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성, 하늘에 계신 부모님도 감사하리오

등록 2001.08.21 16:38수정 2001.08.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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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장, 학교 시간강사, 신문사의 일러스트, 회사의 주부 문학회장, 시낭송회 회원, 주부, 엄마, 아내...


아내의 직업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전 그중에서 아내란 직업(?)을 제일 좋아합니다. 언제나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 말 속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보.
당신의 그 자그마한 체구에 어떻게 이 많은 직업을 가지고 집안의 장손 며느리로서 대소사며 가족의 화해를 이끌어 나가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소.

여보.
당신을 처음 부모님에게 인사시켜 드리려고 우리집을 처음 찾아온 날
기억이 나오?

당신의 그 자그마한 덩치를 보고 어머님은 절도 받지 않으시고 뒤돌아 앉으셨죠. 장손며느리로 당신의 몸이 너무 작다시면서요.

그래도 당신은 절을 하고 바로 부엌일을 도왔지요. 당뇨병으로 십수년간 고생하신 어머님을 대신하여 당신은 다음날부터 출근아닌 출근을 하여 집안청소며 빨래와 온갖 허드레일을 다하였지요.


당신의 재치와 빠른 손놀림에 어머님도 기뻐 하시고 며느리감으로 되었다고 하시며 우리들의 결혼을 승낙 하시었지요.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우리들의 결혼날을 잡으러 절에 갔을때
스님께서 우리들이 식을 올리면 어머님의 병환이 더 악화된다는 말을 듣고서 우리들은 식을 미루고 어머님의 병간호를 하였지요.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당신은 어머님의 간호와 집안일을 다하고 밤늦게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4년여, 어머님은 당신의 지극한 간호를 받으시고 하늘나라로 가셨지요.

돌아가시기 전 우리들은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도 하루밤만 자기로
하고 떠날때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지요. 당신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수고 하였다고요

당신은 그 소리를 듣고는 신혼여행 내내 눈물을 흘렸지요.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지 2년후 아버님도 중풍과 치매로 병속에 누워계셨지요
그때의 당신이 아버님께 해드린 간호는 친자식인 나도 못할 일을 잘해주었소.

방안에 대소변은 보시고 그것을 손으로 만지시는 아버님을 당신의 그 자그마한 덩치로 100kg이 넘게 나가시는 무거운 몸을 혼자서 목욕시켜드리고 금방 잡수신 식사를 잃어버리고 저것이 밥도 안준다고 퇴근하여 들어오는 나에게 말하면 당신은 그랬지요.

"아버지예 저가 깜박 잊었네요, 금방드릴께요" 하며 어린아이에게 밥을 먹이듯 달래서 드렸고 아버님의 병환이 위독하시면 밤새 잠을 자지 않고 간호를 해드렸고 오래 누워 계시면 욕창이 생긴다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수건으로 엉덩이며 등을 닦아 드렸고 다른사람들이 이불위에 비닐을 깔면 빨래하기에 좋다고 그렇게 해보라고 했을때도 누워계시는 아버님께서 불편하시다고 이불을 그대로 깔아드리고 그 변이 묻은 이불빨래를 매일 했지요.

몇 달 안 남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아버님은 그렇게 5년을 더 사시다가 하늘나라에 가셨지요.

여보.
이제 우리의 결혼생활도 20년이 흘렀구료. 당신이 나의 부모님께 해드린 효도 정말 감사하오. 그리고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도 당신에게 감사하리라 생각하오.

당신이 우리 가족에게 베푼 사랑 영원히 잊지 못하리오. 당신을 사랑하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하여도 당신과 꼭 만나고 싶소.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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