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 존재에 대해서

등록 2001.09.20 14:31수정 2001.09.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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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왜냐하면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Descart-

데카르트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생각' 즉 사유의 능력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름하여 호모 싸피엔스.

그런데 요즘 베스트 셀러를 유지하고 있는 '선의 나침반' 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면 나는 생각하지 않을 때 어디에 있는가?' 참으로 허를 찌르는 좋은 화두다. 이 책은 이 화두를 끈질기게 파고 들기 위해서 쓰여졌을 정도로, 이 생각의 빈틈이란 것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한 가지 이러한 생각에서 간과해온 것, 아니 무시해 온 것은 여기서 주체인 '나'가 매우 이기적인 나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데카르트주의자들은 합리주의자라기 보다는 '이기적 합리주의자'라고 해야 보다 정확한 정의가 된다.

그리고 이기성과 합리성이라는 상호 모순성이 강한 두 성격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변태를 낳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기도 한다. 소위 '엽기적인 성향'의 존재들은 이기성과 합리성을 교묘히 결합한 초인적 악마로 변모하기도 한다.

한편, 나는 '나'라는 제한된 주체의 사고 작용이 만들어내는 환각일 수도 있다. 그걸 존재라고 오해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불교의 생각은 대체적으로 이런 데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하지 않을 때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를 시험하기 위해 우리는 생각을 조절하고 욕망을 끊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답을 하길 바란다.

한편, 라캉은 '나는 내가 아닌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고 하여 데카르트의 앞서의 말을 묘하게도 왜곡시켜 놓았다. 이 말은 앞서 내 해설을 또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나라고 믿었던 근대의 확고한 자아란 개념은 사실 거짓이란 말이다. 여기서 라캉은 포스트 모던 시대의 자아의 정체성을 질문하고 있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 ' 이는 마샬 맥루한이 퍼뜨린 말이라 여겨진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곧 메시지'라면서 텍스트의 형식을 내용 앞에 위치시켰다. 쉽게 말해 전자 우편은 전자우편대로 편지는 편지대로 그 나름의 담론 구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 어렵게 들리는가?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떠하는 경우에 존재할 수 있는가? 란 최초의 질문과 답의 연속선상에 있다.

최근에는 이원이란 시인의 '야후!의 강물에는 천개의 달이 뜬다'라는 시집을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내면서 '시인의 말' 제목으로도 쓰여져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라캉은 자아의 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했지만, 후자의 맥루한의 말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클릭이란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새로운 인간을 통해서 말이다. 라캉의 말과는 매우 다르게도 사이버 스페이스에도 자아의 정체성은 중요한 정보 전달체로 작용한다는 것이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고로, 생각과 생각하지 않는 곳을 거쳐 클릭으로 생각과 행위는 어느 정도 변증법적 지향점을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클릭은 넷이란 세계에 노크를 하는 행위이므로 그 행위가 개인 단위로 이루어 진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회적 활동의 하나로 봐야 하므로, 순수히 개인적으로 끝나는 행위는 아니다.

클릭이란 하나의 참여, 대화의 시작이다. 고로 클릭을 통해 존재하는 우리는 결코 혼자서 사고 하고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사고하고 상호하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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