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쇼' MBC 10대 가수 가요제를 보고

이름에 걸맞지 않는 단순 세대별 최고가수 구분은 이제

등록 2001.01.02 23:14수정 2001.01.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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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저녁, MBC TV에서 진행된 '지상 최대의 쇼 10대 가수 가요제'를 봤다.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문세나 안치환, 김광석과 같은 예전 통기타 가수 노래를 좋아하는지라,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수나 노래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MBC가 여러분과 함께 하는 2000년 결산 인기가수 Festival! 2000년을 결산하며 가수들의 활동을 정리해 봅니다. 올해 인기 있었던 가수들은 누구누구였는지, 어떤 노래들을 히트시키고, 팬들을 열광시켰는지..."라는 광고 멘트가 생각났다. '우리 대중가요 결산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한다? 그것도 지상 최대의 쇼를 보면서...'

새해의 시작. 지난 해 지상 최대의 쇼를 본 소감을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멋진(?) 쇼를 본 것 같아서이다. 먼저 MBC측이 10대 가수를 선정함에 있어서 구분해 놓은 기준은, 30대 미만이 좋아하는 가수와 30대 이상이 좋아하는 가수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30세 미만 10대 가수로는 김현정, 백지영, 서태지, 신승훈, 유승준, HOT, 조성모, god, 컨츄리 꼬꼬, 핑클 등이, 30세 이상 10대 가수에는 나훈아, 백지영, 설운도, 송대관, 조성모, 조용필, god, 태진아, 핑클, 현철 씨가 선정되었다.

하지만 도무지 따로 30세 이상과 미만을 구분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30세 이상의 10대 가수로 뽑힌 트로트 4인방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0대 위주의 가수들로만 시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양적으로 구색 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망상일까?

댄스, 발라드, 힙합, 락 등과 같은 하나의 음악적 분류에 지나지 않는 트로트인데도, MBC의 이와 같은 30세 전후를 기준으로 하는 세대 분류는 단지 30세만 넘으면 '트로트=성인가요'라는 것을 등식화하는 듯 했다. 방송사가 앞장서 지금과 같은 젊은 세대 위주의 가요시장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 놓고, 연말 10대 가수 선정과 같은 시기만 오면 세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그들만의 10대 가수를 따로 뽑는 우리 방송의 웃지 못할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 방송은 10대 위주의 댄스 가요만을 확대재생산하고 있고, 상업적인 대중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10대 소비계층을 겨냥한 음악상품만을 만들어 내는데 '서태지 컴백쇼'와 같은 자리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한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는 방송의 현실부터 고치려는 노력을 올 한해 해주길 부탁한다. 단순히 가요시장의 구매와 소비 주체에서 멀어진 30대 이상의 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몇 년째 똑같은 트로트 가수 몇 명을 30대 이상을 대표하는 가수인 냥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지 말고 말이다.

한해 최고 인기 있었던 가수와 노래를 결산한다는 '지상최고의 쇼'라는 이름을 스스로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계층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다양한 장르를 방송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노력에서부터 30대 이상의 세대들을 배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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