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자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기자감담회에서 밝힌 '대기업 출자제한 완화'를 1면 탑으로 다뤘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출자총액제한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의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출자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25%를 초과하는 출자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를 '대기업 출자제한 없앤다'라는 제목으로 1면 탑에 배치하고, 3면에는 '출자총액제한 완화 허와 실'을 분석한 관련기사를 싣는 등 비중 있게 다뤘다.
한겨레신문은 또 사설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우려하던 대로 대폭 풀리게 됐다"면서 "어느 모로 보나 정부의 재벌정책이 올해 들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썼다.
또, 이 사설에서는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이 완화됨에 따라 빚어질 국민 경제적 폐해는 불 보듯 훤하다"면서 "무엇보다 재벌그룹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가공할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억제하고 재벌그룹의 선단·문어발경영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겨레신문 사설 전문이다.
출자총액 제한의 대폭 후퇴
대규모 기업집단(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우려하던 대로 대폭 풀리게 됐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출자제한 규정을 없애는 대신, 25% 초과 출자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순위 1~30위에서 자산총액 3조원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을 적용받는 대규모 기업집단 수도 줄어들게 됐다. 정부는 이에 앞서 재벌그룹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도 풀어주기로 한 바 있다. 어느모로 보나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올해 들어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게 분명히 드러난다.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이 완화됨에 따라 빚어질 국민 경제적 폐해는 불보듯 훤하다. 무엇보다 재벌그룹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가공할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억제하고 재벌그룹의 선단·문어발경영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얼마전까지 공정위가 앞장서서 크게 걱정하던 일 아닌가. 물론 순자산의 25%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금하는 게 전혀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개별 계열기업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등에 따라서는 출자총액 제한제도 자체가 아예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이미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예외 범위 등이 크게 확대된 터라 그럴 가능성은 아주 짙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나친 기대다. 이것들은 재벌개혁을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단계에서 그것들이 지닌 의미 또한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구실도 제대로 못하게 됐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기야 정부가 재벌개혁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경우마저 드물어졌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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