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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안 먹어도 울고
"싫어요, 이거 안 먹어요!"
"아줌마, 저거 많이 더 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교실, 점심시간이다. 식판을 든 아이들이 배식하는 엄마들 앞에서 주문하는 소리며 줄선 아이들 장난하는 소리로 교실은 시끌벅적하다. 오늘 식단은 기장밥, 두부된장찌개, 콩빠오치킨, 고구마줄기볶음, 그리고 김치.
아이들이 잘 먹고 잘 크길 바라는 건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 아닐까. 그래서 급식당번하는 엄마들은 밥과 반찬을 담아주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다.
"안녕? 맛있게 먹어요."
"골고루 먹자."
그러나 그건 엄마들 마음이지 아이들은 저희 먹고 싶은 것만 많이 달라, 싫은 건 주지 말라 주문한다.
콩빠오치킨, 튀긴 닭고기를 땅콩섞인 달콤고소한 소스로 버무렸다. 땅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치킨류, 돈까스류는 항상 바닥이 나도 더 달란 아이들이 있다. 오늘도 아예 밥과 치킨만 달랑 받아가는 '못말리는' 아이들은 고구마줄기를 보기 좋게 왕따시켰다. 간혹 주는 대로 받아가는 '순한' 아이들도 나중에 식판에 남겨오니 그게 그 거다.
아이들이 식판에 남겨온 음식은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음식쓰레기통은 오늘도 된장국이며 밥, 김치들로 그득하다. 음식쓰레기 문제를 새삼 논하자는 건 아니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버려지는 걸 보고 있기가 괴롭다. 그것도 내 주머니에서 나간 3만 원 안팎의 돈으로 애들은 안먹이고 쓰레기만 만든다면 정말 생각해 볼 문제 아닌가.
너무 심하게 편식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을 '잘먹인다'는 것에 너무 힘을 쓰는 어른들이 결국 편식을 부추긴 건 아닐까. 그 잘 먹인다는 것이 균형잡히고 건강한 식생활보다는 '고기'로 이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에서 고기 외엔 거들떠보지도 않는 기형적인 점심을 고집한다.
아이들의 입맛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식단도 문제가 많다. 고구마줄기 무침의 경우는 아이들이 좋아하기 힘든 매력 없는 맛이다. 아니면 한국식 무침 종류들은 맵거나 짜지 않은가. 꽃게탕이니 고추장찌개 잡탕 등 국과 찌개들도 맵거나 먹기 번거로워 어린이들이 기피한다. 순한 된장국마저도 안먹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식단으로 아이들을 '훈련해' 보겠다는 발상이 아니면, 먹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식, 둘 중의 하나?
엄마들도 이젠 요령이 생겨 먹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주어 쓰레기 만드느니 깨끗이 남겨 선생님과 나누어 싸가기도 한다.
"어차피 아이들 좋아하는 것만 먹을 건데 엄마 도시락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게, 도시락 안 싼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아. 형편따라 하면 좋을텐데."
이런 엄마들에 비해 담임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아이들이 먹게 된단다.
"학교급식을 처음 먹는 2학년들이 가장 편식이 심한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좋아져요. 지금 이미 학년초 보단 많이 좋아진 걸요."
둘, 다 먹어도 울고
"야, 이거 좀 많이 달라니깐."
"안돼. 모자란단 말이야."
"나 이거 조금만 주라."
같은 학교 3학년 교실, 점심시간이면 간간이 들리는 소리다. 대부분 어린이들은 당번 친구들이 주는 대로 받지만 자기들끼리 주문이 오간다. 단, 선생님이 못 들으실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해야 한다. 안 받는 게 있어도 안 되고 남겨도 안 되는 급식규칙이 있다. 다 먹은 후는 선생님께 식판을 검사받고 통과해야 한다.
