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인간화 교육 만만세!!

전교조 창립 12주년을 맞아

등록 2001.05.28 16:21수정 2001.05.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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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되었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해를 사람들은 '참교육 원년'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15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쫓겨났습니다. 굳게 닫힌 교문 앞에서 흘리던 눈물과 함성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90학번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왔을 때 '참교육 1세대'라 부르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90학번 후배들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 노조를 결성한 선생님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창의력이 강하고, 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전교조 창립과 관련해 무엇보다도 잊지 못할 일은 고등학교 시절 날 못살게 굴었던(?) 선생님이 해직되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더 거슬러 올라가 87년 무렵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러야 할 노래는 '봄처녀'였습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하는 곡 말입니다.

노래를 중간 쯤 불렀을 때 갑작스레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야, 이민우 그만 둬라. 지금 시조 읊냐?"하며 자리로 들어가라는 거였습니다.

당연히 점수는 '양'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 황당하고 분통터지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개 그런 면박을 주었던 음악 선생님이 '민족, 민주, 인간화'를 위한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것입니다.

그 선생님과는 그 후 고려대학교에서 있었던 집회에서 만나 술도 한 잔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노래를 못하는 놈이어서 그런지 선생님도 기억하고 있더군요.


전 말했습니다.
"언제가 선생님이 복직하게 되시면 저처럼 노래를 못하는 학생도 배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최선을 다해 부른 노래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시면 맘이 아픕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대답했습니다.
"음 그래. 난 네가 장난삼아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우리는 학교 앞 술집이 떠나갈 듯 노래를 불렀습니다.
'참교육의 함성으로'란 노래였죠.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
굴종의 삶을 떨쳐 기만의 산을 옮기고
너와 나의 눈물 뜻 모아 진실을 외친다
보이는가 강물 참 교육 피땀 흐르는
들리는가 함성 벅찬 가슴 솟구치는
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
민족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


그때만 해도 대학교 앞의 선술집에선 목청껏 노래를 해도 뭐라 그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요. 그리고 1999년 수많은 역경을 딛고 전교조는 합법화되었습니다. 그 뒤 음악학원을 하시던 그 선생님은 복직이 되었다는 소식을 누군가에게서 들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12년의 세월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래를 잘 못하긴 마찬가지지만 언제나 절절하게 가슴으로 부른다는 생각만은 변치 않고 있습니다. 또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전교조가 창립할 때에 내걸었던 민족, 민주, 인간화의 기치는 아직도 유효하며, 지금이야말로 더 힘있게 추진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전교조가 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제도개선투쟁"과 "제2의 참교육 운동"이 그 연장이라 생각합니다.

전교조 창립 12주년을 축하드리며, 다시 한번 불러봅니다.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
굴종의 삶을 떨쳐 반역의 어둠 사르고
이제 교육 동지 굳세게 단결 전진한다.
함께 가세 이 길 아이들의 넋이 춤추는
함께 가세 이 길 사람 사는 통일 세상
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
민족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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