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

고3 딸의 여름나기

등록 2001.08.21 14:06수정 2001.08.21 16: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벽5시. 곤히 잠들고 있는 딸아이의 방을 살며시 열었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 2시에 잠들었던 아이를 깨우기 위해서였다. 좀더 재우고 싶었는데 딸아이가 잠자리에 들면서"내일 5시에 꼭 깨워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었기 때문이다.

'현이야'라고 살짝 부르자 아이는 벌떡 일어난다. 평소에도 잠귀가 밝은 아이였는데 오늘따라 유난히도 일찍 깨는 것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마음 속에 들어 있었는지 안타깝다.

곧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더니만 바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한다. 책상 위의 '수능 95일, 마지막 최선, 잠은 잘수록 더 잔다'라는 문구가 눈에 확들어온다.

두 시간여를 공부하더니만 가방을 챙긴다. 집사람이 만든 미숫가루 한잔을 마시고는 학교로 향한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는데 50여명의 학생이 달랑 선풍기 2대로 찜통더위에 공부와 씨름을 하고 있단다. 열악한 우리의 교육 현장이다.

저녁 6시30분. 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다 못해 익어보이는 모습으로 땀과 범벅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수고했다는 나의 말에 빙그레 웃음만 지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곧바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한다.

방학 시작하기 전 방학때 모자라는 과목을 학원에 가서 보충을 하라고 했더니 "돈드는데 집에서 할랍니다"고 말하던 야무진 딸이다. 그 약속을 지킨다고 더운 방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선풍기를 2단에서 3단으로 올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알았는지 "아버지예 고맙십니더. 열심히 할께예"라고 말한다.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조금씩 쉬었다가 하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왔다.

밤늦게까지 딸아이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내일은 새벽시장에 가서 삼계닭이라도 한 마리 사다가 고아주자고 아내와 이야기를 하였다.

덧붙이는 글 | 딸아, 언제나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는구나.

덧붙이는 글 딸아, 언제나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는구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