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출입제한 지방일간사 공방전

경인 중부 인천 등 기자실 관행 타파 열린 공간 주장

등록 2001.09.12 01:59수정 2001.09.12 11:30
0
원고료로 응원
수원시청 기자실 출입과 관련해 지방일간사간에 출입정지와 제한 여부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달 초 경인일보가 수원시청 기자단에서 탈퇴한 뒤 잇따라 중부, 인천일보가 기자단에서 탈퇴하자 나머지 소속사가 탈퇴 3사의 출입정지 문제를 논의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경인일보 등 3사가 수원시청 기자단에서 탈퇴한 뒤 나머지 기자단 소속 지방일간지 9개사가 지난 6일 자체적으로 회의를 열고 탈퇴 3사에 대한 기자실 출입정지를 공식적으로 안건으로 상정해서 다뤘다.

이날 회의에서는 탈퇴 3사에 대한 출입정지 문제와 7개월 정도 시청을 비공식적으로 출입한 시대일보와 서울일보 등은 준회원사제도를 도입해 출입을 허락하고 나머지 신문사와 인터넷 뉴스사 등은 일체 출입을 금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단은 또 기자실 내 전화기 사용료에 대한 부분과 공간 내 책상 등을 재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탈퇴 3사는 기자단이 실질적으로 기자실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기자실은 시민이건 어느 뉴스사건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태가 여기까지 번지자 불똥은 공보담당관실로 튀었다.


기자단은 10일 오후 5시께 기자회견장으로 공보담당관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입장을 출입정지에 대한 입장 전달을 했고 공보담당관은 수원시청 기자실은 행정기관에서 기자들의 편익을 위해 제공한 공간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출입하는 기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보실 한 관계자는 "기자실은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세수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시가 각 언론사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공한 만큼 시민은 물론 어느 뉴스매체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기자단 스스로 언론활동 자유를 제한하면 안된다

수원시청 기자실은 내부적으로 '수원시청 기자단'이라는 친목회가 관행적으로 기자실을 운영해 왔다.

이 기자단은 지난 6월까지 도내 지방일간지인 경인일보, 경기일보, 인천일보, 중부일보, 기호일보, 경인매일, 수도권일보, 경도일보, 전국매일, 현대매일 등 10개사와 경기방송, 수원방송, 연합뉴스 등 3개 방송사와 통신사로 구성돼 왔다.

기자단은 기자실 출입과 관련해 출입을 요청하는 뉴스매체에 대한 출입제한 등 실질적으로 기자실 출입에 대한 심사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기자단 소속사였던 경인일보와 중부, 인천일보가 공식적으로 기자단에서 탈퇴한 뒤 지난 6일 나머지 기자단에 소속돼 있는 신문사 기자들이 탈퇴 3사의 출입정지와 관련한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기자단 탈퇴사 가운데 한 출입기자는 친목단체인 기자단이 실질적으로 기사정보의 공유나 언론 윤리강령에 대한 단계적인 개혁안 제시와 시행보다는 관행적인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기자실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현재 국민들의 정서이자 대세라고 지적했다.

기자단 소속사 가운데 개혁을 지향하는 일부 젊은 기자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기자실이 특정한 누구의 권한에 의해 운영되고 이를 행사하는 곳이기보다는 누구나 자유로운 취재활동이나 정보 공유을 위한 편의적인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실이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있는 것보다는 시민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취재요청이나 취재와 관련한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자단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출입제한과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논의된 부분에 대한 결정사항에 대해 차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원시청 기자단의 출입제한 문제의 거론으로 인해 기자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중앙일간지와 중앙 방송사 등도 사실상 출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논란은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앙일간지인 ㅎ신문 홍아무개 기자는 "기자실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으로 프레스룸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특정사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언론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내부적으로 기자단 스스로가 친목단체이니만큼 자율적인 논의를 거쳐 기자들에 대한 윤리강령을 만들고 사이비기자 활동을 하는 기자나 회사에 대해 경고안을 공동으로 채택, 이를 회사측에 보내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기자가 사회개혁에 앞장서야' 시민단체 '기자실 모두가 공유해야'

관행을 따를 것인가 국민의 언론개혁 요청을 따를 것인가.

수원시청 기자실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내부적으로 공무원들도 비공식적인 입장과 태도를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 공무원 내부에서는 기자단의 문제 가운데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기자실의 공동 대응 문제이다.

공무원들은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취재경쟁을 통해 특종이나 취재원보호 등을 이뤄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안에 대해 공동적으로 똑같이 기사화하는 부분에 대해 언론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언론사 기자가 해당 문제를 직접적으로 취재하지 않았는데도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는 경우나 사회개혁적인 사항을 보도하기보다는 해당사의 이권과 관련해 공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ㅇ시청 기자실과 ㅇ시 공무원직장협의회간에 있었던 마찰이 그 한 사례이다.

ㅇ시 직협은 시 내부에서 지방일간지의 계도지로 나가고 있는 예산에 대해 시민의 세금으로 선택권 없이 무조건적으로 예산이 지출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시가 결국 이를 수용해 계도지예산이 삭감됐다.

그러자 지방일간지들의 공동 대응적인 기사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직협에 대해 연속적인 기사화가 시작됐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는 등 악의적인 보도행태가 시작됐다. 직협은 결국 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고 이후 각 사로부터 정정보도와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지방일간사는 ㅇ시청 인터넷 직협 게시판에 올려진 비난적인 글의 게재를 문제삼아 직협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서에 고발조치하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이같이 기자들의 관행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일부 개혁지향적인 공무원들은 기자들이 사회개혁을 지향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 취재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 행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길 오히려 기대하고 있다.

수원시청 기자단 문제에 대해서도 시청 내부 일부 공무원들은 기자실의 문제가 보다 사회적으로 공개돼 언론개혁적인 측면에서 논의되고 언론관계자들 스스로가 보다 개선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수원시청 한 공무원은 "언론은 공익적인 집단인 만큼 사회적인 문제를 취재해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만큼 언론은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고 그릇된 것은 개선하는 데 지체없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개혁 문제에 대한 논의기구를 준비하고 있는 수원지역 일부 시민단체들도 명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청기자실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기자실은 공유되는 곳이어야 하고 출입제한 등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언론사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이권에 충실한 이익집단 정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뉴스매체에 대해 출입제한 등을 거론하는 기자나 소속사는 오히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기자실은 특정한 언론사의 이익과 관련한 특권을 보장하는 곳이 아니라 자유로운 언론활동 보장의 공간이고 자율적인 취재경쟁과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는 곳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기자단이 어느 언론사의 출입을 제한하는 문제는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 "오히려 기자단은 자체적으로 윤리강령을 만들고 사이비 언론이나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 등에 대해 공동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실은 진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진실의 무게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곤 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진실을 캐내는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다. 이제는 선,후배들과 항상 토론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