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에서 만난 사람들 - 가용마을
가용마을을 방문하고 나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네 아부지랑 군대를 같이 갔어. 긍께 51년 6월29일 입대를 했는디 자네 아부지가 말시 이질에 걸려서 피똥을 싸고 다 죽어갔어. 그때 나랑 한 내무반에 있었는디 내가 쑥을 캐다가 서숙에 버물어서 먹여 봤는디 소양이 없었어.
그때가 6.25 전장통 아닝가 제주도에서 훈련받을 땐디 배아프다고 허면 배꼽에 아까징끼 발라줬응께. 먹을 물은 없는디 목이 마릉께 더러운 물을 먹었겄제 이질에 안 걸리것어.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여쭤봤다.
"아버지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전에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린다 했더니 "제주도" 말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같다.
오늘은 군대 얘기 자세히 해 주세요.
그때 입대해서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는데 마침 장마철이라 큰비가 와서 천막이 다 날라가고 습기가 차서 그 병에 걸렸다.
그 시절에도 병이 나면 후송을 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아플 때까지 내무반에 있었다 한다. 마침 연대장이 막사를 순찰하고 나를 발견하고 위생병에게 이렇게 될 때까지 입원안시키고 뭐했냐며 호통을 친 거야. 그리고 "소본부"에 입원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다음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때부터 사경을 헤맨 거야. 정신을 차려보니까 종합입실(간이천막) 단가(침대)에 누워있는데 머리맡에 죽이 한그릇 놓여 있고 치료는 이미 끝나고 죽으면 내다 버릴 거고, 살면 죽을 먹어라고 그 그릇이 놓여 있었다는 거야.
그로부터 10일 후 위생병이 군의관에게 보고하기를 "똥 싸고 자빠진 놈이 안 죽고 살아났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으며, 위생병이 병사일지에 "후송"이라 적고 나를 부산육군병원으로 후송 보냈다. 그 후 의병 제대했는데 입대한 지 10개월만의 일이었다.
아래는 나의 아버지와 함께 가용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을 두서없이 나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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