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복투 시위하던 날

등록 2001.08.25 07:00수정 2001.08.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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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내 해고자로 구성된 '삼성해복투' 소속 4백여명이 24일 오전 11시께부터 수원 삼성전자, 삼성코닝, 삼성전기, 삼성SDI 등으로 나누어 시위를 벌였다.

해고자들의 이날 시위는 '삼성재벌 불법세습 척결, 무노조 분쇄, 구조조정 저지와 원직 복직쟁취 결의를 위한 전국 대회'로 마련된 오후 집회 이전에 홍보전으로 오전에는 수원 삼성 사업장 4곳으로 나누어 분산집회로 이뤄졌다.

이날 해복투의 시위전략은 오전은 수원 삼성 4곳 사업장으로 나누어 분산시위를 벌이고 오후 2시께 다시 수원 삼성전자로 집결해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 사업장별 삼성의 집회 방해 전략도 만만치 않았다.

11시23분께 분산집회차원에서 이뤄진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

삼성 해고자 150여명이 오전 집회를 벌이자 삼성전자측은 집회장소에서 불과 15여m 떨어진 정문 경비실 옆인 이미 설치된 소방차량 1대 앞에 직원 5명이 재빨리 1t트럭으로 고성능 앰프 시설을 옮겨와 설치했다.

11시39분께 삼성 해고자들의 집회가 가속화되자 삼성전자측은 고성능스피커를 통해 에어로빅 음악을 30초 동안 방송해 시위를 방해하다가 중단했다.

이날 경찰은 오전 10시30분께 이뤄진 수원 삼성전자 앞 집회와 관련해서는 경력을 배치하지 않고 교통경찰을 통해 삼성해고자들의 차량이 집회가 이뤄진 인도 옆 차도에 세워지면 곧바로 불법 주차가 이뤄지지 않게 이를 막고 있었다.


이미 출동해 있는 기동대 버스차량 3대와 지휘차량 1대는 오전 집회 내내 수원 삼성전자 2공장 내에 주차된 채 움직임이 없었다.

11시55분께 삼성전기 정문 앞 삼성생명 해고자와 전학련 소속 대학생 등 50여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고 경비실 앞에 경비요원 10여명이 집결해 있다.


정문 바로 안에는 소형 소방차량 1대와 고성능 앰프를 갖춘 방송차량 1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인도 위에서 해고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으나 집회장소 위에서 삼성전기측의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오후 12시12분께 삼성코닝 정문 앞 삼성직원 출퇴근 버스차량인 경기5부 81XX, 경기70마 17XX 등 차량 2대가 정문을 중앙으로 1대씩으로 나누어져 2차선 도로에 주차된 채 세워져 있고 그 차량 앞 쪽에는 ㅅ관광버스차량이 1대씩 주차돼 있다.

정문앞 인도 위에는 삼성 해고자들이 방송 시위와 2인 피켓팅을 벌이고 있고 코닝측은 정문 경비실 위에 설치된 고성능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울릴 정도로 커다랗게 음악을 내보내고 있다.

인도앞 피켓팅이 이뤄지고 있는 삼성 해고자 앞으로는 삼성코닝측에서 세워놓은 1t 봉고와이드 트럭 경기7후 29XX 차량 1대가 주차돼 있다.

본 취재진이 다가가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고성능 스피커로 내보내는 음악을 회사측에서 지시한 사항이냐고 묻자 경비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고 담당부서도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코닝 출퇴근 버스에 탄 기사에게 다가가 "매일 하루 종일 이렇게 차선을 가로막고 주정차하느냐"고 물었더니 "출퇴근시에만 잠시 주정차한다"고 답했고 "그럼 오늘은 회사측에서 지시해서 이렇게 줄곧 주정차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버스 기사는 "이곳으로 온 지가 얼마 안되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12시20분께 갑자기 코닝 출퇴근 버스차량 2대가 코닝 정문을 통해 안으로 이동해 주차했다.

12시23분 삼성SDI(구 삼성전관) 정문에서 10여m 떨어진 도로.
경기70마 10XX,경기5부 81XX, 경기70마 12XX, 경기70마 XX06 등 4대 출퇴근 버스차량과 미니 봉고차량 경기70마 16XX 1대 등 모두 5대 차량이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이곳은 삼성SDI에서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내보는 음악소리가 귀 고막을 찌르고 있다.

삼성해고자 30여명은 다리 위 인도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으나 삼성SDI측 집회 방해 방송으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취재진이 차량에서 내리자 경비원 2명이 다가와 차량을 도로에서 빼라면서 거칠게 얘기했다.

이 도로의 소유는 수원시이고 삼성SDI측은 왜 버스 등 5대를 세워놓았는지와 회사에서 지시한 것이냐고 묻자, 갑자기 거칠게 얘기를 꺼냈던 경비원들이 '모른다'면서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이같이 24일 오전 삼성해고자들의 분산집회가 이뤄진 사업장 4곳은 긴박감이 감돌고 있었고 언제라도 출동이 예상될 만큼 삼성측의 집회방해 방송이 집요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사업장 4곳에 경력을 배치하지 않았고 오전내내 삼성전자 2공장 내에 기동대 버스와 지휘차량이 수면차량처럼 그대로 있었다.

오후 집회를 앞두고 이 차량들은 아예 삼성전자 2공장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오후 집회가 이뤄지면서도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경력도 배치되지 않았다.

삼성해고자들은 "경찰이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를 명백히 알 수 있었다"며 "경찰이 오히려 중립을 지키지는 못할 망정 일방적으로 시위대상인 대기업 공장내에 차량을 주차시켜놓고 경력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이지 대기업을 보호하는 경찰이냐"고 토로했다.

교통순찰차량의 경우에도 1대만 삼성전자 정문에 배치돼 삼성해고자 차량이 인도 옆으로 차량을 주정차하는 것을 통제했다.

반면 교통순찰차량은 삼성코닝이나 삼성SDI앞 도로에 불법 주정차하고 있는 삼성측 버스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통제하지 않았고 아예 그 쪽으로는 경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경찰은 국민을 지키는 파수꾼과도 같다. 경찰은 국민의 녹을 먹고 산다. 국민에 의한 경찰이고 국민을 위한 경찰이다. 하지만 삼성 해고자 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모습은 대기업의 경찰이자 아직도 시위대에 편견을 가진 경찰이었다.
 
2001년 살고 있는 국민은 이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정자와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경찰이 아니라 선진 프랑스 경찰처럼 기업이 아닌 국민의 입장을 지키는 그런 경찰이 되기를 말이다.

덧붙이는 글 경찰은 국민을 지키는 파수꾼과도 같다. 경찰은 국민의 녹을 먹고 산다. 국민에 의한 경찰이고 국민을 위한 경찰이다. 하지만 삼성 해고자 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모습은 대기업의 경찰이자 아직도 시위대에 편견을 가진 경찰이었다.
 
2001년 살고 있는 국민은 이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정자와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경찰이 아니라 선진 프랑스 경찰처럼 기업이 아닌 국민의 입장을 지키는 그런 경찰이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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