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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것은 없네요."
"이쁜 것은 안 팔아요. 생긴 대로 팝니다."
주말이 아니라도 인사동 거리는 낮이 되면 북적대는 곳이다. 우리 나라 사람보다는 외국인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우리나라 것이 제법 많이 모여있는 곳. 지금이야 도로 포장을 해서 더욱더 현대식이 되어가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많이 찾는 곳이다. 더군다나 우리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곳에 와서 막걸리 한 사발, 전통차 한 잔 하러 나오고, 요즘처럼 날이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것저것 구경거리가 많은 곳에 들어서면 여러 가지 것들을 볼 수 있는 데, 그 중 유난히 목청을 높여 사람들을 끄는 모퉁이가 있다. 활짝 웃으며 돌을 파는 주인(이세진. 25)의 말이다. 어찌보면 여장부다운 목소리와 행동이 더욱더 당당한 그녀가 '끗발 서는 돌'을 팔아온 지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이 돌을 제공해주는 김재현(자연주의자-이세진씨의 말)씨가 자연석을 가져다 그야말로 이 모양 저 모양을 만들어 주면 그녀가 가져와 판다고 한다. 그녀와 몇 가지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 돌을 팔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저 인연이지요"
- 다른 것도 아니고 돌은 무거운 데 이 것을 목에 걸고 다니려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일단 돌을 사는 사람은 이 돌의 힘을 믿고 사는 거지요. 그것은 곧 자신의 마음을 믿는 거니까요."
- 이 돌을 한 번 사면 다시 다른 것으로 바꾸러 올 수 있다던데요?
"네. 제가 돌을 팔면서 해보니까. 싫증이 나면 또 바꾸고 싶을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 때마다 구입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돌로 교환해주는 걸 생각해냈습니다."
- 실제 돌을 교환하러 오는 사람은 있습니까?
"네. 종종 있습니다."
- 그렇다면 돌 마다 의미가 다를 텐데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먼저 빨간 돌은 별명이 '악마의 보석'인데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만이 지닐 수 있었답니다. 만약 평민이 이 돌을 가졌을 땐 손을 잘랐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이야 손을 자르진 않지요. 특히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했답니다. 그래서 이 돌을 지니면 빨간 연애질을 할 수 있지요.(^^) 두 번째 호안석은 호랑이의 눈이라는 별명을 가졌는 데, 용기, 용맹,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돌입니다. 남자들이 주식, 경마, 삥바리(포커) 등을 할 때 행운을 주는 돌이지요. 세 번째 계혈석은 닭의 피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끗발 지킴이로서 집 안에 두면 도둑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특히 호안석은 원산지가 아프리카이구요, 나머지 돌은 국내산입니다."
- 이 돌을 판매하면서 보람있던 일이 있다면?
"교환하러 왔다가 인생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이 일을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외국인들이 종종 사가는 데 "예쁘다, 멋있다"면서 많이들 사갑니다."
- 돌을 판매하는 일을 비즈니스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면서요?
"그냥 장사는 돌을 파는 행위일 뿐이지만, 비즈니스라고 한다면 제 마음까지 실어 판매한다는 것이지요."
- 하루의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하루 평균 50만원(돌목걸이 하나 5천원)으로 보면 됩니다."
- 길 위인데 세를 내나요?
"아니요."
= 그렇다면 수입도 많은 데, 지붕 있는 곳에서 버젓히 장사하고픈 생각은 없나요?
"이곳을 '지붕 없는 갤러리' 라고 합니다. 전 이 곳이 좋아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요."
그녀의 목소리처럼 돌들도 그녀따라 반짝반짝 빛날 뿐만 아니라 힘이 숨어있는 듯하다. '걸어다니는 미술품'이라면서 비싼 그림을 소유하는 것도 행복한 일일테지만 작은 소품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일도 멋진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 여전히 구경만하고 지나는 사람에게 한 마디 던진다.
"안 사도 좋아요. 바람이라도 잡아주고 가세요"
덧붙이는 글 | *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가끔은 다른 곳에서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주, 관상을 봐주는 천막과 미래를 말해주는 곳으로 귀가 쳐지곤 한다. 요즘처럼 먹고 살기가 곤곤한 때 희망찾기는 살고자 하는 이들의 삶의 투쟁인 것을. 당당하게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는 그녀가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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