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뉴스브리핑> 김대통령의 '단호 대처'와 세 신문의 사설

등록 2001.06.13 06:47수정 2001.06.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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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단비, 강원 경기북부지역에 소나기

드디어 목마른 대지가 입술을 축였습니다. 11일 밤부터 12일 낮까지 강원지방을 중심으로 반가운 단비가 왔고 이날 밤 포천 등 경기북부지방의 일부에도 비교적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밤 9시를 전후해 경기 북부지방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려서 밤 11시 현재 포천 34.5mm, 동두천 28.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11일 밤 10시께부터는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소나기나 약한 비가 내려 현재까지 영월 24.6mm, 춘천 18.6mm, 강릉 16.6mm의 강수량을 보였습니다.

기상청은 "13-14일에는 제주와 남부지방에 약간의 비가 내리고 그밖의 지방은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은 대기가 불안정해서 곳에 따라 기대 이상의 많은 강수량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쪼록 짜증나는 인간 세상을 시원하게 씻어줄 자연의 선물을 빌어봅니다.

항공기 결항... 오늘부터 병원 파업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 항공노조가 12일 사상 첫 동시 파업을 한 데 이어 13일에는 전국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날 두 항공사 노조의 동시파업으로 전국에서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졌습니다.

항공기 파업은 대한항공 노사가 12일 오후부터 13일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벌여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임에 따라 조기타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보건의료노조 산하 50개 지부가 13일부터 차례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진료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됩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구조조정 저지, 단체협약 준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적정인력 확보 *공정한 인사제도 확립 *병원경영의 투명성 확보, 환자의 알 권리 보장 *주5일 근무제와 직권중재 철폐 등 5개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습니다.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은 일제히 민주노총의 파업을 비난하고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노사갈등과 지도자의 단호한 리더십"(조선일보 사설)

"민노총 지도부 무엇을 원하나"(동아일보 사설)

"불법 파업엔 정부 강력 대응해야"(중앙일보 사설)

대처나 레이건 식의 대처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짐짓 너스레를 떨면서도 내용상으로는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주의)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노동계가 김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신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아주 대조적인 만큼 해법도 대조적인 거겠죠.

중앙일보는 국민경제가 선순환에 들어서느냐, 악순환에 들어서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 파업이 경제를 악순환 쪽으로 이끌고 있다고 쓰고 있군요. 현재의 경제에 관한 이러한 단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현재의 파업이 그런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중앙일보가 국민경제 차원에서 접근한 반면 동아일보는 노조의 사회개혁 요구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요구 차원을 넘는다고 비판합니다. 한편으로는 국민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경제 차원의 대안은 근로조건 개선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비판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글입니다.


김대통령, "불법파업 단호 대처"

김대통령이 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혀 노정 관계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2일 "유사 이래 혹독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이 때에 파업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노조가 부당하고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하더라도 정부가 물러서선 안된다"고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내각에 지시했습니다.

특히 김대통령은 "과거 불법단체로 탄압을 받다가 '국민의 정부' 들어서 합법화되고 권리를 보장받은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비합법적 투쟁을 하면서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 "구조조정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나라를 살리고 경제를 회복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질서를 잡지 않는다면 외국 투자가들이 투자를 포기하고 떠날 것이라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으로 상당한 유보를 두고 맞서 왔던 노정이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얘기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고용조정이다, 또 외국투자가 우리 경제 회생의 관건'이라는 김대통령의 편협한 경제관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다만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저항이 그러한 경제회생의 가장 큰 적이라는 인식을 대통령 스스로 확인했을 뿐입니다.

한편 노동자들은 (대통령의 구상과는 다른) 어떠한 구조조정이 필요한가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얻는 '우회로'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 파업 중에 농촌의 물대기를 돕는 등의 '작은' 전술도 사용할 필요가 있겠죠.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는 12일 대한항공 이성재 조종자 노조위원장과 하효열 부위원장 등 노조간부 1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지만 조합원들의 저지로 무산됐습니다. 이들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을 주도하며 회사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언론개혁 촉구 시한부 파업

전국 언론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에 걸쳐 대한매일의 소유구조 개편과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 등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시한부 파업을 벌입니다.

