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요금 너무 비싸요. 안 쓴다고 안 쓴다고 노력해도 한 달에 몇 만원씩 어휴..."
"서비스가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아. 요금이 비싸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요금이 턱없이 비싸지, 안 그래?"
국내이동전화의 가입자가 2700만 명이 넘어선 지금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이동전화의 요금에 대해 이와 같이 볼멘 소리를 하곤 한다. 700∼800만 가입자 시절 책정된 요금수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 아래 휴대폰 요금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과연 없는 것일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명 하에 폭리를 취하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들의 횡포를 보면서도 시민들은 그저 볼멘 소리밖에 낼 수 없는 것일까?
이동 전화 요금을 둘러싸고 제기돼왔던 문제와 시민들의 바람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그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내려라, 못 내린다.' 이동전화 요금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업체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드디어 참여연대가 본격적인 칼을 빼들었다.
참여연대, 거품요금 인하 100만인 물결운동 선포
참여연대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안국동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전화 거품요금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www.myhandphone.net)과 거리 캠페인 등 '100만인 서명을 목표로 한 물결운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동전화 기본료의 인하를 주장하는 기본적인 이유와 운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시작된 기자회견은 이번 운동에 있어 언론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부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어진 성명서낭독을 통해 참여연대는 "국내 이동전화의 가입자가 2700만 명이 넘어서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여전히 700~800만 당시 수준을 맴돌고 있다"고 지적하고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되고, 마케팅비용도 줄어드는 등 업체의 이익이 크게 호전된 만큼 부과 근거가 불투명한 기본요금을 30%이상 인하하거나, 기본통화를 40분 이상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요금 인하' 이외에도 '이동전화요금의 원가내역과 산정기준 공개' 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강화' '통신위원회의 독립과 위상 강화' 등 정부와 업계를 상대로 한 4대 요구사항을 발표하였다.
아직은 싸늘한 날씨, 그러나 뜨겁기만 한 관심
기자회견에 이어 참여연대는 시민과 함께 하는 첫 거리행사를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가졌다. 아직은 매서운 봄바람이 부는 싸늘한 날씨 속에서 펼쳐진 서명운동과 피켓시위, 퍼포먼스에 지나가는 시민들은 예상대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약 한시간 반 가량 이어진 거리행사에서 시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서명에 동참하였으며, 이동통신업체의 폭리와 요금인하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는 듯 했다.
친구들과 함께 서명을 하고 돌아 나오던 김숙경(21. 학생) 양은 어떤 생각으로 서명에 동참하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도리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당연한 일이니까 했죠, 핸드폰 요금을 내릴 수 있다는데 누가 반대하겠어요?"라며 신세대다운 면을 보여주었다.
한편 도봉구에 거주한다는 김길선(33) 주부는 휴대폰 요금이 너무 비싸서 아껴 쓰려고 애를 쓰지만 가정생활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입자수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반유선전화에 비해 턱없이 높은 휴대전화의 요금과 이동통신 업체들의 횡포에 대해 비판하였다.
핸드폰에 목을 묶이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한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박경양(40, 회사원) 씨는 "더 꽉 졸라요"라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마치 자신의 목이 묶여 있는 양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이제 핸드폰은 더 이상 통신만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거든... 적외선 포트를 사용하면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같은 기능들도 얼마든지 넣을 수가 있는데 그 걸로는 업체에 직접적인 이익이 없으니 연구나 시행을 안 하려고 하거든, 그게 문제지... 하여튼 이동통신 업체들 서비스 향상 운운하면서 횡포가 말도 못해."
과연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필요한가?
휴대폰 대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의 현실 속에 현재의 요금은 분명 그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 가입자 규모로 볼 때 서비스 진입 초기를 지났으며, 사업자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던 각종 비용은 단말기 보조금 제도의 폐지 등으로 인해 현저히 줄고 이익은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여전히 적자운영과 신규투자 부담으로 여력이 없다며, 책임을 가입자에게 전가한 채 요금인하를 외면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또한 현재의 요금 수준이 적정하다며, 사업자를 거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전 인구의 60%를 가입자로 확보하고서도 소비자의 권익은 안중에 두지 않는 철저한 공급자의 논리이며, 기본료에 기본통화(20분∼120분)를 포함시키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거품요금 인하 100만인 물결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가?
참여연대는 이미 울산과 대구 등 지역 참여연대와 공동행동 협의를 마쳤으며, 주말 전국의 시민단체와 모임을 열어 전국으로 이를 확대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
오늘 문을 연 온라인 사이트(www.myhandphone.net)에서는 이미 몇 시간만에 1500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냈으며, 릴레이 서명운동을 통해 물결을 크게 일으킬 계획이다. 또한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시민 행동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캠페인과 정보공개운동 그리고 토론및 공청회 등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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