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아버지는 아직도 힘겹습니다

등록 2001.12.26 20:07수정 2001.12.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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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전과는 무척이나 달라지셨습니다. 아버지 눈가의 주름이 훨씬 많이 늘어났고 검디검었던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어느덧 하얀 새치가 비집고 들어서고 있으니 말입니다.


퇴근길 집에 들어서실 때면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던 아버지의 입술마저도 이젠 뿌연 담배연기로 그 미소를 가리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이처럼 변한 모습을 보면서 이 아들은 많은 괴로워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같은 모습보다 이 아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아버지의 강한 스킨향내가 이제는 독한 소주냄새로 변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스킨향내가 소주냄새로 변해갈 때 저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자취를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잠자리 옆에 소주병이 늘어만 가고 있었을 때 저와 가족들의 근심도 늘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간혹 아버지께서 드신 소주병을 깨뜨려버리기라도 할 때면 그 순간엔 저도 모르게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이 아들은 이제서야 비로서 알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드신 술은 아버지께서 이 아들과 가족들 몰래 흘리신 눈물이었고 아버지께서 깨버린 술병은 아버지께서 이 아들과 가족을 위해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역경과 갈망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아버지!
이 하나만은 언제나 아버지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들과 가족 모두 이 시대를 힘겹게 사시는 아버지를 언제나 사랑하고 믿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버지, 이시대를 사시는 우리 아버지!
힘내세요!

힘겨웠던 한해를 마무리하며 이시대를 사는 모든 아버지께!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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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및 대학강사를 거처 공공기관 홍보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지금은 기업에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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