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장애인 버스타기 행사 경찰 납득할 수 없는 연행과 해산 반복

등록 2001.08.24 07:15수정 2001.08.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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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장애인들의 버스타기 행사를 무리하게 막고 장애인이동권을 주장하며 서울역에서 농성중이던 장애인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천막을 철거해 크게 물의를 빚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회의가 8월 23일 서울역에서 벌이려고 했던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탑시다!'라는 장애인들의 버스타기 행사는 행사 시작 30분만에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장애인들의 버스타는 것을 도우려던 비장애인 10여명이 강제로 연행되었고 남은 장애인 30여명이 다시 버스를 타려 하자 이들을 4시간 넘게 감금한 채 대치하였다.

이날 행사는 장애인들이 대중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자 서울역에서부터 세종로 세종문화회관까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 동안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과 노숙천막농성을 7월 30일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벌여왔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연행에 대해 '집회신고를 내지 않고 버스를 타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은 그 시간대 광화문쪽에서 외국 귀빈의 청와대 방문이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연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찰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세상에 어느 나라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집회신고를 내느냐며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후 연행에 대해 항의하며 실신하는 장애인들과 일부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감금을 풀고 연행자를 석방했다. 그러자 장애인 이동권연대회의는 정리 집회를 갖고 일단 차후에 다시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해산했는데 자정을 넘기자, 경찰들이 기습적으로 약 300여명의 경찰을 투입해 농성중이던 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천막 안에서 잠자고 있던 이들을 또 다시 연행해서 비난을 싸고 있다.

또한 연행한 장애인들을 교통편도 없는 시외에서 석방하고 서울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새벽 2시까지 억류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진압과 해산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연대회의는 동이 틀 때까지 이번 연행을 자행한 남대문 경찰서를 항의방문, 경찰서장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역 천막 철거에 대해서도 집회 신고가 23일까지였다며 그래서 일몰 이후 천막 농성은 불법이라며 이번 강제 철거는 합법적인 법집행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연행된 사람들은 사전에 어떠한 고지도 없었으며 미란다 법칙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무리한 이번 법 집행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미비에 대한 화난 목소리를 잠재우기는커녕 기름을 부운 격은 아닌지 앞으로 장애인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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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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