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메일1통 그리고 부끄러운 조언

`올 곧은 스님은 절간의 부실한 이곳저곳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등록 2001.12.30 18:37수정 2001.12.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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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2001년을 몇 일 앞두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 후배로부터 메일 1통을 받고 고통스러운 가슴을 쓸어 내리며 후배와 함께 지혜로운 새해를 설계하기로 다짐했다.

후배가 연말을 앞두고 아픔을 겪고 있는 내용은 직장을 다니는 샐러리맨이 직책을 떠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에 더욱 가슴 저리고 함께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후배가 선배인 나에게 보낸 메일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선배님, 세상의 누구보다 현재 제가 직장에서 겪고있는 사안이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10여년 전 선배님이 `투명경영`을 외치며 투쟁했던 경험을 저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지혜롭게 대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불편 부당한 사안 즉, 절세를 핑계로 한 탈법적인 법인공금의 횡령은 물론 소위 `비자금`을 조성하여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각종 로비자금으로 활용되기도 하지요. 더욱이 구조조정을 이유로 인원을 조정하고 개혁을 부르짖으며 한편에서는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오너와 일부경영진이 전횡을 휘두르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특히 분식회계를 통하여 재무구조를 임의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신용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자금조달과 금융비용절감을 도모하지요.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가차없는 보복이 이루어져 도저히 직장을 계속해서 다닐 수 없는 왕따를 만들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투명경영`을 도외시한 채 이루어지는 경영실적은 곧 부실로 이루워지며 결국 그 폐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진리를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13년 전 그 당시 대기업에 함께 몸담고 직장을 다닐 때 선배님은 회사의 문제점을 최고경영진에게 알리고 그의 시정을 요구하다가 해고를 당하셨고 그로 인한 선배님과 가족의 고통이 가혹했던 일 지금도 생생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결국 그 대기업은 선배님이 예측하신 대로 부실기업으로 전락, 부도와 파산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사필규정` 이었죠.

선배님의 투쟁의 경험과 현재 중견기업에서 중견간부로 일하시는 현재의 가치를 모아 제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투쟁의 수위를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의 사랑하는 후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며 우선적으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괴로움이 앞섰다. 그리고 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후배가 다니는 회사는 노조가 없으며 후배와 함께 할 우군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후일을 기약하며 후배가 처한 위치에서 적당한 타협을 하고 후배인 네가 하는 직무에서 우선적으로 `투명경영`의 모범을 창출하라고..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조언일 수밖에 없는 메일을 보내고 비통한 심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경제적 공기인 정치인의 뇌물스캔들이 지속되고 경제계의 최고 그룹이 파행경영을 이유로 900여억원을 주주들에게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서 한 기업의 탈법을 이유로 후배가 희생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 최고 대기업은 한편에선 대규모 감사를 통하여 `투명경영`을 했다고 외치는 우리 기업의 치졸한 이중성, 침묵하는 그 대기업의 직원들..

이런 요지경 세상에 후배에게 투쟁하라고 할 수 있는가

다만 `중이 절이 싫으면 절을 떠나면..` 이란 속설에 대응하여 `올 곧은 스님은 온갖 고통 속에서 절간의 잘못된 사안을 고치려 부단히 노력한다`라는 신념을 가지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랑하는 후배가 겪는 연말의 고통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에 새해 새 각오로 후배와 소주 한 잔하면서 세상사는 지혜를 모아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한 후배는 현재 중견기업의 중견간부로 일하고 있으며 평소 `투명경영`을 시현하고자 상호 벤치마킹을 하는 성실한 직장인이다.

덧붙이는 글 한 후배는 현재 중견기업의 중견간부로 일하고 있으며 평소 `투명경영`을 시현하고자 상호 벤치마킹을 하는 성실한 직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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