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서점을 가기위해 7호선을 탔다. 여름이 가까와져서인지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크고 저마다의 표정으로 제 할 일에 바쁘다. 책을 꺼내 몇 장 보는데, 내 왼쪽으로 자리가 비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정오가 되는 시간에 대자로 뻗어서 잠이 든 청년이 있다. 그것도 노약자를 위한 자리에 말이다. 맞은 편 노약자 석에 자리가 남아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힐끔힐끔 보기만 할 뿐 그저 내리고 타고 그렇다.
카메라를 꺼내 찍을까했더니 후배는 그러다 일어나서 따지면 어쩔꺼냐면서 그만두라한다. 다시 책을 보는 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다. 결국 카메라로 몇 장면 찍고 일어나 그 사람 곁으로 가보았다. 희미하게 잠들었다면 깨워보려고.
술냄새가 나지 않은 걸로 보아 다른 이유가 있나 싶었지만 초췌한 청년은 다른 들 것도 없이 몸 하나 뿐이다. 내가 내릴 30여분 동안 노약자 석이 남았기에 사람들은 그저 힐끔 쳐다만 볼 뿐, 참 안되었다는 표정만으로 그저 자기 일에 바쁠 뿐이다.
지금 세상에, 나서는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도 없다. 오죽했으면 이 세상에 어른이 어디있냐며 조금만 야단치면 보수적이다, 앞뒤 꽉 막혔다는 소리나 듣는다면서 그냥 혀만 찰 뿐이라고 어떤 할아버지는 허탈해하셨다.
잠든 사람 깨우는 일이 누구의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추스리지도 못할 만큼 잠든 그 청년이 안타까울 뿐이다. 만약 다른 노약자가 자리에 앉으려고 그 청년을 깨웠다면 그 청년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덧붙이는 글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 자신의 망설임이 잘한 일인지 어쩐 일인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나는 지 묻고 싶다. 마침 전철 속을 제 집 마당처럼 뛰어다니는 아이가 엄마로 부터 야단을 맞는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야단을 치고 있는 엄마. 그 옆에서 친구인 듯한 아줌마가 말한다. "냅둬~ 아인데 뭐~" 그 시끄러운 속에서도 청년은 일어날 기미도 안보인다. 다시금 공중도덕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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