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훈련소 입소한 여고생들

육군 비호포병부대, 자매여고 병영체험 훈련

등록 2001.08.10 15:50수정 2001.08.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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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자!"

여고생들의 가녀린 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군 교관들의 선창에 따라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이미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고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교관을 원망스런 눈초리로 올려다 보고있다.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오산리에 위치한 육군 비호포병부대(부대장 전진규)에서 9일부터 10일까지 1박2일 동안 서울 영동여고 학생 130여명이 병영체험 훈련에 폭염과 싸우고 있다.

9일 장병들의 환영을 받으며 부대에 도착한 여고생들은 전투복과 군장류 일체를 지급 받고 낯선 하루를 시작했다. 시설물 사용과 일석점호 요령 등 교육을 받은 뒤 이 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물자와 최첨단 무기들을 견학하고 군의 위용을 실감했다.

저녁에는 효도편지를 쓰며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의 존재를 절실히 느꼈고 장병들과의 대화와 멸공관, 제3땅굴 등 안보견학을 통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이해하고 장병들의 노고와 안보의지를 느끼는 값진 경험도 새로웠다.

본격적인 병영훈련 시간인 둘째 날.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유격훈련장에서 유격훈련 체험이 진행됐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교관의 구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여고생들의 모습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진지함이 엿보였다.

PT체조 시간. 반복구호 실수로 횟수는 배로 늘어나고 동료가 실수했다는 원망 어린 눈빛이 힘의 한계가 느껴진다.


훈련에 참가한 오서영(2년) 왕소윤(1년) 김태영(1년) 김나현(2년) 황현숙(2년) 양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특히 오서영 양은 권력과 부를 앞세워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을 향해 "국민의 의무를 포기한 사람들은 누릴 권리도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녀는 또 "시련은 사람을 성숙시킨다"며 "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회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는다.


엄마가 보고 싶어 혼났다는 왕소윤 양은 "단합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 보람있었다"며 "병영생활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학생들은 평소 느꼈던 군에 대한 이질감을 풀 수 있었다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나현 양은 "평소 20대의 한참 젊은 나이를 군대에서 허비한다고 생각했는데 체험을 통해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한편 육군비호포병부대는 자매결연을 맺은 영동여고를 매년 부대로 초청, 병영체험과 안보견학을 통해 안보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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