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회, 동성애 논란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01.03.31 06:21수정 2001.04.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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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 간 계속되어온 미국 교회의 동성애 논쟁이 결국 동성애를 용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 내에서 동성애에 관해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UCC(United Church of Christ)외에도 지금까지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던 장로교회, 연합감리교회, 성공회, 남침례교회 등이 모두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교단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기존의 전통적인 원칙들을 고수 한 채로 교회 법 해석상의 문제와 교회 자치권 존중 등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내용은 동성애 성직자들과 동성애자들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단은 동성애자 문제로 인한 적잖은 갈등을 보이고 있으며 이 문제로 조만간 교회가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성공회>

The Wire는 3월 초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전 세계 성공회 교회 지도자 34명이 모여 비밀리에 회의를 개최했으며 이 회의는 동성애 허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미국 성공회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불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현재 미국 성공회는 동성애 성직자 안수와 동성애자 결혼식을 허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지난 1998년에 개최된 람베쓰 주교회의에서는 82%의 전 세계의 성공회 주교들이 동성애를 반대했다. 현재 성공회가 가장 활발한 아프리카 주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결과였으나 람베쓰 회의 이후 보수주의자들의 세력이 눈에 띠게 줄고 있으며 진보적인 입장이 세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미국에서는 오는 2003년에 개최될 성공회 총회에서 동성애 결혼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장로교회>

미국의 진보 장로교단인 PCUSA도 지난 3월 14일에 개최된 제 87차 총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의 수정 조항이 부결되어 사실상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성공회와 마찬가지로 장로교단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단의 원칙을 바꾼 것은 아니다. 이 교단은 동성애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단이 동성애를 허용한 것은 동성애 자체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교회 법 해석상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표결에 붙였던 수정 조항은 성경과 교단의 신앙고백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뜻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이라는 약속 안에서 정절을 지키며 살거나 그렇지 않으면 독신으로 금욕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을 반대한 이들은 동성애자의 자녀에게 세례를 줄 경우에도 하나님의 뜻에 위배된다는 연결선상에서 보아야 하느냐는 문제로 '동성애'라는 용어 사용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미 장로교단은 '결혼'의 의미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합해 정절을 지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동성이 함께 연합하는 동성애자들의 예식을 '결혼'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결국 동성애자들의 예식은 교단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혼'이 아니기 때문에 예식을 거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장로교단에서 실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57%의 평신도들과 61%의 장로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대 비해 목사들의 경우 50%로 나타나 목사들이 동성애자들에 대해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에는 동성애를 반대했던 교단이 동성애를 허용하는 입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동안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던 조용한 다수들이 입을 열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많은 이들이 편협함에 싫증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는 보수 세력들도 만만치 않아 동성애 문제로 조만간 교단 분열이 예견되고 있다.

<남침례 교회>

동성애 문제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 남침례교단도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주 총회에서 제명한 교회들을 지역협의회에서는 받아들이기로 해 논란을 빚었다.

아틀란타 침례교 협의회는 최근 아본데일 에스테이트 제일 침례교회에서 회의를 열고 253대 164로 문제가 되고 있는 오크허스트 침례교회와 버지니아 하이랜드 침례교회를 회원 교회에서 제명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 두 교회는 지난해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인 것이 문제가 되어 남침례교 조지아 주 총회에서 제명을 당한 교회였다.아틀란타 침례교 협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보수 남침례교단에 동성애 논란을 낳게 된 첫 번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아틀란타 침례교 협의회는 이번 결정이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협의회는 교회의 자율권을 강조하고 있는 남침례교단의 특성에 따라 동성애 치리 문제를 교회 자치에 맡긴다는 의미에서 '개교회 자치권'강화에 더 무게를 실어 준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단 측의 신랄한 비판과 함께 이를 반대하고 있는 보수 침례교회들이 협의회를 떠나겠다고 말해 조만간 남침례교단도 동성애로 인한 분열이 예견되고 있다.

<감리교회>

캘리포니아의 지미 크리치 목사와 시카고의 그레고리 델 목사가 동성애자들의 주례를 서 지난 세기말 동성애 논란에 가장 뜨거운 불이 붙었던 미 연합 감리교회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던 파도 목사가 레즈비언 결혼 주례를 서고 69명의 목사들이 예식에 참석함으로써 이를 지지해 교단 내 동성애논란의 정점을 이뤘다.

끝없는 논란 속에 지난해 5월 미 연합 감리교회는 동성애 성직자 안수와 동성애 결혼식을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교회 내 동성애자 옹호자들은 이러한 교회의 원칙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동성애자 결혼식을 인정하기로 해 아직까지 그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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