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르텐의 나라 티벳

최윤호의 <중앙아시아 기행>

등록 2001.12.14 14:02수정 2001.12.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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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장무에서 국경을 넘고 중국령 티벳의 라체와 시가체를 거치면서 5-6개의 4000미터 이상 되는 고개를 넘었습니다.

종종 연인들이 다투기도 하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는 고산증세가 함께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푸른 빛의 하늘을 보았습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짙푸른 하늘과 따가운 태양, 그리고 높은 산과 달 표면같은 광야. 인공적인 것이라고는 우리가 달려왔던 길과 가야할 길, 그리고 랜드크루저. 나는 우주인이 된 것 같았죠. 어떤 소행성에 착륙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티벳고원은 히말라야의 뒷편과 중국 서부지대를 이어주는 중간지대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고산과 호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사이 사이를 비포장 도로가 이어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티벳이 서구의 문물에 깊이 젖어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도시 도시의 교통망이 원활하지 않은 것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티벳의 엄청난 지하자원과 물자를 동부로 옮기기 위해서 천장공로라는 대규모 고속도로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철도가 라사까지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었죠.

아뭏든 티벳 곳곳의 도로를 다니다 보면 아주 작은 고개 하나라도 초르텐 이라는 깃발과 돌 무더기, 그리고 옷가지와 신발 등등을 볼 수 있습니다. 깃발 하나 하나에는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라마경이 찍혀있죠.

사람들은 고개마다 내려 복을 빌기도 하고 돌멩이 하나를 주워 쌓아놓고 가곤 합니다. 이런 풍습은 예전엔 우리 나라에도 있던 풍습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름모를 사람의 옷가지와 머리카락들이 종종 눈에 띄곤 한다는 것이죠.

처음엔 말로만 듣던 천장(조장)을 이곳에서 하는 것인 줄 알고 물어보니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죽고 나서 남은 유품들과 머리카락 들을 그 지방의 높은 고개에다 뿌려두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천장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사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숨막히는 듯 푸르른 넓은 하늘이 아직도 기억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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