 있어야 하지만 동양에서는 가고 있는 것에 내가 있다.
이러한 세계관을 가졌기에 우리 말에는 주어가 주로 생략된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라고 하지 당신이나 너 안녕하세요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
신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디자인이 되고 있는 세계 속에 신이 있다.
여성의 공간이었던 부엌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여성의 지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길을 가다가 형편없는 건축을 보면 심미적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 나라 아파트 욕조는 서구인의 목욕 습관에 맞춘 것이다. 우리는 때를 벗기기 위해서 몸을 푹 담글 수 있는 욕조가 필요하다.
기능이 앞서고 그 뒤를 형태가 따라간다.(Form follow Fu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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