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전후 희생자를 위한 법률안 제정 움직임

범국민위 사무처장 김동춘 교수를 만나

등록 2001.08.10 13:51수정 2001.08.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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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6.23 국제전범 재판'은 그간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양민학살과 관련해 미국의 죄값을 묻는 자리였다. 이는 그 동안 쓰라진 상처를 안고 살아온 유가족들에게는 더 없는 해원의 장이 돼 줬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군 학살 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 조사위원회(전민특위)와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범국민위)가 함께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법률안 입법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제정은 또 한번 유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범국민위 사무처장 김동춘(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를 만나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정 움직임 등 이모저모를 들어 봤다.

- 범국민위라는 단체가 생소하다. 우선 범국민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 준다면

"작년 6월, 민간인 학살 등과 관련해 학술 대회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주위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학술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으로 가져가 주길 바랬다. 그래서 강정구(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꾸린 단체이다.
이후 범국민위는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국회의원들과 토론회를 가지기도 하고 전국에 있는 유족회를 조직화, 자료 수집을 위해 힘써 왔다."

- 이번에 같이 법제정을 위해 활동중인 전민특위는 범국민위와 다소 상이점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차이점은

"전민특위는 미군에 의한 학살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반면 범국민위는 한국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에 대해 다루고 있다."

- 같이 손을 잡게 된 계기는.


"조직을 통합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전민특위는 유가족과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범국민위는 활동 인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이 난관을 이겨내고자 뜻을 모은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중순 즈음 논의돼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다."

- 제정하고자 하는 법률안의 정식 명칭과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인가.


"정식 명칭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다. 법명에서 '학살'이라는 용어 대신 '희생'을 썼다. 이는 '학살'이라는 단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피해 시기는 48년 8.15일부터 53년 7.27까지로 정하고, 특히 군에 의한 학살, 경찰 우익 단체 및 미군 등 연합군에 의한 학살, 북한군과 좌익 단체에 의한 학살 사건 중심으로 조사해 나갈 계획이다.
유족의 범위는 희생자의 배우나 직계 존/비속으로 만일, 직계 가족이 없을 경우 법리적으로 지나친 확장이 아닌 것으로 규정지었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명예회복 위원회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상이나 보상 등의 내용은 아직 거론하지 않은 상태이다. 단 의료 지원금, 생활 지원금 정도만을 요구할 뿐 그 이상은 이후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피해신고 등의 기한은 3년으로 정하고 지방 자치단체에서 신고는 받되 중앙에서 총괄 관리한다."

- 입법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우선 오는 18일,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좀더 구체적인 것들을 논의할 것이다. 현재까지 국회공청회에 법률안을 가지고 얘기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토론 내용을 기초로 한 시안을 마련했다. 기존 과거 의문사법 등을 통해 민변 변호사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으며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서명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에 있을 개원에 맞춰 좀더 왕성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 실제 입법화를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반응은 어떤가.

"찬성을 하며 나서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는 이들도 있다. 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원도 있는 등 각양각색이다."

- 민간인 학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텐데 이같은 법률안 마련을 구상한 이유는.

"궁극적인 목적은 법 제정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는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 법 제정을 생각했고 큰 파장력을 일으킬 방안의 하나로 생각했다."

- 법 제정을 하는 것에 대한 한계도 있을 것이다. 어떤가.

"실제 수사권이 작용하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한 후 많은 시간이 흘러 가해자를 상대로 조사를 할 때 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법률안이 거부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건가.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족회는 유족회 대로 기존에 하던 활동을 함과 동시에 범국민위 차원에서도 학술이나 홍보 작업을 통해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 범국민위의 이후 계획은.

"무엇보다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진상규명 위원회가 구성되면 이 활동에서 열심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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