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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보복전쟁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켜보며 엄마의 입장이 되어 다시 생각해봅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첨단 무기가 동원되어 무차별로 행해지는 공격을 보며 아이들이 혹 '전쟁놀이'쯤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의 전쟁을 보며 아이들이 품는 여러 가지 의문들-전쟁이란 무엇인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전쟁 속에 사는 사람들과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유아기를 채 못 벗어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위협하는 '폭력'은 일상에서도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매일 보고 접하는 텔레비전, 만화책, 컴퓨터 게임 중에는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이 많습니다. 주먹싸움부터 무시무시한 무기가 등장하는 전쟁까지. 아이들 정서를 멍들게 하는 선정적인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보는 인기 있는 만화, '파워 디지몬'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었죠.
디지털 세계의 평화를 지키려는 아이들과 그들을 방해하는 '어둠의 세력'간의 싸움이 줄거리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만화 주제가로 대신하는 음악 효과가 연극을 보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 몬'들을 그대로 흉내내서 만든 소품까지도.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나온 소품이 무기가 되어 싸움에 이용되고, 운동회 때나 쓰일 듯한 커다란 공을 가지고 나와 무대를 뒤흔들기도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풍부한 정서를 심어주려간 연극관람이었는데, '생생한 폭력'을 1시간 동안이나 지켜보았습니다. 결국 돈 내고 아이에게 폭력교육을 시킨 셈이었습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돌이켜 보니 우리 아이 역시 '폭력'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장난감 통에는 나날이 총과 칼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 걸로 찌르고, 쏘는 놀이를 하는 횟수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4살짜리 아들 녀석은 장난감 칼로 아빠를 때리며 아파하는 시늉을 하면 그때서야 즐거워합니다.
몇 달 전부터 6살짜리 딸아이를 동네 친구와 함께 태권도장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몸집이 가녀리고 어리지만 제법 씩씩하게 다니고 있어 흐뭇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집에서 어울려 태권도 놀이를 하자며 우르르 몰려가 방문을 닫고 놀더군요. 주의 깊게 봤더니 "엎드려뻗쳐, 빠따 10대 맞아"하고 긴 자로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즘엔 우리 아이들도 이젠 문방구나 비디오 가게 앞에 놓인 게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화면 속에서는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몸을 날려 상대방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쪽은 웬만해선 싸움을 포기하지 않죠. 굳이 백원짜리 동전을 넣지 않아도 때리고 맞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다툼을 주먹이나 발길질보다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로 해결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으면 합니다. 또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라도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모와 아이들간의 작은 노력으로 폭력 없는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미래는 아이들 손에 달려 있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맑고, 밝고, 깨끗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세상 곳곳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폭력이라는 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깨끗한 강물에서는 물고기가 맘껏 헤엄치고 놀듯이,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다운 꿈을 키울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그 동안 오마이뉴스의 독자로만 머물던 제가 뉴스 게릴라의 대열에 함께 하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기자 등록과 동시에 처음으로 띄우는 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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