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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학교(영광여자중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교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김현숙(16) 학생이 아이들에게 한마디한다.
"우유 먹는 애들아. 조금 있다가 나한테 우유 한모금씩만 주라."
애들 모두 무슨 소린지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잠시 뒤 김현숙 학생을 비롯해 아이들 몇몇이 찾은 곳은 다름아닌 소각장이었다. 소각장 옆 한 켠에 놓인 중간 정도의 대야안에 재활용 체육복들이 들어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곳을 조심스레 들쳐본다. 그 곳엔 다름아닌 이제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자고 있었다. 한마리는 이미 눈을 뜬 상태이고 다른 한마리는 아직 눈은 안떴는데 조금씩 움직임을 보인다.
궁금증에 한마디 한마디 물어보다 고양이가 어떻게 해서 여기있는지 알게 되었다.
현숙이와 친구들에 따르면,
처음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 것은 10일 청소시간이었다. 어디서 고양이 소리가 나길래 둘러보니 소각장 뒷편에서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한마리는 눈도 안뜬 상태에서 내려오다 나뭇가지에 걸렸었고 다른 한마리는 내려오다가 구르기도 하고 걸어오기도 했다.
그때 당시 고양이의 몸은 축축히 젖어 있었고 학생들은 재활용하려던 체육복을 꺼내어 거기에 집을 만들어줬다. 고양이 이름은 '소', '각'이 라고 짓기로 했다. 그 이유는 소각장 근처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3일 후, 아이들이 다시 고양이를 찾아갔을 때는 각이가 이미 죽어있었다. 그런데 소는 잘 걷고 털도 제법 말라서 귀여웠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반대로 학교에선 기를 수 없어 친구들 집에서 돌아가면서 고양이를 재우고 아침엔 몰래 상자속에 넣어 우유도 먹이면서 기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기 고양인데 우유는 잘 먹나요?"
"그냥 주면 잘 안먹는데 스포이드로 먹이면 잘 먹어요. 과학 선생님께 스포이드를 며칠 빌렸거든요. 고양이 먹인다는 것은 말 안하구요."
"그런데 '소', '각'이란 이름은 좀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이름 바꿨어요. '백자'로 바꿨는데요. 담임선생님 이름이 백형순 선생님이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성의 백, 스스로 자에 자, 그래서 이제 '백자'라고 불러요"
학생들은 새끼고양이가 이렇게 작은 줄 몰랐다며 신기하기도 하고, 기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달 후면 곧 졸업을 하는 중3이라서 백자를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낼지 계속 돌아가면서 길러야할지 걱정이라고한다.
새끼 고양이 한마리를 통해 아이들은 공부에 찌들었던 일상도 잠시 묻어둔 듯 했다. 앞으로 백자가 건강하게 자라서 아이들이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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