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시무지기 폭포를 아시나요 ?

등록 2001.07.21 03:50수정 2001.07.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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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광고를 담당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년도 달력 시안으로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를 썼으면 하는데 있느냐는 거예요. 나는 촬영한 적이 없는데 내가 관여하는 사이트를 검색해보고 연락을 준다 했다.

▲장마철이라 물이 많은 시무지기 폭포 ⓒ 김정철


포토업닷컴(www.photoup.com)에 들어가 검색하였더니 4장의 시무지기 폭포사진이 나왔다. 달력시안으로 사용하려면 가로형의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작가에게 전화를 했다. 사이트에 올라있는 사진은 모두 세로형인데 가로형 사진은 없어요? 했더니 그곳은 너무 가까워 가로형 구도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궁금증이 더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가로형 사진이 나오기 힘들다는 건지…

마침 금요일에 dk21 모임이 있어 토요일 하루 휴가를 내기로 했다. 그때부터 아는 사람에게 전화하여 위치나 어떤 카메라를 가져가야 하는지 알아봤다. 먼저 광주시청에 근무하는 사진선배에게 전화 했다. 시무지기 폭포를 찍으려는데 위치를 아세요? 헬기로 공중에서는 촬영했는데 직접 폭포는 가보지 않았다 한다. 규봉암 밑에 있는데 화순이서쯤에서 올라가면 될 거라 했다. 다음으로 그곳에 촬영을 다녀온 사진동호회 선배에게 전화했다. 나에게 혼자갈 거냐고 물었다. 작년에 다녀왔는데 옷을 찢어 먹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화순 이서면사무소를 찾아가서 그곳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안다고 했다.

금요일 dk21모임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경이 되었다. 10시에 잠에서 깨어난후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화순 이서로 출발했다. 면사무소 근처에서 더위를 피해 나와있는 어르신들에게 물어봤다.
"할아버지! 시무지기 폭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 혼자 갈려고? 그험한 데를? 우리들도 잘 안가. 오른쪽으로 쭉가면 갈림길이 나와.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서 송계마을을 찾아. 그곳에서 올라가면 돼."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나는 송계마을을 들러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쪽에서 가면 멀고 오던 길에 용강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서 올라가면 더 가까워요. 고맙습니다.

▲용강마을 입구 ⓒ 김정철



용강마을에 도착했다. 우산각(노인정)에 할머니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치고 있었다.
"할머니! 폭포는 어디로 간다요? 그리고 폭포에 같이 가실 분 좀 불러주세요. 막걸리값 드릴 테니까."
그런 소리 마쇼. 얼마전 지동양반이 갔다 왔는디 겁나 고생했다드만."
"가실 분 없으면 나 혼자 올라가렵니다. 갔다 와서 뵙겠습니다."
인사하고 일러준 길로 향했다. 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에 주차하고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얼마가지 않아 80세의 할머니가 밭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길을 물었다.
"조금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가! 지금 몇시감?"
"1시인데요. 밥먹을 시간도 잊었네."
"혼자 가면 고샹혀. 작년까정 많이 오드만 올해는 처음인가 보네."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길은 있었으나 거의 다니지 않았는지 수풀이 우거져 있고 거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살기 위해 열심히 거미줄을 쳤을텐데 내가 모두다 부셔버렸으니 말이다. 한참을 가자 폭포가 떨어지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다 왔나 보다 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사진에서 본 그런 장면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길을 가르쳐준 동호회분에게 핸드폰했더니 거기에서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시무지기 폭포가 나온다 했다.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힘들었다. 산행을 시작할때는 하늘이 맑았는데 올라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혼자하는 산행이고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얼마를 갔을까 드디어 폭포에 도착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폭포 앞에서 두손 모아 감사 기도했다. “이렇게 훌륭한 폭포를 찍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가 끝나고 막 폭포를 촬영하려고 하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카메라와 배낭이 모두 젖고 나도 물에 빠지 생쥐꼴이었다. 또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소리는 소나기를 만나자 더욱 크게 울려퍼져 그렇지 않아도 움추러 있는 가슴을 콩알만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얼마나 고생하고 왔는데 촬영은 해야지 하면서 35mm카메라 중형카메라 대형카메라를 차례대로 구석구석을 촬영했다.

하산하는 길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내려왔다.
용강마을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올라갈 때 봤던 노인정에는 그때까지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진찍지마 우리는 10원짜리 처" ⓒ 김정철


“할머니 배 고파 죽겠어요. 저 밥 좀 주세요.”
“집에 밥 있는 사람 있어?”
“우리집에 갑시다.”

▲내가 맛있게 먹은 밥상 ⓒ 김정철


할머니를 따라 간 집에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약간의 음식을 만드시더니 밥그릇에 고봉으로 밥을 내오셨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 머슴이 있었는데 엄마가 이렇게 고봉으로 밥을 줬는데.
"할머니 밥그릇 하나 주세요. 다 못먹겠어요."
밥을 그릇에 덜고 먹기 시작했다. 먹다 보니까 다 먹었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체면 차렸냐? 덜어논 밥까지 모두 다 먹어치웠다.
"할아버지는 행복하겠어요. 할머니가 이렇게 맛있는 밥을 해 주시니 말이예요."

▲용강마을 안종선(67세), 정창호(62세) 부부 ⓒ 김정철


"할아버지! 이곳 이름이 龍江인데 의미가 있겠죠?"
"이욱에 龍昭가 있었다허대 지금은 없지만서두."
용과 무슨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할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할머니들이 노시는 노인정으로 갔다.
"할머니가 하는 화투가 뭐예요."
"민화토야 껍질은 필요 없어. 글고 10원짜리 친당께 사진찍지 말어 순사가 잡아가."

▲10원짜리를 보여주는... ⓒ 김정철


할머니 고맙습니다.
담에 또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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