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바람으로 거리에 나선 이유는?

올 겨울엔 주위에 내복을 선물합시다

등록 2001.12.29 11:45수정 2002.01.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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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광고를 통해 모델들이 방진복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우유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첨단시설 하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지요.

광고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제약회사나 일부 식품회사, 그리고 제가 일하는 반도체 회사처럼 먼지의 발생이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곳에서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특별히 제작된 방진복을 입고 일합니다.

그런데 이 방진복이라는 것이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 입고 일하기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유광고를 하던 모델은 그나마 얼굴은 내놓았지만, 실제로 일할 때는 마스크도 착용하고 보안경까지 쓰는 경우가 있어 얼굴마저 완전히 가립니다.

그리고 이 방진복을 입기 위해서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속옷 위에 입든지, 가벼운 면티 하나만 걸친 채로 입지요. 여름에는 괜찮은데, 겨울에는 옷을 많이 껴입다 보니 이것도 일입니다.

하지만 겨울에 옷을 많이 벗어야 하는 불편보다도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옷을 갈아입을 때 내복이 드러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겨울에 내복을 입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복 입는 것을 촌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내복을 입고 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이유로 출근할 때는 내복을 잘 입지 않습니다. 집에서나 다른 곳에 외출할 때는 곧잘 내복을 입는데 회사에 갈 때만은 내복을 입는 대신 차라리 겉옷을 하나 더 껴입고 갑니다.

취업을 해서 맨 처음 받은 월급으로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던 그 귀한 내복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겨울을 위해 꼭 챙겨 입히는 이 요긴한 내복이, 왜 젊은 사람이 입기에는 거추장스럽고 촌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녹색연합과 에너지시민연대 회원들이 명동에서 내복만 입은 채로 내복입기 캠페인을 벌였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 추운 겨울 내복 바람으로 거리로 나선 그들이 왜 다른 사람의 내복 착용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했습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실내온도를 1℃의 낮추면 도시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1548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내복을 입어 체감온도가 5℃ 이상 올라가게 되고, 그만큼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면 에너지 수입 비용을 1억1713만 달러나 절감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에너지 관리공단, 녹색연합 홈페이지 자료 참조)

돈도 돈이지만 에너지를 덜 쓰게 되면 그만큼 ‘기후온난화에 따르는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사막화, 질병, 물부족, 농작물피해, 식량난 등 인류의 심각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내복 바람으로 거리로 나선 그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내복 한벌에 담긴 이런 깊은 의미를 알고도 내복을 입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모피코트를 입는 것보다, 두터운 겨울 옷을 하나 더 마련하는 것보다 따뜻한 내복 한벌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더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가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방진복이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지 옷이라면, 내복은 추위를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있어 왔던 옷입니다. 방진복을 입은 모델 못지않게 내복을 입은 우리의 모습도 멋지고 자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부터는 방진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드러나는 내복을 당당히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무스탕이나 모피코트 대신 내복 한벌씩 준비해 보세요.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추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우리 주위의 이웃들에게 내복 한벌 선물해 보시는 건 또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내복바람으로 거리로 나선 이들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내복이 모피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도 아주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내복바람으로 거리로 나선 이들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내복이 모피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도 아주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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