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고금리, 사채폭리 막을 이자제한법 부활하라

서민금융생활 안정 대책 및 이자제한법 부활 관련 공청회 열려

등록 2001.03.21 12:30수정 2001.03.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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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 제 명의로 카드를 만들어 2천만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했어요. 제가 쓰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제가 갚아야 된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정말 결백해요..."

"사업을 하다보니 어쩌다 사채를 쓰게 됐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돈을 못 갚으니까 그 사람들이 협박을 하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당장 안 갚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 하는데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IMF 이후 더욱 횡행하고 있는 살인적인 카드고금리와 사채폭리, 채권추심 과정에서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이자제한법'이 강화, 부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서울 YMCA,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민주노동당,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서민금융생활안정대책 및 이자제한법 부활 공청회"를 열었다.

이자제한법'이란?

1962년 제정되어 시행되어 온 이자제한법이란 금전적인 모든 거래에서 최고이율을 제한함으로써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채무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였다. 그러나 1998년 당시 '경제 여건상 긴축 재정 금융정책에 따른 고금리 추세가 예상되는데 이자제한법 때문에 시장기능에 의한 자유로운 이자율 결정이 제약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여론 수렴 없이 폐지되었다.

경제적 약자 보호 위해 이자제한법 부활 절실

공청회는 신용사회구현 시민연대 석승억 대표의 카드고금리와 사채폭리로 인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에 대한 발표로 시작되었다.
석대표는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 발행과 사채폭리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어 법적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의 앞날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어둡다"며 그들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청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백태승 (연세대 법대) 교수는 "대부분 외국은 최고이율을 민법의 규정에 의거 과도한 이자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 민사법의 공통적인 흐름이 경제적 약자보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자제한법의 폐지로 인해 경제적 약자에게 큰 고통과 폐해를 안겨주었다"고 밝히며, 이자제한법을 속히 부활하여 최고 이자율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참여연대 작은 권리 찾기 운동 본부 실행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두 번째 발제를 맡아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작성한 '이자제한법강화법안'에 대해 설명하였다.


김남근 변호사는 사채폭리, 카드고금리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진 그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이자제한법의 폐지라면서, "연 25%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연리 29%에 이르는 카드연체금리와 무려 360%까지 받고 있는 사채시장의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 이로 인한 유무형의 폭력사태까지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법이 부활하면 불법과 암거래가 더욱 조장된다?

또한 이날 토론자로는 한나라당의 이인기 의원,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 민주노동당 신장식 이자제한법부활추진위원장, 재정경제부 최중경 금융정책과장, 소비자보호원 김성천 팀장,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석승억 대표 등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재경부의 최중경 과장은 "이자제한법은 IMF 당시 고금리정책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폐지한 것으로 전혀 근거 없이 폐지한 것은 아니다. 부당한 고리 근절에는 찬성하지만, 법이 제정되더라도 재판상에서만 효력이 있으므로 현실에선 불법과 암거래가 더욱 조장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석승억 대표는 "원래 서민금융생활이 피폐한 상황에서 이자제한법폐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며, 이자제한법 부활과 동시에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국세청 등이 사채폭리·카드고금리·채권추심과정에서의 살인적인 폭력에 대해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단속 및 감독과 엄격한 세금부과를 계속하면 그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신장식 위원장은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당국의 이자자율결정론 같은 무책임한 시각이 악덕 사채업자의 무법천지를 만들고, 국민의 250-300만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결국은 국민경제를 파탄시키고 있으며, 사채든 카드든 채권추심과정에서 폭력이 춤을 추고 있다"며 이자제한법의 조속한 제정과 당국의 경제적 약자보호정책을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이인기 의원은 "강간법이 생긴다고 강간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자제한법이 생긴다고 해서 피해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이란 예방과 최소한의 기능을 하는 것이기에 그때그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되지 않겠느냐? 다만 재경위 상임위원회에서의 입법발의는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한편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위원은 토론회 진행 중 바쁜 스케줄을 이유로 간단한 입장 발표 후 자리를 떠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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