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의 열차 예매표 반환기

철도청 상담원의 친절함을 나눠드립니다

등록 2001.02.24 19:48수정 2001.03.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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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부터 강원도 산간 지방에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인하여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우리 집 아이가 집에 오지 못하고 있다.


도로가 막혔으니 집에 오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현재 아이가 소지하고 있는 '열차 예매 승차권'이다.

예매한 열차표 어떻게 되나?

아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2. 22-2.24)이 끝나는 24일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하면 늦어도 서울역에서 밤 10시 이후에는 열차를 탈 수 있겠지 싶어 지난 일요일 거주지 역인 서대전 역에서 밤 10시 3분 서울발 무궁화호 열차표를 예매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폭설로 도로가 두절되어 금일 중으로는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면 아이의 열차표는 어떻게 되나?

쉽게 알아내지 못한 '환불 절차' 안내


최초 열차표를 구입한 서대전역에 문의했다. 그러자 고객이 승차할 서울역에 알아보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서울역 매표창구로 다시 전화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전화반환제도라는게 있지만, 당일 표를 가지고 오든지, 이튿날 오전 9시 까지 표를 가지고 직접 와야 50%환불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 강원도에서 폭설로 발이 묶여 있는 우리 아이는 금일 중으로 서울역에 와서 승차표를 반환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형편이다. 물론 내일 오전 9시가 아니라, 오전 중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니, 몇 일이 더 걸릴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아이의 승차권은 어떻게 되는가? 서울역 승차민원 안내자는 안타깝지만 그 이상의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더 구체적인 사안을 알아보려면 상급기관인 철도청 고객지원과로 알아보라면서 전화번호(1544-7788)를 안내해 주었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됐지만…

단돈 5천 원도 안 되는 자식의 승차권 1장을 사장(死藏)시키지 않기 위해 이 아비는 서대전역-서울역-철도청 등 여러 명의 상담원과의 시외 전화통화로 인하여 금전적으로 따지자면 얼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사정이긴 하나, 이런 천재지변으로 인한 승차권 반환 제도가 없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을 가지고, 다시 철도청 상담원과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똑 같은 사정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반복하기가 다소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초지종을 또 한번 설명하고 나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친절하고 자상한 철도청 고객센터

그러자 철도청 고객지원센터(상담원: 정미경)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다음과 같이 확실한 방법을 안내해 주었다.

먼저 전화민원 신청자인 나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묻더니, 열차표의 왼쪽 하단에「반환 번호」(4단위로 되어 있는 14개의 숫자)가 적혀 있으니, 승차권 소지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그 번호를 알아 놓고 상담원의 전화를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아이 휴대폰으로 즉시 반환 번호(3082-0224-0190-00)를 물어 적어 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철도청에서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원은 열차표 번호와 우리 집 아이 주민등록번호 등을 묻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약 2-3분 쯤 소요되었을까?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시 철도청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알아두면 편리한 '철도정보'

"서울역에서 반환처리 되도록 조치되었습니다.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언제든 반환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아드님이 소지하고 계신 승차권 뒷면에 《대전고객센터 3466창구 2. 24. 17:06 지정취소, 서울역 반환창구 설문환과 통화 필》이라고 기재한 후 승차권을 반환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철도청 상담원의 친절함 잊을 수 없어

철도청 상담원은 통화중에 이런 말도 했다. "이런 현상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어서, 처음 통화했던 분들은 구체적인 절차를 미처 안내해 드리지 못했던가 보군요."

그러나 나는 조금도 속상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기 저기 문의한 사안이 결국 성공적으로 해결이 잘 되어 참으로 신기하고 고맙기만 해서 이렇게 대꾸했다.

"아무튼 철도청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객으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이런 제도와 절차에 대한 '홍보미흡'은 그래도 아쉬움으로 남아

서울- 대전간 무궁화호 승차권 한 장을 값으로 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고객으로서는 이런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면 철도청에 미리 알려주어 다른 고객이 표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철도청에서는 특별한 사유와 인적사항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이런 제도를 열차 이용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직도 철도 이용에 대한 홍보가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겪은 경험담을 서둘러 여기 올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철도청고객센터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끝낸 지 30여분만에 올렸습니다. 혹여 비슷한 경우의 학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해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철도청고객센터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끝낸 지 30여분만에 올렸습니다. 혹여 비슷한 경우의 학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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