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브리핑> 재벌정책 '도루묵'

등록 2001.11.13 07:59수정 2001.11.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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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객기 추락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일까요? 뉴욕 JFK 공항부근에서 승객 25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했습니다.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AA) 소속 에어버스-300 여객기(587편)가 12일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향해 이륙한 지 3분 만인 오전 9시17분(한국시각 12일 밤 11시17분) 뉴욕시 퀸스 지역 주택가에 추락했습니다.

매리온 블래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12일 현재까지 파악된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이날 뉴욕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A300기의 추락은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추락한 여객기는 기내에서 폭발이 일어났지만 기체결함인지, 테러인지는 모른다고 연방수사국(FBI)는 말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 목격자는 WABC-TV에 출연, “사고 비행기에서 갑자기 엔진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이어 10~15초 안에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기는 프랑스에서 제작돼, 1988년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납품되면서 취항했으며, 1999년 12월 기체 전면 정밀점검을 받았다고 항공사측이 밝혔습니다. 현재로서는 사고사로 보입니다.

정말 전하고 싶지 않은 소식입니다.

재벌정책 '도루 묵'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린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1999년 경제가 좋아지면서 타협의 자세를 보였던 정부는 경제가 나빠지자 모든 걸 포기했습니다. 국책 연구소에서 이대로 나가면 과거같은 선단식 경영이 재현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 보고서 `재벌개혁정책의 후퇴, 의미와 전망'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 출자총액제한제, 재벌그룹 소속 금융사 보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 제벌의 은행 소유 제한 등 재벌과 관련한 모든 정책이 충분한 연구·검토 없이 재계의 일방적 요구에 밀려 맹종하듯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재정경제부가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는 이유의 하나로 기업 설비투자 촉진을 들고 있으나, 최근 경기침체로 국내 제조업의 설비가동률이 75%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폐지한다고 해도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현 경제팀이 바보든가 아니면 퇴임 후를 주도면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 쪽일까요?

또 재벌의 출자행태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 규제 완화는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의 재현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이 97년부터 2000년까지 30대 재벌의 출자행태를 분석한 결과, 동종산업 출자 비중은 4대그룹 17.5%, 30대그룹 23.1%에 그쳤습니다. 또 30대그룹의 4년간 총 출자액의 41%가 적자 계열사로 흘러갔고, 자산 규모가 각각 5조~10조원, 5조원 미만인 재벌의 경우 이 비율은 각각 58%, 60%나 됐습니다.

재벌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나마 남은 방파제입니다.

아프간 반군, 카불 40Km까지 진격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북부동맹은 12일(이하 현지시각) 수도 카불 북부 40㎞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부와 중부의 3개주를 추가로 확보했으며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도를 보면 북부동맹은 아프간 북쪽 전략 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를 점령한 뒤 동남쪽으로 난 카불로 이어지는 길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집권 탈레반 지도부와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엔비시방송>과 한 회견에서 겨울 이전에 탈레반 정권이 권좌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개방확대' 사실상 통과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 폐막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나쁜 소식이 날아 왔습니다. 농산물시장 추가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산물협상에서 조정역할을 맡고있는 조지여 싱가포르 통상장관은 이날 오후 수석대표 전체회의에서 “유럽연합이 주장하는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조항 삭제 여부만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농업협상 분야 선언문 초안에서 한국이 반대하던 조항들이 사실상 타결됐음을 시사했습니다.

한국은 선언문에 있는 '국내보조금 실질적 감축'과 '농산물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에서 `실질적'이라는 단어를 빼라고 주장했습니다. 더구나 앞서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던 일본도 농산물협상에서 양보의 뜻을 밝혔습니다.

또 이재길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수산물보조금 분야는 한국과 일본이 외롭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또 다른 최대쟁점인 반덤핑협정 문제에서는 각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덤핑협정 개정과 관련해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선언문 초안에 없는 `2단계 협상론'을 예전처럼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혈이라니...

국민의 아름다운 마음마저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민이 헌혈한 혈액(혈장)의 일부가 혈액제제로 생산되는 과정에서 몰래 빼돌려져 한 제약사 대표이사의 치부에 이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청은 "국민의 헌혈(혈장)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아 혈액제제인 알부민을 생산해 온 ㄷ제약사 전 대표 유아무개(64) 씨가 지난 1996년부터 3년 동안 알부민 9900여 병(시가 6억9000여만 원어치)을 불법으로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기막힙니다.

이 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정치

- 민주당이 당직개편을 했습니다. 신임사무총장은 이협 의원, 정책위의장은 박종우 의원, 지방자치위원장에 송석찬 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경제

-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영업이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한국은행이 국내 대표적인 제조업체 1740개사의 6월말 기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91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 소비자 파산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12일 서울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서울지법에 241건의 소비자 파산이 신청돼 지난해 149건을 훨씬 넘어섰으며 오래 말이면 199년의 263건의 기록도 깰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12일 미국 <에이피통신> <시엔엔방송>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7개 언론사 컨소시엄이 시카고대학의 여론조사센터에 의뢰해 조사를 벌인 결과, 플로리다주 전체 검표가 이뤄졌다면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고어 후보가 42~171표 범위내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무적으로 여겨지던 신자유주의의 승리 행진이 9.11 테러와 함께 끝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끝났다" (중앙일보)

사회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은 단체협상과 사립학교법 개정이 무산된 데 반발해 14일부터 소속교사 1000명이 참여하는 집단 연가투쟁에 들어가고 26일 9만여 교사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 생태계 파괴 위기에 처해 있는 강원도 정선군 동강 상류에 국내 최대규모의 '스키.골프 리조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이 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각종 오폐수가 동강 본류로 흘러들어 동강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집요한 탐욕입니다.

화제와 미담

- 정몽준 한국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개고기 식용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주 평범한, 당연한 말을 해도 정치인이 하면 감격스럽군요.

- 아름다운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는 19일 강동경찰서 광나루초소장 김오현 경위는 신장을 떼어냅니다. 생면부지의 시각장애인 조아무개 씨를 구하기 위해서죠.

같은 날 김 경위의 부인 이경옥 씨도 생명을 구합니다. 군산에 사는 공무원 윤아무개 씨의 신장을 받습니다. 혈액형 때문에 직접 부인에게 신장을 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아름다운 인연을 번져가게 하는군요.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지만 '내 마음의 도둑"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물론 짐작하시듯 사랑 얘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정말 "내 마음의 도둑"이 있었습니다. 헌혈한 걸 도둑질 하다니...남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마저 도둑질하는군요. 정말 너무합니다. 오늘의 한마디.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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