재훈이 입에 오늘 고구마줄기 무침은 너무 느끼하다. 나물 반찬을 좋아하지만 속도가 자꾸 떨어진다. 게다가 된장국도 비슷한 맛이다. 왜 전혀 다른 음식들이 비슷비슷하게 느끼한 맛이 나는지 아이는 알고 있다. 오늘도 이 화학조미료로 맛낸 음식을 울며 겨자먹기로 비우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재훈이의 경우에서 보듯 급식은 편식하지 않고 먹어도 울고 넘어야 할 고개다. 이유는 식품재료, 조리방법, 그리고 화학조미료와 식품첨가물에 의한 오염 때문이다.
우선 대량취사들이 그러하듯 식품재료를 얼마나 신선하고 오염이 적은 것들로 구입했는지 알 수 없다. 또 조리방법을 보면 어류 육류들은 기름을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가 하면 신선한 채소를 그냥 먹는 반찬을 보기 힘들다. 매일 나오는 잡곡 비율이 낮은 백미밥에 가까운 밥들도 생각할 게 많다.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강한 맛의 양념과 첨가물들이 너무 당연한 듯 쓰인다.
학교급식을 가장 안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식품첨가물들과 화학조미료일 것이다. 햄류를 반찬으로 할 때 과연 무방부제 무색소인지 알 수 없다. 간장 된장, 그리고 고추장이 자주 사용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장맛이다. 그 경우 인공합성 감미료와 방부제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매일 나오는 김치을 시중에서 주문했을 경우, 아니 아줌마들이 담갔을 경우라도 화학조미료와 사카린이 의심스럽다. 국과 찌개의 국물엔 항상 화학조미료맛이 난다. 국물뿐 아니라 무침류 등의 다른 반찬도 화학조미료 없는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식품 첨가물은 체내에서 호흡기나 배설기관으로 50~80%는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몸 속에 축적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여러 종류의 첨가물들을 아이들이 매일 섭취할 때, 체내에 쌓이는 것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또 이것들이 섞일 때 새로운 독성물질이 생성되어 위험은 더 커진다.
동물실험으로 밝혀진 화학 첨가물의 유해성을 보면 언급하기도 끔찍할 정도다. 예를 들어 사카린은 흰쥐에게 자궁암과 방광암을 일으켰고 간장 된장에 많이 들어 있는 글리실리진산 2나트륨은 경직 경련 등의 급성독성발현을 일으켰다고 한다. 방부제로 쓰이는 소르빈산을 함유한 사료를 80주 이상 먹인 쥐 19마리 중 11마리에 간장암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 소르빈 산이 발색제인 아초산염과 만나면 돌연변이를 부추긴다고 한다.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인 인공 글루타민산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뇌장애를 일으키고, 유아의 경우 대뇌의 뇌하수체가 파괴돼 성장과 일반대사에 이상을 초래한다고 알려졌다. 뿐 아니라 화학조미료의 해악은 입맛을 길들이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점이다. 어려서 화학조미료에 길들어지면 다양한 맛을 느끼기 어렵고 끊기도 어렵다. 아이고 어른이고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고, 화학조미료 맛이 나야 맛있다고 먹는 현실이다.
"엄마, 오늘도 화학조미료 맛 때문에 진짜 울고 싶었어요."
재훈이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하소연한다. 그럴 땐 '먹지 말고 그냥 오지!'하는 말이 내 목구멍에 차오른다. 선생님께 '검사'받고 오려고 몸에 좋은 것도 아닌 걸 꾸역꾸역 먹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편식하는 애들을 볼 때보다 더 우울해진다.
울고 넘는 급식 고개를 웃으며 넘을 길은 없는 걸까? 아이들 점심을 '절대적으로' 급식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걸까? 대학식당처럼 학교급식으로 먹을지 엄마 도시락으로 먹을지 결정할 자유는 요원한 꿈일까? 식품재료의 원산지와 구입경로 성분표시 등을 학부모가 알 수 있게 게시판에 올려주고, 먹고 안먹고를 결정할 기회도 준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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