언론노조는 이어 18-23일을 신문개혁 집중 홍보기간으로 설정하고 신문개혁 국민행동과 연대해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칩니다.

특히 오는 25일까지 *대한매일 및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 *신문공동배달제 실시 *언론사유화 포기 및 무능경영진 퇴진 *정기간행물법 개정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제작 거부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미국, 전방위 통상 압력

미국이 철강에 이어 자동차 등 통상현안마다 압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12일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 및 제4차 한미 자동차협의회에서 미국 측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미국 수준(2.5%)으로 낮추고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자동차세제가 실질적 무역장벽인 만큼 이를 바꿀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측은 또 가속 주행시 소음기준의 완화, 미니밴에 대한 승용차 범퍼기준 적용 면제, 디젤차에 대한 일부 배출가스 기준 완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측은, 한국이 작년에 57만 3355대를 미국에 수출했고 올들어 4월까지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21% 늘어난 반면 미국산 자동차는 작년 한국에서 2500대 팔렸고 올 4월까지의 판매는 오히려 30% 줄어서 무역불균형이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측은 외국산 자동차의 진입장벽을 낮춰왔다고 설명하고 미국 정부가 외국산 수입철강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경우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양국 대표는 98년에 체결된 자동차 양해각서(MOU)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14일에는 지적재산권, 의약품, 농산물 등 통상현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북한, 미국의 대화 제의에 동의

북한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뉴욕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12일 밝혔습니다. 조선일보의 머릿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북한 쪽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6일 부시 대통령의 제의 이후 불과 엿새만에 수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쪽 대표를 맡을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는 백악관 아시아국장을 지냈고 지난해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 동행하는 등 북한 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 57% "북한 도와주고 끌려다녀"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도 어제 소개해 드린 동아, 조선의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응답자의 반수 이상(57%)이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지난 1년간 대북지원만 하고 북한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적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응답자의 66.5%는 남북관계 교착 상태의 원인으로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원문을 보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관련기사 보기

의원들 어디 갔소? 국회의사당에도 없고, 농촌에도 없고...

최근 북한 영해침범, 가뭄과 파업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도 국회의사당은 정족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반반쪽' 국회가 계속되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 132명의 출결상황을 전격 공개했는데 지난 8일 오후 3시 30분 본회의장 참석자는 67명, 11일 오후 5시 10분에는 24명이었습니다. 이총무는 "총무단 10명을 빼면 14명 밖에 없더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치개혁을 주장해도 소용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정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여서 오후에 장관 답변을 듣는 의원은 20-30명 선에 불과합니다. "가뭄을 걱정하며 지역구에도 가지 않고 의사당도 비우면 어쩌자는 거냐"고 당지도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 곧 개혁파 의원 면담

김대중 대통령은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당정-청와대 쇄신'요구를 수용한다는 차원에서 이들과 개별, 또는 집단 면담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세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일정은 김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으나 회견이 연기돼 이를 대신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일보 관련기사 보기

미국 TI사, 하이닉스 반도체에 1억 달러 투자 예정

미국 반도체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가 발행하는 해외 DR(주식예탁증서)와 하이일드본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에 1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2일에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 반도체의 채권단 관계자는 "TI의 참여는 하이닉스의 유동성 개선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한완상 부총리, "내 색깔은 인권, 창의성, 민주의 색깔"

국회에서 또 다시 한완상 부총리에 대한 색깔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 윤한도 의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한총련 관련 '수배예정자' 통보문제를 놓고 "한부총리의 이념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우리 2세들의 교육을 맡길 수 없으며 부총리는 당연히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부총리는 답변에서 "학생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 있어 '그게 사실이라면 민주인권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을 뿐 한총련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며 "내 색깔에 대해 말하자면 인권, 창의성, 민주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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