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10월 12일]
시민단체 정치참여 말라

등록 2001.10.11 20:50수정 2001.10.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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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일자 가판 신문은 김 대통령 발언을 가지고 벌이는 색깔논쟁으로 덧칠돼 있다. 그 가운데 조금은 사안이 다르지만 민감한 문제를 다룬 칼럼이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에 실린 임희섭 고려대 교수의 '시민단체 정치참여 말라'라는 제목의 금요포럼이 바로 그것.

임 교수는 이 칼럼을 통해 시민운동은 '제도권 밖으로부터의 정치'이며 또한 '제도정치와 구별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이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 정치 속에 함몰되어 스스로 정체성을 잃는 것보다는 시민운동을 통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에 충실하는 것이 더 개혁 추진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 교수는 시민운동은 그 자체가 일정의 정치활동이고 정치참여라고 전제하면서 그 근거로 시민운동은 국가 정책을 항상 감시하고 비판함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자율성 신장과 공익의 증진을 위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필요하면 제도정치와 협력하기도 하는 운동의 정치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꼽았다.

임 교수는 시민운동이 제도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두 가지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첫째는 시민운동 진영의 '개혁세력'들이 직접 개혁정당을 조직하여 제도 정치권 내의 한 정당으로서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시민운동에 활동하던 개인들이 개인적으로 제도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 이어 임희섭 교수는 시민단체가 정치참여를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시민운동단체들이 스스로 시민운동조직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제도정치에 '정치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이고 이 경우 시민들과 유권자들은 시민운동단체가 정치조직인지 운동조직인지 시민운동단체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게 바로 그 이유.

시민운동 진영 내부에서도 내년에 실시된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정치 참여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임 교수가 설명한대로 많은 시민들은 제도정치의 비능률과 대의기능의 후진성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 문제가 더 강하게 표면화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임 교수는 시민단체가 정치에 참여함으로 인해 정체성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부분은 논란거리다. 과연 직접 정치가 아닌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에 충실하기만 할 때 개혁 추진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지는 좀 더 토론해 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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