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좋은 미국, 나쁜 미국, 멍청한 미국> 역시 제목만으로 한몫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들었다.
물론 글쓴이가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Emmy Award) 보도부문 최고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CBS와 ABC 뉴스, '인사이드 에디션'을 거쳐 현재 팍스 뉴스 채널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시사토크쇼 '오릴리 팩터'를 진행하는 스타 방송저널리스트 빌 오릴리(Bill O'Reilly)라는 점에서 일단 그렇고 그런 류의 선정적 책이 아닐 것이라는 선입감을 갖게 한다.
오릴리 팩터가 다룬 미국의 위선들
원제가 'The O'Reilly Factor'인 것을 보더라도 한국판에서 제목을 그렇게 뽑은 것일 터이고, 우리 독서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는 '맞아죽을 각오' 마케팅에 편승하려는 출판사의 숨은 의도가 천박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를 국수주의자라고 비아냥거릴 사람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말하면 미국이 나쁘고 멍청하다고 대신 말해주니 속이 시원하지 않은가.
이 책은 팍스 뉴스 채널에서 빌 오릴리가 진행하는 시사토크쇼 '오릴리 팩터'의 주제들 가운데 미국인의 삶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요소들을 뽑아 놓은 것이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시사토크쇼는 1998년 시청률이 6배나 증가한 이래, 지금까지 하루 5000통의 시청자 편지를 받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미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나 주목할 만한 사건, 사회 흐름 등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미국의 위선과 부도덕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 사회 구조적 모순의 개혁과 기득권자들의 뼈아픈 반성에 대한 촉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박수를 받는다.
미국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소들 가운데 계급, 돈, 섹스, 대중매체, 약물과 술, 직업, 데이트, 배우자 자식, 유명인사, 정치, 인종, 종교, 성공, 우정 등을 뽑아 미국 미국인 미국살이를 신랄하게 파헤치는 이 책은 클린턴과 힐러리를 필두로 사회운동가, 종교적 정신적 지도자. 대중 스타 등 미국을 움직이는 쟁쟁한 사람들이 도마 위에 올라 화끈하게 벗겨진다.
가령, 늘 아이디어가 샘솟는 클린턴은 독특한 방법을 고안했는데, 그것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사람에게 열어주는 송별파티에서 대접하는 음식으로 자신의 평가를 표현했다고 한다.
아주 잘했을 경우는 바닷가재, 그냥 잘했을 경우에는 양갈비, 무난한 경우는 미트볼을 준비했고, 대신 아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치즈와 크래커를 대접하는 식이었는데, 그렇다면 모니카 르윈스키가 백악관을 떠날 때는 무슨 음식이 나왔을까 하는 식이다.
또 그는 남성들의 우상인 파멜라 앤더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에게 어떤 음식을?
"당신의 거대한 젖가슴을 보려고 남미에서 10대들이 몰려들어 난동을 피우자 성형외과 의사에게 가서 확대했던 당신의 가슴을 축소해 달라고 한 것은 현명한 결단이었습니다. 플로리다 주의 어느 성형외과 의사가 가슴에 넣은 실리콘을 본인 마음대로 크게도 작게도 할 수 있는 첨단기법을 들여왔다고 하는 소문을 들으셨나요?"
그러면서 그는 섹스가 남발하는 이 시대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한다. 당신의 사생활에 대해 입다물라는 것, 절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다니면 안된다고. 특히 여자들. 자칫하다간 르윈스키처럼 청문회에 오를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오릴리는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다. 진실은 이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부정부패를 보면 폭로하고, 노동력 착취를 보면 싸우는 것이 오릴리의 이데올로기다.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 베트남에 갔다온 온 이유가 오릴리가 상대방을 공략하기 위해 구사하는 바로 그 전술인 게릴라 전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며 평가할 만큼 오릴리는 종횡무진 예상을 깨는 질문으로 미국 사회의 위선과 가면을 한풀 벗겨낸다.
기고만장한 미국에 오만의 똥침을 꾹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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