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회 대학로 청소년 축제 "를 보고

등록 2001.05.21 12:33수정 2001.05.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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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나니 4시가 조금 넘는다. 여전히 젊음으로 거리는 가득차고 마로니에 공원엔 북적거림에 맞게 여러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기러기가 상징으로 들어간 흥사단 깃발이 보이고 높다란 무대에 "제11회 대학로 청소년 축제"란 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오동통한 사회자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진행을 하고 있는 데, 알고보니 어제부터 시작된 행사라고 한다. 19, 2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실시된 이 축제는 흥사단 주최로 열리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보려고 할 때는 동아리 발표회가 한창이었다. 앞서 무엇을 했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이 그룹사운드와 중창단, 그리고 힙합 등을 추는 춤 동호회였다.


도중에 드럼이 잦은 고장을 일으켜 보컬의 즉흥연기를 보았고, 혜화여고 한울 중창단의 경우는 마치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와 하얀 옷차림에 반짝이와 폭죽을 소품으로 사용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청원고 '이카루스'라는 밴드의 보컬 또한 사람들의 호응이 적자, "화이팅"을 여러 번 외쳐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거의 끝물에 풍물팀이 있었는데, 모두 8명으로 징을 맡은 여학생은 부쇠를 맡고 있었는 지 상쇠와의 소리를 맞출 때는 또다른 맛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쉬운 것은 앉아서 하는 판이라 그리 큰 흥을 돋구진 못했다. 만약 길놀이형태를 갖췄더라면 한바탕 그 주위가 춤판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그 판을 기대했는 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으로 갈수록 바삐 진행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뒤에 치러진 청소년 가요제에선 참가신청을 내놓고 많은 사람이 가버린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나이를 불문하고 참여할 수 있어 모처럼 모인 사람들의 재미를 더욱 돋구어 주었다.

중간중간 사회자의 우스개소리가 있었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나 책자에 나와있던 일본역사 교과서 수정에 대한 청소년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일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상품을 나눠주는 코너에서 질문 사항이 그저 흘러가버리는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이런 자신들의 포부를 1분이라도 말할 수 있는 청소년에게 주었으면 보다 뜻깊은 상품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이 아쉽다.

흥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엔 작은 책자가 마련되었는 데, 대충 훑어보니 독도찾기운동본부에서 6월 초 독도 직접 찾아가기 신청을 받고 있었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실에 대한 수정에 대한 흥사단의 입장이 실려있었다. 나중에 책자가 바닥에 찢겨 돌아다니거나 사람들의 엉덩이에 깔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는 참 안타까웠다.


행사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청소년가요제에 우리 것의 등장이 미흡했다는 것(19일에 있었을지 모르지만)과 일본가수의 특정 노래가 나왔을 때 군중 속에서 머리를 흔들어대면서 정신없이 몰두해있는 여학생들의 무리. 물론 가락 속에 몸을 움직이는 일은 신명이 났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철저히 우리 문화만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음악 수업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통기타음악을 제외하고 팝송과 째즈를 들으며 마치 우리나라 정서인 것처럼 그 속에서 사춘기를 보낸 기억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둑했다. 일본이 점점 우익화 되어가고 그 길만이 그들의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이때 우리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음악에 심취해있고, 마련된 책자엔 일본 물품 안사기 운동도 하겠다고 하고. 도무지 일치되는 것들이 없다. 뭐 노래 몇 곡이야 하지만, 아이가 좋다고 하는 걸 모두다 들어주는 것이 민주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은 어찌어찌 해서 넘어간다할 지라도 지금의 일본 학생들이 십 년도 못되어서 갖게 될 역사관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기보다 목적지를 두고 그 주위를 뱅뱅 돌고만 있는 길 잃은 미아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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