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체포조, "프랑스는 달랐다"

전화인터뷰: 파리의 체포조 박점규 조직 차장

등록 2001.03.02 16:15수정 2001.03.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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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달랐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 2월 23일 프랑스로 떠난 후, 3월 1일로 일주일째를 맞은 '김우중 체포 결사대'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 노동자라고 여기고 있는 프랑스 사회가, 노동자라는 인식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리잡혀 있는 한국 사회와 너무 비교된다"며 진보적인 프랑스 사회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체포조 중 한 명인 민주노총 박점규 조직차장은 체포조가 불어로 제작한 '김우중 체포', '한국의 노동자 탄압을 중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면 파리 시민들은 체포조에게 다가와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정말 한국에서는 노동자를 그렇게 탄압합니까?" 그들은 체포조가 제작한 유인물을 요구하거나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고 이들의 용기에 감동했다며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거나 우리처럼 선전전을 하면 마치 동물원 구경하듯이 쳐다보고 가거나 길 가기 불편한데 왜 저렇게 막고 서 있나 불평들을 늘어놓잖아요."

박차장은 에팔탑 앞 인권광장에서 시위를 할 때의 프랑스 현지 분위기를 설명하며 노동자 집회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 분위기와 너무도 비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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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조의 활동을 돕기 위해 프랑스 사회 내의 각 사회단체들도 발벗고 나섰다.


SUD(연대단결민주)는 이들이 묵을 숙소를 제공했고, 프랑스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 반대 단체 ATTAC(금융거래과세시민연대)는 체포조가 각종 사회단체 인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한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도 전달했다. 또 이들은 체포조의 활동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여 프랑스 돈으로 4만프랑을 전달하고 한국 언론에 항의 성명서를 광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프랑스와 유럽 각국 언론들도 체포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박차장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언론인 <르몽드>지는 체포조의 거리 홍보전을 동행 취재했고 대우자동차 문제에 대해 함께 토론도 하며 해법도 마련해 주었다"고 말했다. <르몽드>지 이외에 프랑스 공영방송 제2, 제3 텔레비전과 LCI(뉴스전문채널), <카날+>TV, 영국의 BBC, 멕시코 주간지 PROCESO 등도 이들의 활동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고 한다. 박차장은 또한 이들 외국 언론의 보도가 프랑스 현지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와 너무 비교가 됐다고 말했다.


박차장은 "프랑스 현지의 한국 언론은 우리에게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 '특별한 액션을 취할 거냐', '김우중을 잡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지 않느냐' 이렇게 밖에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언론은 프랑스 사회 내에 체포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어쩔 수 없이 취재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국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체포조는 프랑스 사회가 점점 부러워진다고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대의 뜻을 표해 자신들의 활동에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프랑스에는 판사 노조도 있다. 판사 노조?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직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경찰노조도 있고 판사 노조도 있어 프랑스 사회 내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박차장은 판사 노조가 체포조와의 면담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함께 연대하고 활동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회 의원인 알랑크리뱅 의원도 체포조를 직접 찾아와 "유럽연합 의회의 공식적인 결정을 통해 유럽정부에 김우중 씨의 입국금지 요청을 하고 3월 12일 부터 17일까지 정기의회 기간 동안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에 대한 공식 항의 서한을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체포조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씨도 체포조 활동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세화 씨는 체포조의 안내·통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서울의 여의도와 같은 장소인 라데팡스 전철역을 추천해 주었고 전철역 앞에서 함께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생 라자르역 광장에서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는 국제결사대와 홍세화 씨
▲생 라자르역 광장에서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는 국제결사대와 홍세화 씨
ⓒ 민주노총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홍세화 씨는 프랑스 사회가 체포조에 높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판사노조가 있을 만큼 사람들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인식이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포조에게 가장 힘든 점은 먹는 문제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넉넉하게 먹을 것을 살 수가 없어 출발할 때 가져간 라면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공동투쟁본부가 지원한 것은 왕복 비행기 티켓이 전부인 탓에 체포조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현지 후원금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것들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김대중 정부의 노동 탄압 정책에 대해 더욱 크게 알려낼 것이며 비록 우리가 김우중을 잡지 못하더라도 시대의 도둑을 정부가 반드시 잡을 수 있게 국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벌써 국제 사회는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이다"

박차장은 한국 노동자들은 혼자가 아니며 세계의 노동자들과 연대해 정부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조는 또한 민간인 신분 최초로 인터폴을 방문해 수사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 박차장은 "프랑스 사회 단체 ATTAC, CGT, CFDT 등 많은 사회단체들은 한국에서 온 결사대가 전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인터폴 방문이라는 성과도 얻게 된 것이라고 평가해 준다"고 전했다.

체포조는 또 한국 정부가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5년간 유예하기로 한 법률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기로 했으며, 3월 3일(토)에는 김우중의 별장이 있는 니스로 가 김우중을 체포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 김우중이 어떤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노동자들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박차장은 "반드시 김우중을 노동자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의로 가득차 있으니 체포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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