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피해를 입었는가
냉정하게 말할 때 이번 해프닝으로 피해를 본 일반인은 별로 없다. 명백하게 물질적 손해를 본 사람으로 이영자 씨의 다이어트 비디오를 산 소비자들을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그다지 근거가 없다.
이영자 씨가 비디오에서 제시한 다이어트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건 지금까지 증명되지 않았다. 희망이 실망으로 급반전하면서 그 효과가 없어지리라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것이다.
즉 수술을 한 의사가 사실을 폭로하면서 피해(?)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밝힌 것은 수술을 했다는 사실 뿐, 그 수술로 36Kg이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방흡입술로는 기껏해야 5Kg을 뺄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단순하게 셈한다면 폭로 의사의 말대로 세 번 모두 지방흡입술이었다고 해도 36Kg 중 최대 15Kg만 수술의 결과이다. 결국 최소한 20Kg 이상이 달리기에 의해서 빠진 것이다.
물론 사람을 속여서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명확하지 않다. 오해하지 마시라. 거짓말한 사실을 옹호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영자 씨에 대한 찬탄이 '그럼 그렇지' 정도로 바뀌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수술과 운동을 병행했다고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것은 그 수술에 대한 괜한 선망만 불러 일으켰을 것이고 돈 없는 사람들의 자괴감만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누가 잘못했는가
그렇다면 이제 거짓말로 돈을 벌었다는 쪽이 더 나쁜 행위로 지탄받을만 하다. 그러나 순전히 운동만으로 1년에 20Kg 이상 뺀 연예인이 비디오테잎을 만들었어도 날개돋힌 듯 팔렸을 것이다.
이상한 다이어트 열풍, 그 열풍을 더 뜨겁게 더 세차게 만들고 있는 언론, 그리고 직접 그 바람을 타고 돈을 벌려는 연예산업과 다이어트산업이 더 문제가 아닌가?
이영자 씨가 수술한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 입을 막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을 것이다. 현재 쏟아지는 비난은 사라진 이영자 씨의 '내 살들'의 가격에 정확히 비례한다.
한 기자는 이영자 씨가 1Kg당 2220만원을 벌었다고 비아냥거리지만 그렇게 값을 올린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 당시에 사실을 끈질기게 추적하지 않고 단지 선정적 보도가치에만 열을 올리지 않았는가. 이제 기자들은 비난의 강도를 높여서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법을 들먹인다면 문제는 무엇보다도 의사에게 있다. 하니리포터인 의사 김승열 씨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환자의 비밀을 공개한 의사의 명명백백한 범죄행위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마치 백지영 씨나 오현경 씨의 비디오가 문제됐을 때 사적인 비디오를 빼돌려 상품화한 명백한 범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과 똑같다.
균형이 잡혀 있는 사회였다면 애초에 36Kg을 뺐다는 것 자체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균형을 잃은 사회에서 그 사실은 고가의 상품이 됐고 그리고 또 바로 그 사회에서 그만큼 문제가 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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