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펑크락 쇼 현장을 가다

<김기영의 음악파일 11> 이틀 연속 울린 폭발음

등록 2001.11.09 23:55수정 2001.11.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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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주말, 트라이포트 홀은 펑크락 매니아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한국, 미국, 일본의 펑크락 밴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친 ‘Punk Rock Show’! 각 밴드들의 다양한 무대 매너,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어우러지면서 락 특유의 화끈한 무대를 연출하였던 이번 공연은 특히 스카펑크를 추구하는 밴드들이 대거 참여, 스카(Ska)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였다. 숨돌릴 틈 없이 진행된 이틀간의 공연 현장으로 달려간다.

27일 다양한 개성의 참여 밴드들


공연이 시작된 7시 30분, 공연장인 트라이포트 홀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앞자리에 자리잡고 공연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찼다.

첫 주자는 우승민이란 이름의 뮤지션, 한사람으로 이루어진 올라이즈 밴드였다. 특유의 유머와 뽕짝이 가미된 스타일의 음악으로 주목받는 올라이즈 밴드는 이날 무대에서 ‘18 존나게 재수없어’ ‘노아라’ 등을 들려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어 등장한 밴드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스카밴드 레이지 본. 역동적인 스테이지 매너와 밝고 명랑한 사운드로 대표되는 레이지 본은 ‘도시천사’ ‘나 오늘 땡 잡았어’ ‘유혹의 락앤롤’ 등을 부르면서 흥겨운 무대를 연출하였다. 특히 ‘나 오늘 땡 잡았어’는 레이지 본의 해학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으로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곡이기도 하였다.

공연 중반 등장한 일본의 스카밴드 루드 본즈(Rude Bones), 오랜 관록을 자랑하는 라이더스(Ryders)의 무대는 같은 일본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루드 본즈가 경쾌한 서핑 리듬을 앞세워 밝은 분위기로 관객들을 이끌었다면 라이더스는 강렬한 드럼비트, 찢어지는 듯한 기타 굉음 등 전형적인 펑크 사운드로 관객들을 압도하였다. 공연장을 찾은 약 300여 명의 관객들은 전체적으로 출연 밴드들의 지명도에 반응하기보다는 단순히 음악 자체에 심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이 날 공연의 백미는 단연 미국출신의 5인조 스카펑크 밴드 브루스 리 밴드(Bruce Lee Band)의 무대였다. 한국계 미국인인 마이크 박(Mike Park)이 이끄는 브루스 리 밴드는 팝적인 사운드가 물씬한 펑크 멜로디에 스카를 접목,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며, 특히 리더인 마이크 박은 187cm에 달하는 육중한 체구임에도 무대 위를 율동을 곁들여가며 종횡무진 휘저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마지막 피날레는 역시 한국의 대표적 펑크밴드 크라잉 넛의 몫이었다. 앞서 대기실에서의 영상 인터뷰에서 익살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이들은 대표곡인 ‘서커스 매직 유랑단’ ‘신기한 노래’ ‘말달리자’ 를 부르며 펑크락쇼 공연을 축하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마지막에 출연 밴드 멤버들 전원이 출연하며 한 무대를 연출하면서 첫 날 공연은 열띤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28일 전날의 열기가 이어진 무대

펑크락 쇼 공연 이틀째인 28일은 전날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오후 6시 30분, 공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팀은 부산출신의 펑크 밴드 런 캐럿 (Run carrot)이었다. 스트레이트한 질주감을 무기로 한 이들은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개같이 살다가 개같이 가리라’ 랜시드의 곡을 카피한 ‘Rubo soho’등을 부르며 강력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뒤이어 등장한 밴드는 전날 오프닝을 장식한 올라이즈 밴드. 전날에 비해 30여 분의 공연시간을 할애받은 올라이즈 밴드는 유머와 욕설, 때로는 슬픔이 가미된 가사와 트롯트풍의 멜로디를 앞세워 독특한 음악세계를 보여주었다.

올라이즈 밴드 무대의 열기의 채 가시기도 전 등장한 팀은 전날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흥겨움을 고조시켰던 브루스 리 밴드였다. 이들은 최근 국내에 발매된 이들의 타이틀 곡 ‘Hongulmamotaya’ (한국말 못해요)를 비롯해 전날과 마찬가지로 경쾌한 스카풍의 곡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어 등장한 일본의 노장밴드 라이더스도 이날 출연한 밴드 가운데 가장 하드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브루스 리 밴드의 무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틀째 공연의 마지막 주자 또한 당연히(!) 크라잉 넛의 몫이었다. 공연 첫 날과 같은 순서로 라이브를 한 이들은 전날보다 한층 화려해진 스테이지 매너를 과시하였다. 이들이 부른 곡 중 ‘밤이 깊었네’는 이 날 출연한 팀들의 곡 가운데 가장 부드러운 멜로디였다. 크라잉 넛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틀간 치러진 ‘한미일 펑크락 쇼’는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풀리지 않는 숙제, 흥행

이틀간의 펑크락 쇼 공연은 출연진의 열정적인 연주와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호응이 어울어지며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공연의 규모에 비해 한정된 수의 관객들만이 공연장을 찾아 락 매니아가 아닌 대다수 대중들의 발길이 와닿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대목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공연들이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은 채 꾸준히 정례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어야 락 공연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에 열린 이번 펑크락 쇼는 흥행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끔 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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